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학이 전국 35개 캠퍼스의 시설·장비를 국민에게 전면 개방했다. 폴리텍대 꿈드림공작소에서는 국민 누구나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자동차 실습' '챗GPT로 만드는 파이썬 프로젝트'와 같은 미래 유망 산업부터 '레이저장비를 활용한 주방용품 각인 체험' 등 첨단기술과 전통업종 간 융복합 산업까지 다양한 현장을 미리 체험하고 직업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 선도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한 가운데, 폴리텍 전국캠퍼스 꿈드림공작소 3곳을 찾아 미래 유망산업 인력 양성 현황을 둘러봤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교육의 메카 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는 지난 5월 현판식 후 6월부터 꿈드림공작소를 본격 운영하고 있다. 캠퍼스 내 모든 시설·장비를 민간에 개방해 연령·성별에 관계 없이 학생은 물론 일반인까지 누구나 무료로 첨단 기술교육을 받을 수 있다. 청주권역 다양한 기관·단체에서 7~8월 2개월 동안에만 235명이 꿈드림공작소를 찾았다. 이론으로만 접하던 미래 직업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스스로 미래를 디자인했다. 청주캠퍼스 꿈드림공작소 지원자들은 민간기업, 고등학교, 대학교부터 군부대, 학부모단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교육생은 총 850명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 꿈드림공작소 중 첫번째 방문지인 청주캠퍼스는 신청 단체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특화프로그램', 직업 이해도를 높여 학생 스스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돕는 '선택형 진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동시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3차원(3D) 프린터 활용 교육·시제품 제작 △반도체 공정·장비 이해하기 △로봇제어 △무인항공기 드론 제작·체험 △배터리 제작 체험 △태양광 모듈 제작 체험 △발광다이오드(LED) 제작 체험 등 총 46개 교육과정을 개발해 꿈드림공작소를 운영 중이다.
◇청주공고 재학생, 대학보다 취업 선호…“웨이퍼 실습 재밌어”
청주공업고등학교는 SK하이닉스, DB하이텍, 네패스, 어보브반도체 등 전국 2위 규모로 반도체 산업이 집적된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기존 컴퓨터전자과를 '반도체전자과'로 개편하고 올해 첫 신입생을 선발했다. 청주공고 반도체전자과 1학년 총 120명은 26명씩 분반을 구성해 9월 한달 동안 매주 월요일 청주캠퍼스 꿈드림공작소에서 반도체 박막 장비 기술을 직접 체험한다. 한 대에 최고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반도체 장비를 가지고 산업현장과 똑같은 반도체 제조 환경에서 실습한다.
지난 11일 청주공고 1학년 26명이 폴리텍대 통학차량을 탑승해 청주대교를 지나 공단오거리에서 SK하이닉스 방면으로 1분 남짓 내달려 청주캠퍼스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한시간에 걸쳐 시설물 안전교육을 받은 후 반도체시스템과 클린룸에서 '반도체 산화 공정'을 실습했다. 직접 실리콘 웨이퍼에 산소를 주입해 산화막을 만드는 이론을 듣고, 직접 실리콘 산화막 성장 실습을 하고, 광학용 두께 측정 장비를 활용해 산화막 두께도 측정했다. 오후에는 '반도체 증착 공정' 실습이 이어졌다. 웨이퍼에 박막을 형성하는 '증착 공정' 방법 중 하나인 '물리적기상증착법(PVD)'과 웨이퍼 전면에 금속을 증착해 전도력을 끌어올리는 장비 '스퍼터(Sputter)'에 대한 이론을 듣고, 금속 박막 증착 실습을 했다. 유기물이 기판 위 특정 위치에 증착하도록 돕는 소재 '섀도 마스크(Shadow Mask)'를 이용한 금속 패턴을 형성하고, 패턴 형상을 측정했다.
학생들은 1학기에 학교에서 이론 중심 수업을 했다면 2학기 시작과 함께 폴리텍대에서 반도체 현장에서 쓰이는 고가의 장비를 직접 운영하며 학습 몰입도가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충현 학생(17)은 “전기나 항공산업에 관심이 있었는데 인문계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해당분야 취업)이 어려울 수 있어 차라리 반도체 특성화고를 알아봤다”면서 “폴리텍대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직접 만지고 실습을 하니 더 재미가 있다. 앞으로도 청주공고 도제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 경험을 계속 쌓아)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中企 시제품 제작에, 오창산단 유치원 학부모 진로체험까지
최근 청주캠퍼스 꿈드림공작소에는 지역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시제품 제작 수요가 늘고 다양한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단체들로부터 지원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우종식 청주캠퍼스 교수는 “폴리텍대는 진공증착기, 웨이퍼 식각기 등 고가의 반도체 공정 장비를 운영 하고 있다”면서 “때문에 신제품을 개발하는 지역 중소기업들로부터 사전 평가차원에서 '시제품 제작'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LG화학, 에코프로 등이 자리한 오창지역 유치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16일부터 꿈드림공작소 프로그램을 제공해 자녀 진로상담 등에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반도체·배터리 거점인 청주·오송 산단을 넘어 바이오 거점인 오송 등과 연계해 꿈드림공작소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주캠퍼스 꿈드림공작소는 운영과정에서 내년 준공을 앞둔 '반도체 인력 양성센터'와 시너지 효과도 크게 기대된다.
전상철 청주캠퍼스 교학처장은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하며 이론을 공부하는 학생부터 학부모, 기업체 임직원, 군장병 등 기술체험과 진로탐색을 위해 산업현장의 변화를 직접 체험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면서 “2025년부터는 반도체 인력 양성센터에서 더 많은 실습생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실제 현장에서 쓰고 있는 전·후공정 장비를 실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