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 통신비 넘어 디지털 혁신에 무게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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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가 '2023년 국정감사' 이슈분석을 발간했다. 국감에서 다룰 주요 정책과제를 제시하는 올해 이슈분석에서는 단골소재였던 통신비 관련 이슈가 빠진 점이 눈에 띈다.

통신비 이슈는 상반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달군 최대 이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초부터 통신이 '이권 카르텔'로 규정된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경쟁촉진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추가출시와 구간 다양화 등이 이뤄졌다.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 28㎓ 대역을 활용하는 신규 통신사업자 정책도 발표되면서 어느정도 매듭이 지어졌다.

그럼에도 국감 이슈분석에 통신비 문제가 제외된 이유는 무엇일까. 굳이 이슈로 제시하지 않아도 국감에서 다뤄질 당연한 이슈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상반기에 충분히 다룬 만큼 이제 국감에서는 좀더 다양한 정책과제를 다뤄달라는 주문일 수도 있겠다.

실제 입법조사처는 통신비 대신에 인공지능(AI), 데이터, 메타버스,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 스마트폰과의존 방지와 디지털포용 정책 등을 주요 이슈로 제시했다. 디지털 정책 전반의 논의가 풍부해질지 주목된다.

이같은 정책 이슈에 더해 과기정통부가 국감 대응과 내년도 예산·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고민했으면 하는 과제가 있다.

우선 정보통신기술(ICT) 규제개혁의 플랫폼 역할을 어떻게 확대할지에 대한 부분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최근 24시간 자율주행 택시 운영을 허용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제 미국이 이제 자율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세계 시장과 격차를 벌여나가는 동안 한국은 최소 수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정부부처별로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고, 주무부처로서 역할도 다르다. 과기정통부는 혁신을 위한 '블루팀' 역할로 정부 전반에 적극적인 규제 개혁 과제를 제안하고 설득할 수 있다.

이전 정부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제대로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하지만 신산업과 규제개혁 어젠다를 제시하고 로드맵을 수립한 역할을 부정하긴 어렵다. 규제개혁을 어떻게 진행해나갈지 로드맵을 수립하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수천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데이터댐도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이 불붙고 있다. 전정부에서 이뤄진 사업이고, 국가 전반적인 긴축재정을 볼 때 예전과 같은 대규모 투자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만들어놓은 데이터댐을 잘 쓸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은 지속돼야 한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안전하게 AI 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데이터가 더 많은 분야로 퍼져나가도록 인터페이스와 제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5G는 통신비 논란을 넘어 산업현장에서 가치를 발굴할 수 있도록 실증을 지원하고 확산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6G, 오픈랜, 양자정보통신, 위성통신 등 미래를 위한 산업진흥 정책과제는 보다 힘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이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 플랫폼을 지속 구축해 나가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모범국가 실현을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세계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디지털 진흥을 위해 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보다 많이 발굴하고, 국가차원 혁신 콘트롤 타워라는 위상과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 전반을 엄습하고 있는 이권카르텔이라는 키워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