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도전을 통한 신뢰', '변화를 통한 도약'을 새 화두로 제시했다. 끊임없는 도전과 결과로 변치 않을 신뢰를 형성하고, 능동적인 변화로 미래를 향해 도약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의미다.
오는 14일 취임 3년을 맞은 정 회장 리더십 아래 현대차그룹은 양적·질적 성장을 가속했다.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는 영업이익 2배를 달성했고 처음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 톱3에 이름을 올렸다.
수익성 강화는 현대차가 본격 추진한 믹스(차종별 구성비율) 개선과 제값 받기 정책이 주효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량이 줄자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으로 생산·판매를 집중했고, 딜러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줄이며 판매가를 정상화시켰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취임 후 글로벌 톱3 완성차 그룹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684만5000대를 판매해 토요타(1048만3000대), 폭스바겐(848만1000대)에 이어 3대 완성차 그룹으로 위상을 공고히 했다. 지난 2010년 이후 줄곧 5위 수준에 머물렀던 현대차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돌리며 2020년 4위, 지난해 3위까지 도약했다.
현대차의 글로벌 톱3 진입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 속에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정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적중한 결과다. 발빠른 전기차 전환과 제네시스 등 고급차 판매 비중 강화도 순위 상승 배경이다.
정 회장은 전동화 전환에 더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다. 올해 6월 발표한 새 중장기 전동화 전략 '현대 모터 웨이'를 통해 2030년 전기차 200만대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전동화는 물론 지속적인 내연기관의 고수익 창출, 미래 모빌리티 사업 확대를 위해 2023~2032년 10년 간 109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2030년 전기차 부문 10% 이상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현장 경영에도 힘썼다. 정 회장은 지난 9월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 공장을 찾았고, 같은 달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신공장 HMGMA 현장을 방문했다. 그룹 경영과 함께 부산엑스포 유치 등 대기업 총수로서 대외 역할에도 힘을 기울였다. 정 회장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가브리엘 파빌리온에서 열린 부산박람회 심포지엄 만찬에 참석해 해외 대표단 등을 대상으로 부산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 홍보에 앞장섰다.
앞으로 정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정 회장은 침체된 중국 사업과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재편 등 직면한 리스크에 대해 적극 대응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수년 동안 어려움에 처한 중국 사업은 수익성 제고와 이미지 개선을 추진해 반전을 꾀한다. 수익성은 공장 생산능력과 라인업 효율화에 나선다. 현대차는 2021년 중국 1공장을 매각하고 지난해 중국 5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올해 1개 공장의 생산을 추가로 중단할 계획이다. 향후 가동 중단 2개 공장은 매각하고, 남은 2개 공장은 생산 효율화를 추진하며 글로벌 모델 생산을 통해 신흥시장 수출 확대를 추진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전기차 현지 생산 확대, 부품 현지화로 대응한다. 배터리 수급 안정화를 위해 권역별 합작법인(JV)을 확대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배터리 JV를 내년부터, 미국 배터리 JV 2곳을 2025년부터 가동한다. 현대차그룹은 JV 3곳이 가동할 2025년 배터리 소요량의 20% 이상을 공급받는다. 유럽 내 배터리 JV 설립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이후 배터리 70% 이상을 JV로부터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기술 고도화도 중점 추진 과제다. 현대차는 SDV를 통해 고객에게 진화된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고, 제조에서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SDV 고도화를 가속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미래 사업 과제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해법을 찾기 위한 현대차의 움직임이 앞으로 더 분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