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만에 찾은 베트남에선 기업 관심도 뜨겁고, 기술 수요도 빠르게 늘어난 것을 확인했습니다.”
'코로나 19'로 한 때 멈췄던 한국과 베트남 기업간 만남이 재개됐다. 지난 6일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 플라자 호텔에서 개최된 '2023 한-베 비즈니스 파트너링'은 기술 기업간 만남을 알리는 첫 포문이 됐다. 이날 호텔 3층 콘퍼런스 장에선 국내 기술기업 9개 사가 65개 베트남 기업과 상담을 진행했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처럼 갈증을 해결하듯 상담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행사는 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윤석진) 혁신기업협력센터가 주최한 행사다.
행사에 참여한 국내기업은 KIST 혁신기업협력센터와 기술로 인연을 맺은 'K-클럽(CLUB)' 회원사다. KIST로부터 기술을 이전받거나 기술을 지원받은 기업들로 구성된 K클럽은 약 130개 기업이 소속됐다. 이 가운데 베트남 시장 진출에 관심있는 10개사가 참가했다. 이들 기업은 KIST가 물색한 잠재 협력 베트남 기업 200개사 가운데 베트남을 대표하는 대기업 빈을 비롯해 중소중견 기업 60여 곳과 상담해 이틀간 2335만 달러 상담 성과를 만들었다.
◇상담 메모장엔 베트남 기업 이름 '빼곡'
비전 검사 소프트웨어 업체인 엠브이텍(대표 권기선)의 한진희 회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베트남 기업과의 만남을 직접 진행했다. 오전 3건의 미팅을 비롯해 오후 5건 등 이날 하루 8개 기업과 미팅을 소화했다.
한 회장은 “그간 여러 차례 베트남을 방문해 사업 확대 기회를 모색했다”며 “이번 행사에선 KIST가 노력을 기울인 덕택에 관심 있는 베트남 기업을 만났다”고 했다.
정보보안서비스 기업 에스큐아이소프트(대표 조영준)는 시장 조사와 유통업체 발굴, 공공 연구개발(R&D) 기업 모색을 위해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 이날 빈 그룹을 포함해 9개 기업과 미팅했다. 임광섭 전무는 “한국에서 베트남, 중국 등 현지 대기업과 만남을 추진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는데 이번에 KIST 도움으로 빈그룹과 만났다”며 “후속 사업이 원활히 진행돼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화학플랜트 엔지니어링업체 세종기술(대표 이시원)은 베트남의 화학건설 수요에 부응해 현지에서 플랜트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세종기술은 당초 26개 베트남 기업이 만남을 요청했고 이 가운데 9개 기업과 면담했다. 이를 통해 2100만달러 규모 상담 성과를 기대했다. 행사 기간 상담 미팅 중 상담 규모가 가장 큰 액수다.
친환경 수처리 기술 기업 인우코퍼레이션(대표 공성욱)은 베트남이 공해와 폐수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며 정부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오존발생기 수요의 확대를 예상했다. 공성욱 대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여러 기업을 만나 추가 후속 성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식재산(IP) 서비스기업 애니파이브(대표 김기종)는 기업용 특허 및 지식재산 관리 솔루션 '케이-브레인(K-BRAIN)'을 소개하여 참가한 K 클럽 회원사들이 쉽게 지식재산 특허와 기업 주요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시연회를 개최해 관심을 받았다.
◇실제 성과 잇기 위해 후속 미팅도
실제 이번 방문을 성과로 잇기 위한 추가 미팅도 이어졌다.
글로브 박스 제작기업 고려기연(대표 이철재·이원태)은 6일 3개 사를 만난 데 이어 7일과 귀국일인 8일에도 미팅을 이어가며 만남을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후속 작업을 추진했다. 이 결과 베트남의 대형건설사 AAC, 교포기업으로 현지에서 성공한 PNS E&C 등과 구체적인 협력을 끌어냈다,
출입보안 통제장비 및 온도감지 소화장치 기업 액션테크(대표 이학면)는 파이프식 온도감지 소화장치를 선보여 관심을 보인 28개 기업 가운데 8곳과 상담을 진행했다. 이어 7일에는 베트남 기업을 직접 찾아 회사 상황을 살피고 실제 사업 전개 가능성을 타진했다.
의료기술기업 메디헬프라인(대표 박옥남)은 6일 9개 기업과 미팅했고 7일에도 VKIST 주선기업과 미팅을 가졌다. 박옥남 대표는 “이번 행사를 발판으로 추가 후속 미팅과 연락을 이어가며 원료 수급과 현지 우수 기업에 발굴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우수 의료 및 건강개선 제품 기업의 기술력도 점차 개선되고 있어 바이오·헬스 스타트업 공동 육성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량용과 모바일용 기능성 필름을 제조·수출하는 유비라이트(대표 이동춘)는 글로벌 차량 판매 베트남기업의 관심을 받아 이번 미팅과 함께 후속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베트남 시장 회복세…10월말 후속 미팅 개최
베트남 시장도 회복세에 있어 국내 기업과의 협력이 기대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희상 코트라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은 “베트남 수출이 지난 8월 10개월만에 반등세로 돌아서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세안 국가중에서 가장 활발한 수출 국가인 베트남 경제가 다시 한번 움직이고 있어 국내 중소기업 진출시 글로벌 시장 진입 성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행사를 주최한 KIST 혁신기업협력센터는 기술지원과 함께 이번 행사가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게 추가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10월 말께 추가 파트너링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병국 KIST 혁신기업협력센터장은 “KIST는 한국의 중소·중견 기술기업의 연구개발 지원뿐만아니라 해외 진출까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K-클럽을 10년간 지원해왔다”며 “이번 만남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도록 연말께 추가적인 파트너 행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