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분야 전문기관이 한 자리에 모여 미래 자동차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협업 방안을 모색했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에서 중소·중견기업 기술혁신을 이루고 딥테크 스타트업의 본격적인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한국스케일업팁스협회와 전자신문은 22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2023년 스케일업팁스 혁신 포럼: 모빌리티 i-CON'을 개최했다. i-CON은 대·중소기업, 대학·연구소, 금융 등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중심 협력 네트워크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주최로 모빌리티 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스마트제조, 바이오 등 핵심 분야 기술교류를 위해 열리는 자리다.
모빌리티 i-CON에는 대한전자공학회, 한국모빌리티학회,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해 빠르게 발전하는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각 전문기관 시각을 공유했다.
이날 참여한 전문기관들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빌리티 산업이 중소·벤처기업에 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개방형 혁신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승우 서울대 교수는 '모빌리티 패러다임의 전환 및 자율주행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에서 “자율주행은 이미 기술 사업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국가 연구개발(R&D)이 자율주행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을 발굴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여주기식이나 시범사업 성격의 R&D가 아닌 노약자 수송이나 야간 시간대 운행, 농어촌 지역 서비스와 같은 공공 목적의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율주행기업 협업 구도에 대한 시사점도 줬다.
서 교수는 “기본적으로 자동차 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 구도임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하드웨어 플랫폼 영역에서는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나머지 기업이 아성을 깨기위한 도전 중”이라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기술내재화 등 저마다 고민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자동차부품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 방향도 제시됐다.
오미혜 한국자동차연구원 강소특구캠퍼스장은 '미래자동차 클러스터의 자동차 부품 기업 육성 전략'을 소개했다. 충남 천안·아산 강소연구개발특구는 지난 2020년 한국자동차연구원을 기술핵심기관으로 '차세대 자동차 부품'에 특화된 강소특구로 지정됐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인포테인먼트, 차세대 배터리 소재·부품, 미래형 자동차 융복합 부품 등 특화 분야 맞춤형으로 다양한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오 캠퍼스장은 “미래차 분야는 기술진화와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바탕으로 기존 완성차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급속한 팽창을 예상한다”면서 “2030년 미래차 시장은 전기·수소차, 자율주행자동차, 이동서비스 산업이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부품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동력원이나 동력발생, 동력전달 등 각 분야 부품이 내연기관에서 배터리나 모터 등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컨대 내연기관은 열관리를 위한 공조 루프가 2개 필요한데 비해 테슬라 등 전기차는 총 4개가 필요하다. 기계식으로 가동되는 냉각수 순환펌프나 에어컨 압축기, 실내공조장치 등이 전기차에서는 고가의 전동식 순환펀프, 전동식 에어컨압축기, 전기히터에 배터리와 모터 열을 관리하는 부품으로 변화하는 식이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은 정부가 지원하는 모빌리티 분야 초격차 사업을 소개했다. KETI에서는 △기술아카데미 △시험인증 교육 △전문가 멘토링 △회계교육 및 재무컨설팅 △IP레벨업 지원 △R&BD 역량강화 지원 등 자율주행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사업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은 총 1255억원 가량 매출과 2627억원 상당 투자 성과를 이뤘다. 2020년 587억원, 2021년 725억원에 비해 지난해 투자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국가 전략산업 유망기술 포트폴리오 구축과 활용 사례를 전했다. ETRI가 선정한 미래 모빌리티 산업내 유망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 △물류모빌리티 △도심형 항공모빌리티 △통압 모빌리티 서비스 △전기차 순이다.
김호민 ETRI 연구성과확산실 선임은 ETRI가 보유한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주로 소개했다. 실시간 다중센서 데이터 무손실 압축·저장 기술부터 라이다·카메라 융합 로컬라이제이션 기술, 라이다 기반 3차원(3D) 동적 객체 검출 기술까지 다양한 자율주행 인지·판단·제어 소프트웨어(SW) 기술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 우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사례도 공유했다. 스케일업팁스 사업에 참여 중인 벤처캐피털(VC) 2개사가 이날 포럼에 참석해 투자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이노폴리스파트너스는 기술지주회사인 한국과학기술지주, 한국자동차연구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스케일업팁스 운영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노폴리스파트너스는 기술사업화와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초기투자 전문 VC다. 이노폴리스파트너스는 친환경차 휴비스와 SWM을 주요 투자 사례로 언급했다.
김해선 케이그라운드파트너스 파트너는 모빌리티 헬스케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사례와 전략을 소개했다. 케이그라운드파트너스는 DSC인베스트먼트, 연구개발전문기관 기술과가치와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스케일업팁스에 참여 중이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이 커지는 만큼 단순 자율주행 뿐만 아니라 모빌리티와 연관된 헬스케어 분야 역시 시장 확대를 예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이날 i-CON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할 핵심 R&D 사업 가운데 하나인 '고위험·고성과 R&D'도 소개했다. 이른바 딥테크챌린지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이르면 다음달 프로젝트를 확정해 본격 연구개발에 돌입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컨소시엄에 민간이 20억원을 투자하면 정부가 모태펀드를 통해 40억원, 출연방식 R&D 지원으로 30억원 내외를 더해 총 100억원 안팎의 파격 지원을 하는게 골자다.
서주원 스케일업팁스협회 회장은 “미래모빌리티 산업의 최근 동향을 이해하고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생태계 활성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개최한 자리”라면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되고 딥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