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억 속 풍경 색은 어떤 의미로 남아있나요?"
지난 1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다다프로젝트에서 'Glowing Colors'란 제목으로 민혜진의 개인전이 열린다.
우리 삶의 기억 속 풍경과 색을 감정이 겹쳐 쌓이는 선으로 표현한 민 작가는 오랜 미국생활에서 발현한 '한국미'에 대한 애정을 작품의 에너지로 삼는다. 작가의 질문 속에서 색은 풍경이 되고 빛은 시가 되어 '감성기억'의 조형언어로 재탄생한다.
'빛의 인상'들은 작품의 기억이 되어 '아름다운 계절'로 혹은 '서정적인 조형 시(詩)'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민혜진 작가에게 기억이란 '하나의 스토리텔링'이고, 장식(빛)과 색은 형식을 위한 기본수단이다. 색(color)은 빛과 함께 존재하기에, 모든 색은 무색(無色)이 아닌 유색(有色)일 수밖에 없고, 삶의 수많은 순간들은 다양한 색의 어우러짐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민혜진 작가는 "삶 속에 남아있는 우리의 기억이 어떤 색으로 남아 빛을 내는지 조용히 눈을 감고 떠올려 본다. 그 순간 자연스레 떠오른 감성기억들을 색(Color)과 선(Line)으로 확장해 표현한다"고 고백한다.
심연에 자리한 가장 소중한 순간(혹은 풍경)을 끌어내는 작업들은 '한국미를 향한 작가의 애정'과 관계된다. 작업의 모티브는 금동광배에서 발견한 빛의 확산에서 비롯되었다. 오로지 빛과 색의 감동에서 온 '영감의 발견'이다. 삶의 레이어가 다양한 선과 만나 '한국의 궁궐과 유물'들을 색의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삶의 반짝이는 순간들이 민혜진의 아름드리 작품 속에서 '하나의 찬란한 에너지'로 표출되는 것이다.
민 작가는 전시에 대해 "금동 광배의 화려한 넝쿨무늬와 세련된 연꽃무늬 장식은 어떤 방법과 기준으로 무엇을 위해 디자인되었을까? 또한, 그 무늬와 장식은 어떤 색과 함께 그 화려함을 빛내고 있었을까? 현대적으로 재 표현한 '문양의 창(Glowing Colors)'은 그 상상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밝쳤다.
한국미의 근원을 주제를 비추는 '금동광배'에서 발견한 작가는 화려한 넝쿨무늬와 세련된 연꽃무늬 장식 속에서 '빛과 색의 에너지'를 발견한다. 자신만의 컴포지션과 점-선-면을 연결하는 디자이너 특유의 감수성으로 과거를 현재에서 미래로 연결하는 '세련된 평면미학'을 탄생시킨 것이다. 겹겹이 연결된 선의 에너지는 Hydrangea(수국)에서 발견한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색과 빛의 레이어와도 결합되었다. 말 그대로 동서미감의 만남이다.
안현정 평론가는 "한국미의 심오한 정신성 속에서 전통과 현대를 가로지르며 '일상기억을 평면의 에너지'로 바꾸는 작업들은 색과 연동된 '정제된 단아함'으로 요약된다"며 "전통에 기반 한 한국미감을 향한 애정, 유행하는 미술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려는 열정, 그 실마리는 전통에서 빛을 찾아 일상에 머무르게 하는 유연함에 있다"고 평가한다.
만추의 가을에 스며든 아름다운 빛과 색의 향연을 통해 우리 삶의 서정적 메시지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전자신문인터넷 이금준 기자 (auru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