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반도체기업(IDM)은 기술과 제조 역량이 함께 발전해야합니다. ST가 연구개발(R&D)과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배경입니다. 한국에서도 시장과 고객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여러 계획들을 세우고 있습니다.”
유럽 최대 반도체 기업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가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칼을 갈았다. 시장 수요에 맞춰 공급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전력반도체와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아날로그 및 MEMS 등 ST 주력 제품이 대상이다. 선제적인 반도체 공급 능력을 확보해 주도권을 쥔다는 전략이다. ST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에 신규 반도체 공장(팹)을 건설하고 또 가동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제롬 루 ST 글로벌 세일즈및마케팅 사장은 전자신문과 만나 이같은 ST 전략을 공유했다. 루 사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전력 및 에너지 △AI 및 클라우드 커넥티비티 등 3대 메가 트렌드에 집중하면서 자동차, 산업, 개인용 전자기기 및 통신장비, 컴퓨터 및 주변기기 등 네 가지 주요 시장 부문에 혁신 기술과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속 가능성에도 크게 기여를 하는 '강력한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 ST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충분한 반도체 공급 능력이 없으면 IDM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ST 핵심 고객인 자동차·산업용 기기·통신·가전 시장 성장은 보다 많은 반도체의 혁신과 성능을 요구한다. 코로나 19 대유행 당시 반도체 공급 부족(숏티지)으로 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루 사장은 “신규 팹 건설과 12인치 반도체 웨이퍼 전환으로 제조 역량을 높이고 있다”며 “고객 요구에 부응해 제품 성능과 반도체 공급 역량을 향상시키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ST의 또 다른 전략은 '토털 솔루션 제공'이다. 고객이 필요한 주요 반도체를 모두 제공, 신속한 제품 개발과 시장 진입을 돕는 것이다. 넓은 제품 포트폴리오가 없다면 실현하기 어렵다.
루 사장은 한국 시장에도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고객과 사업이 잘된다면 ST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 고객의 기준이 높고, 요구 사항이 전문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부응할 수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ST 경쟁력이 통용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전자신문은 ST 글로벌 세일즈및마케팅 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처음으로 방한한 루 사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ST의 구체적인 전략과 목표, 그리고 한국 시장에 대한 의미와 사업 계획을 들었다.
-사장 선임 후 첫 방한이다. 현재 한국 시장 변화를 ST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지난 몇년 간 한국 시장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산업 전반에서 첨단 반도체 솔루션을 적용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기술 혁신 속도도 인상적이다. 코로나 19 대유행(팬더믹) 이전에도 5세대(5G) 이동통신 확장, 사물인터넷(IoT) 기기 채택 증가, 자동차 전장 기술 발전으로 반도체 수요가 높았다. 그러나 팬더믹 이후 공급망이 붕괴되고 수요 변동 등 유례없는 문제가 있었다. 어려운 과정 속에도 한국은 신속하게 변화에 대응하고 남다른 회복력을 보여줬다.
디지털전환(DX)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 소비자가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을 채택했다. 이러한 기술을 뒷받침하는 반도체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한국은 세계 반도체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고 본다.
-IDM으로서 ST의 사업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역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2025년까지 12인치 반도체 웨이퍼 생산능력을 2022년 대비 두배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탈리아 아그라테에서는 아날로그, 전력 및 MEMS 지원을 위해 신규 12인치 팹을 가동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주당 약 1000장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2026년에는 주당 8000장의 웨이퍼를 제조하는 '완전 가동'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프랑스 그르노블 근방에 자동차, 산업, IoT 고객 지원을 위해 신규 12인치 대량 디지털 반도체 제조 시설을 구축하려고 글로벌파운드리스(GF)와 합작 투자도 진행했다. 이 같은 행보는 경쟁력을 이어가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자동차 및 산업용 시장뿐 아니라 IoT, 통신 인프라 대상으로 글로벌 고객 저변을 넓히려면 우선 신속한 생산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등 화합물 반도체에 대한 투자도 가속화하고 있다. ST의 SiC·GaN 전략은 무엇인가
▲SiC는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이자 사업이다. ST는 자동차와 산업용 애플리케이션 분야에 ST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수십년동안 SiC 반도체 개발에 노력해왔다. 현재 고객 요구 지원과 시장 선도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ST는 성능·확장성·신뢰성 및 대량 생산 역량을 키워 품질 요구와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자체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SiC 기판 제조에도 상당한 투자를 진행했다. 이탈리아 카타니아에 건설 중인 통합 SiC 기판 제조 시설이 대표적이다. ST가 추구하는 건 SiC 사업을 위한 '수직 통합'이다. 웨이퍼 생산부터 반도체 칩 양산까지 수직 통합 체계를 구축, 공급 유연성과 지속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 6인치 경우 글로벌 프런트엔드 및 백엔드 역량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으며, R&D 라인에서 8인치 공정을 산업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에도 대규모 8인치 SiC 제조시설을 중국에 설립하기 위해 사난 옵토일렉트로닉스와 합작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시설이 가동되면 활발한 중국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GaN 경우 ST는 개인용 전자제품 고속 충전기로 소비자 시장을 공략 중이다. 점차 산업 및 자동차용 GaN 제품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시장을 선도하는 SiC와 마찬가지로, 각종 산업의 전동화와 디지털화에 따른 GaN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내·외부 주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SiC와 GaN 등 전력반도체가 ST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향후 시장 전망은.
▲실리콘(Si)은 여전히 중요한 소재다. 하지만 SiC는 고효율과 저전력, 고온 작동 성능으로 시장 점유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에 따르면, 전력 모듈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14.4% 성장, 148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와 재생 에너지 발전에 대한 수요 증가 덕분이다.
실리콘 기반 전력 반도체가 여전히 시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전기차에서의 SiC 모듈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명 주기 동안 에너지 사용량이 낮기 때문이다. GaN도 현재 고효율 소비자용 전원 공급 장치에서 향후 산업 및 자동차용으로 저변이 넓어질 것이다.
-ST의 한국 시장 투자 성과 및 계획은 무엇인가. ST코리아 역할은.
▲ST에게 한국 고객은 주요 '레퍼런스'다. 전자 부문에서 전문 지식과 역량이 높기 때문에 글로벌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 솔루션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도 굉장히 높다. ST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한국은 기준점이다.
한국 시장에 대응하려면 모든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 고객 지원도 최고 수준을 요구하고 부족한 점은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
한국 시장에 대한 ST 계획은 광범위하다. 시장 동향과 고객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ST 투자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장할 계획이다. 제품 솔루션 뿐 아니라 기술 생태계를 발전시키는데 적극 기여할 방침이다. 인재 개발과 연구 및 혁신을 가속화할 교육기관·연구기관·업계 파트너와의 협력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한국 시장에서 환경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친환경·지속가능성 투자에도 적극 나서겠다.
※제롬 루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글로벌 세일즈및마케팅 사장은...
1965년 프랑스 앙티브에서 태어났다. 파리 ISG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 및 마케팅 석사를 취득했다.
1988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전신인 'SGS-THOMSON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기획부서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후 모로코, 싱가포르,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ST 기업 성장을 위해 현장에서 뛰었다. 2006년 어셈블리및테스트(후공정) 아웃소싱 운영그룹 부사장으로 선임됐고, 2008년 글로벌 구매 총괄 업무도 함께 맡기 시작했다. 2012년 이후 중화권및남아시아 지역과 이후 아시아태평양 전체 세일즈를 관리했다. 2017년 아태 지역 세일즈및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1월 ST 글로벌 세일즈및마케팅 사장으로 임명됐고, ST 집행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