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을 적용한 노트북용 중앙처리장치(CPU) '메테오 레이크'를 공개했다. 인텔이 EUV로 만든 첫 CPU로, 독자적인 패키징 기술까지 접목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인텔은 19일(미 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인텔 이노베이션 2023'을 열고 메테오 레이크를 발표했다. 인텔이 노트북 등 모바일 CPU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으로, 오는 12월 14일 정식 출시된다.
메테오 레이크는 '인텔 4' 공정으로 생산한 첫 제품이다. ASML EUV 노광 장비로 7나노미터(㎚)의 회로간격을 구현했다. 10나노 이하 회로 미세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인텔이 첨단 공정 구현에 성공한 것으로, 삼성전자와 TSMC의 추격 발판을 마련했다.
메테오 레이크는 또 '2세대 포베로스' 기술로 패키징된 것이 특징이다. 포베로스는 2018년 인텔이 개발한 3차원 적층 패키징 기술이다. 기존에는 범프 피치가 50마이크로미터(㎛)였으나 2세대에서는 36㎛까지 축소됐다. 범프 피치가 줄면 패키지 크기를 줄일 뿐 아니라 소비 전력과 신호 흐름도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메테오 레이크에는 또 두개의 신경망 컴퓨팅 엔진으로 구성된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됐다. 추론 등 단일 작업에서 두 엔진이 함께 작동하거나 독립적으로 작업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저전력 AI를 구현할 수 있다.
이 밖에 컴퓨팅 타일 구조를 채택, 효율성을 강조한 최신 E코어와 성능에 맞춘 P코어를 적용했다고 인텔은 설명했다. 연산 환경에 따라 적절히 코어를 배분해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설명이다.
인텔은 세계 최대 CPU 업체다. 노트북 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메테오 레이크는 하반기 삼성, LG, HP 등 노트북 제조사들에 공급돼 내년 신학기 수요에 맞춰 최종 완제품으로 출시되는 전략 제품으로 인텔의 시장 영향력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메테오 레이크는 또 인텔이 신성장동력으로 천명한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과 전략을 엿보여 눈길이 쏠린다. 인텔은 메테오 레이크를 만들 때 자체 EUV 공정 외 TSMC 등 외부 파운드리와 협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 측은 “외부 파운드리 활용도는 20% 정도”라며 “'IDM 2.0' 전략에 따라 지속적으로 외부 파운드리와 협력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인텔은 자체 제조를 우선하는 TSMC나 삼성전자와 달리 경쟁 파운드리와의 협력을 차별화로 내세우고 있다.
인텔은 이날 차세대 패키지로 주목 받는 유리 기판 기술 개발 현황도 공유해 주목됐다. 플라스틱 소재가 대부분이었던 기존 인쇄회로기판(PCB)을 유리 소재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유리 기판은 플라스틱 대비 표면이 거칠지 않아 미세 회로를 새기고 여러 칩을 결합할 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판 두께도 4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기판 회로 왜곡도 절반 정도 감소한다고 인텔은 설명했다. 인텔은 2030년까지 인공지능(AI)이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서버용 반도체 칩에 유리기판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10억달러(약 1조3200억원)을 투입, 연구개발(R&D) 라인을 구축했다.
바박 사비 인텔 조립 및 테스트 기술 개발 부문 총괄 부사장은 “10년간의 연구 끝에 인텔은 첨단 패키징에 활용할 업계 선도적인 유리 기판을 확보했다”며 “앞으로 수십 년간 주요 업체 및 파운드리 고객이 수혜를 누릴수 있는 최첨단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