LG전자가 5년 만에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전면 개편한다. AI 칩 '두뇌' 역할을 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신규 개발, 차세대 AI 칩에 적용한다. 가전 전 영역에서 AI 역량을 강화하려는 LG전자 사업 전략이 반도체로 구체화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SIC센터는 '온 디바이스 2세대 NPU 반도체 설계자산(IP)'를 개발하고 있다. SIC센터는 LG그룹 내 유일 시스템 반도체 조직이다.
NPU는 AI 칩 내에서 고속 연산을 담당하는 곳이다. 사람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을 닮았다고 해 NPU로 불린다.
LG전자 SIC센터는 새로운 NPU를 자체 개발해 차기 AI 반도체인 '알파10'에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세대인 알파9 칩이 2018년 LG전자 스마트TV에 첫 적용된 것을 고려하면 약 5년만에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다.
LG전자 알파칩 성능 자체는 매년 업그레이드 됐으나 NPU 자체가 바뀌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알파10은 LG전자 스마트TV 차기 모델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NPU는 앞선 AI 칩에 적용된 것 대비 '온 디바이스' 성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컴퓨팅(HPC)에 의존하지 않고 스마트TV나 가전 등 최종 기기 단에서 연산과 추론 능력을 고도화했다는 의미다. '엣지 AI'라고도 불리는데 이를 통해 AI 칩 전력 효율성과 응답 속도를 높이고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
이를 스마트 TV용 AI 칩에 적용하면 △영상 분석을 통한 선명도 개선 △노이즈 제거 △입체감 등 화질 고도화 △AI 기반 오디오 처리기술 △카메라 등과 연결한 양방향성 신규 서비스 지원 등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AI 알고리즘 정확도와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통합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도 확보했다. AI 반도체는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LG전자는 신규 NPU를 스마트TV 뿐만 아니라 전 가전에 탑재되는 AI 칩에 확대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SIC센터는 '칩렛'을 활용, AI 칩을 고도화한다는 중장기 전략도 수립했다. 칩렛은 반도체 미세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첨단 패키징 기술로, 서로 다른 반도체(다이)를 연결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칩렛 구조와 연결 기술, 설계 단에서의 패키징 기술 등 전방위 연구개발(R&D)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5월 중앙처리장치(CPU)계 거장인 '짐 켈러'가 최고경영자로 있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와도 협력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칩렛 개발 엔지니어 채용도 시작했다.
LG전자 SIC센터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로 회사 내 반도체 개발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LG전자가 2018년 스마트TV용 AI 칩을 만들고, 2019년 로봇청소기·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가전 신제품에 들어갈 AI 칩을 만든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SIC센터 관계자는 “AI 반도체 설계는 미래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TV와 가전, 전장 등 LG전자 각 사업본부 내 다양한 연구소끼리 협업하면서 AI 반도체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