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024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최우선 기준으로 '약자복지'를 꼽았다. 이들은 생애 주기나 취약계층의 성격에 따른 세분화된 맞춤형 예산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경기 둔화 극복을 위한 미래 투자도 언급한 가운데 이공계 장학금이나 R&D 예산의 일부 증액 등을 시사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지 않은 탓에 정부와 여당, 여당과 야당 간의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예산안 심사방안'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과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에 있어 '약자 복지'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저소득층·소상공인·청년·어르신·장애인 등 도움이 절실한 분들을 위한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예산 심사 기준으로 5대 위협 요소에 따른 5대 분야를 제시했다. 이들이 꼽은 5대 기준은 △경기둔화 △인구구조변화 △양극화 △사회불안범죄 △기후위기 등이다.
경기 둔화 극복을 위한 예산에는 과학기술 연구인력을 위한 예산과 소상공인·농어업인 대상 정책 확대 등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대학연구기관 등에 신형 기자재 등 지원 △기초연구·출연연 등 현장 우려 불식 위한 보완 방안 강구 △민간 R&D와 대학 간 연계 촉진 위한 산학협력 강화 예산 반영 △비메모리반도체 등 대학연구소·중소기업의 혁신적 R&D 투자 증액 등이다.
소상공인과 농어업인 대상 예산 증액분으로는 △'소상공인 전기요금 특별 감면' 한시 신설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및 발행 규모 확대 △농어업인 면세유 사용 금액 일부 지원 △농사용 전기요금 상승분 일부 한시 지원 등을 꼽았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에는 지방소멸 방지를 위한 의료 대책 등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필수 의료분야 교수 확충 및 지방 중소병원 연계진료를 위한 인건비 지원 등의 예산을 추가할 방침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예산은 서민가정·노인·청년·장애인 등으로 세분화했다. 구체적으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대상, 저소득 전연령으로 확대(서민가정)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사업 지원 기간 연장(노인) △인턴 체류지원비 지원(청년) △장애인연금 부가급여 인상(장애인) 등이다.
사회·안전 분야 예산 증액분으로는 마약 방지·치료 지원 등의 예산이 주를 이룰 계획이다.
특히 기후위기 예산에는 △지하철역의 노후화된 에스컬레이터 시설 개선 및 전동차·버스 증차 △K-패스 교통카드 최소한 지원 횟수 확대 및 조기시행 및 명절 기간 전국민 반값 여객선 운영 등 대중교통 지원 △2030 NDC 목표 달성을 위한 탄소중립 투자 강화 등이 포함됐다.
다만 예산안 협상을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핵심은 R&D 예산의 증액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R&D 예산이 올해보다 5조2000억원(16.7%)이나 삭감된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해당 예산의 복원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관철하기 위해 '3% 성장률 회복'을 내세우며 여론전에 나섰다. 단식 투쟁과 회복 치료 과정에서 외부 일정을 자제했던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DDP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UP) 행사를 찾아 “삭감된 R&D 예산 복원, 투자 환경 개선 위한 모태펀드 확충 등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 지도부는 15일 대전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와 R&D 현장방문 등을 계획하고 R&D 예산 복원 등에 대한 메시지를 낼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R&D 예산 증액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은 당정 협의 등을 우선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여당이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다른 예산안에 대한 큰 폭의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예산 복원'이 아닌 '예산 증액'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한 R&D 예산 구조 개선에 명분이 있다는 주장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복원이라는 표현은 정부 예산안에 문제가 있다는 게 전제다. 정부안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당은 정부의 지출구조 개혁 시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그간 무분별하게 집행된 R&D 예산은 자세히 살피고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국가발전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의 확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보완하고 보강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