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펀드 GP, 보안 투자 고작 1.6%…힘 실리는 '사이버보안 전용 펀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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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보안 전용 펀드가 초격차 펀드 등과 중복투자를 이유로 감액 위기에 놓인 가운데 초격차 펀드 최종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된 벤처캐피탈(VC)·액셀러레이터(AC) 8곳의 보안 투자 비중이 현저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보안산업이 규제산업인 데다 투자성과 도출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특성상 투자자의 외면을 받아온 터라, 보안 유니콘 육성을 위한 전용 펀드 필요성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국내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초격차 펀드 GP로 선정된 8곳이 그동안 투자를 집행한 574건 중 보안 분야 투자는 9건으로, 약 1.6%에 불과했다.

앞서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는 지난 7월 말 초격차 펀드 GP로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코오롱인베스트먼트, 퓨처플레이(이상 일반 분야), 뮤어우즈벤처스, 에스벤처스, 크로스로드파트너스, 티케인베스트먼트(이상 루키) 등 8곳을 선정했다.

이 중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뮤어우즈벤처스, 크로스로드파트너스, 티케인베스트먼트 등 4곳은 보안 분야 투자가 전무했다.

더욱이 나머지 4곳이 투자한 9건을 살펴보면, 보안 분야로 분류되지만 몇몇 기업은 모니터링·인프라 등으로 전통적인 보안산업과 거리가 멀다.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가 시리즈A에 이어 후속투자(시리즈B)까지 집행한 오렌지스퀘어는 무인 환전 기기를 운영하는 외환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통한다. 퓨처플레이가 두 차례 투자한 도구공간도 자율주행 순찰 로봇 스타트업이며, 에스벤처스가 투자한 제트컨버터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재해 복구 및 클라우드 자동 전환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아주IB투자의 포트폴리오인 피플앤드테크놀러지도 출입통제 보안 솔루션을 보유했으나 병원·공장·빌딩 등을 대상으로 한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기업으로 볼 수 있다.

초격차 펀드 GP의 포트폴리오 중 인공지능(AI) 기반 비식별화 솔루션 기업 '딥핑소스'(퓨처플레이 투자)와 클라우드 보안전문기업 아스트론시큐리티(아주IB투자 투자) 두 곳만이 '보안'을 표방하는 기업이다. 특히 정보보호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회원사는 아스트론시큐리티 한 곳뿐이다.

이는 그동안 보안 분야에 냉랭했던 투자업계의 심리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보안 분야는 각종 인증 비용으로 인한 고정비가 큰 데다 다른 분야에 비해 성과를 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해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었왔다.

투자 유치를 돌고 있는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대표는 “사이버보안 기술이 어렵다 보니 제대로 이해하는 투자 심사역이 드물어 투자 유치 피칭에도 애를 먹는다”면서 “VC 입장에서 기술도 난해하고 국내에서 성장 한계가 분명해 보이는 보안 아이템으로 투자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안업계는 사이버보안 전용 펀드를 주장해왔다. 그 결과로 2024년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내년 예산안에 200억원 규모의 사이버보안 전용 펀드 조성안이 포함됐으나, 이마저도 감액될 위기에 놓여 업계 시름이 깊어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격차 펀드(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를 통해 사이버보안 분야 투자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이버보안 업종만 지원하는 펀드 필요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정책자금의 중복지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격차 분야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로봇, 빅데이터·AI 등 10대 분야 중 하나로 사이버보안이 포함돼 있어 VC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ISIA 관계자는 “사이버보안 분야는 다른 업종과 달리 규제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고 투자 대비 수익(ROI)을 내는데 장시간이 필요하다”면서 “AI·시스템반도체·로봇 등 트렌디한 업종과 한 데 묶이면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에 사이버보안 전용 펀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격차 펀드 최종 위탁운용사(GP)의 보안 분야 투자 현황
초격차 펀드 최종 위탁운용사(GP)의 보안 분야 투자 현황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