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가 각각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연합전선을 확대한다. 양사 모두 AI 생태계 선도를 목표로 국내·외 기업과 동맹·협업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낸다.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초거대 AI 경쟁에 맞서 연합군을 구성해 기술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T는 올해 'AI 컴퍼니'로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한다. 자체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자강'과 빅테크와 제휴로 외부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는 '협력'이 핵심이다. 그 중에서도 국내 유망 기업을 중심으로 AI 생태계 동맹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월 SKT 주도로 출범한 'K-AI 얼라이언스'에는 반년 만에 참여기업이 12개사로 늘었다. 팬텀 AI(자율주행 카메라)·사피온(AI반도체)·베스핀글로벌(클라우드)·몰로코(머신러닝 광고)·코난테크놀로지(검색 SW)·스윗(업무용 솔루션)·투아트(AI 시각보조) 등 7개사로 닻을 올린 얼라이언스는 씨메스(AI 로봇 SW)·마키나락스(산업용 AI)·스캐터랩(AI 챗봇)·프렌들리AI(AI 플랫폼)·페르소나AI(AI컨택센터) 등 5개사가 추가 합류했다.
SKT는 이들과 AI 사업 시너지를 높이고 글로벌 진출을 함께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 청사진을 짠다. 지난달에는 도이치텔레콤·싱텔·이앤그룹 등 해외 대표 통신사와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초거대 AI 독자 개발에 드는 자본과 시간을 줄이고 통신사간 연합체를 구축해 플랫폼 기업이 선점한 AI 산업 판도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고도화를 위한 국내외 투자도 강화한다. SKT는 지난해 씨메스와 코난테크놀로지에 각각 100억원, 224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오른데 이어 올해도 이루다 운영사 스캐터랩과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1억달러(약 1300억원)가 넘는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 또 내달에는 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와 해커톤을 개최하고 추가 협력 방안도 논의한다.
SKT 관계자는 “빅테크와 전방위 협력을 통해 글로벌 AI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라며 “에이닷 성능을 좌우하는 슈퍼컴퓨터 타이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존 2배 이상 증설하는 등 자체 서비스도 지속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KT 역시 산학연 역량을 모은 'AI 원팀'을 앞세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프로바이더'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AI 원팀에는 KT를 포함해 현대중공업그룹·LG전자·한진·한국투자증권·우리은행 등 기업체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한양대·성균관대·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참여해 AI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다.
KT는향후 5년간 AI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7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로봇·헬스케어·교육뿐 아니라 클라우드 역량을 바탕으로 AI 반도체 풀스택 전략도 본격화한다. 지난해 리벨리온(AI반도체 설계), 모레(AI 인프라 솔루션) 등에 전략 투자했다. AI 원팀을 통해 최신 AI 알고리즘을 연구 중이다. KT는 올해 안에 기존 대비 3배 이상 효율을 갖춘 한국형 AI 반도체 풀스택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KT가 AI원팀과 함께 준비 중인 초거대 AI '믿음'은 2000억 파라미터 이상 모델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오픈AI가 발표했던 GPT-3 규모 이상이다. 이를 기반으로 금융권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계에 AI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