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키징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5000억원 규모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이 윤곽을 드러냈다. 국내 반도체 후공정업체(OSAT)를 세계 10위권 안에 올리고 세계 반도체 패키징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첨단 기술 개발이 핵심이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반도체 첨단 패키징 선도 기술 개발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했다. 올해 초 반도체 첨단 패키징이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된지 8개월 만이다.
사업은 글로벌 첨단 반도체 공급망 안에 차별화된 기술로 패키징 경쟁 우위를 선점한다는 목표 아래 △기술 선도형 △기술 자립형 △글로벌 기술 확보형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 등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기술 선도형과 기술 자립형은 총 36개 세부과제를 통해 칩렛 이종집적, 차세대 인터포저, 3D 패키지, 2.5D 패키지, 팬아웃 패키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테스트 검사 분야 첨단 기술을 개발한다.
이번 사업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국내 기업이 진입할 수 있도록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R&D 과제는 기술 개발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첨단 반도체 패키징은 세계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국제 협력 R&D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전자패키징연구소가 있는 미국 뉴욕주립대나 세계 최대 반도체 연구소인 벨기에 아이멕(imec) 등 해외 선도 기관과 기술 개발 협력을 추진한다. 글로벌 종합반도체기업(IDM)과 OSAT 기업과 직접 교류하며 시장에서 통용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이같은 전략은 반도체 첨단 패키징 시장에서 해외 기업의 영향력이 크다는 인식 아래 수립됐다. 첨단 패키징 시장은 TSMC 등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파운드리)뿐 아니라 대만 ASE, 미국 암코, 중국 JCET 등 외국계가 장악하고 있다. 국내 OSAT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결국 첨단 패키징 기술 주도권을 잡고 시장에 진입하려면 이들과의 협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전체 반도체 R&D 과제 중 국제 협력을 골자로한 것은 19건이나 되지만 첨단 패키징 관련 과제는 국제 협력이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도 국제 협력 R&D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예타가 통과되면 사업은 2025년부터 7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현재 조정 중이지만 5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