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린의 모습을 통해 임진왜란 당시와 현재의 연결고리는 물론, 이순신 장군이 남긴 의의를 더욱 잘 알 수 있을 것” 배우 정재영이 이순신 3부작 피날레 '노량'과 캐릭터 진린 포인트를 이같이 짚었다.
19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에 출연한 배우 정재영과 만났다.
'노량: 죽음의 바다'(20일 개봉)는 '명량'(2014), '한산: 용의 출현'(2022)에 이어지는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피날레로,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정재영은 조명연합함대를 이끄는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 역으로 분했다. 당시 중국어를 바탕으로 한 대사와 리액션은 물론, 이순신 장군(김윤석 분)과 부하인 등자룡(허준호 분), 왜군 측의 아리마(이규형 분) 등 세 국가 인물들과의 연결고리를 토대로 훼방꾼 느낌의 현실일면과 이순신 장군을 향한 깊은 우애를 모두 보이는 진린의 서사를 촘촘하게 보여주며, 작품 메시지의 현실무게감을 강조하는 데 한몫했다.
-진린 역 출연배경
▲제안과 함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개략적인 해전 서술과 함께 피날레의 먹먹함이 있었다. 또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마무리라는 생각에 참여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중국어 발음 등의 난이도가 상당한데, 캐릭터 준비과정은?
▲출연결정 이후 사실 막막했다. 한국어로서는 자연스레 읽혔지만, 기존 작품이나 유사 사극장르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당시 명나라의 말로 표현해야 하기에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중국드라마나 홍콩영화를 경험한 국내 관객들이 많을 것이기에, 어설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촬영 대여섯달 전부터 중국어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대사를 녹음해서 하루종일 듣고 외웠다.
또 저녁에는 100편 이상의 중국 사극물을 보면서 대사를 익혔다. 현장에서도 감독님의 연기지시와 별도로 중국어 선생님의 대사컨펌을 추가로 받았다. 지금 생각해도 쥐가 날 것 같다(웃음)
-진린 캐릭터가 좀 가볍게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사자성어 타입의 화법과 중국어의 4성조, 더구나 속도감 있는 광둥어를 구사하기에 다른 캐릭터들보다 대사에서 중압감이 안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진린 캐릭터 자체의 다혈질 성격때문에라도 그러한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노량' 속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감이 느껴지는 진린, 배우로서의 견해는?
▲이순신 장군이나 조선군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 훼방꾼 같은 느낌의 인물일 수 있지만, 명나라와 진린의 입장에서는 전쟁 마무리를 앞둔 상태의 현실주의적 인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극 중 '노야(어르신)'이라는 존칭대사에서처럼 실제 역사 속 자기보다 연하에 지휘계급도 낮은 이순신 장군을 애정하는 마음과 동질감이 배경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인 이상 개인적으로는 이순신 장군의 견해도 이해가 되고, 현재 세계분쟁 지역을 보는 우리의 시선들을 생각하면 현실주의적 견해도 이해가 된다.
영화 속 진린의 입을 통해 제기되는 이야기들을 통해 현재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한민 3부작 피날레 답게 '노량'의 해전액션신은 작품의 백미다. 그 가운데 진린으로서의 액션도 돋보이는데?
▲사실 찍은 것에 비해 10분의 1밖에 안나온 것 같다(웃음). '신기전' 촬영 당시 연습했던 노하우가 있어서 아주 힘들지는 않았다.
해전액션 모습은 시사회에서 봤는데, 정말 800명이 동원됐다고 들은 CG팀과 감독님의 디테일, 그를 구현한 기술의 완벽한 완성도를 본 것 같다.
실제 물 안에서 찍었으면 사실감 측면에서는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연결감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직 촬영중일 가능성이 높다(웃음)
-아리마(이규형 분)·이순신(김윤석 분)·등자룡(허준호 분) 등 세 국가의 언어를 모두 겪는 진린이다. 실제 현장은 어땠나?
▲아리마의 일본어를 중국어로 통역해주고, 그를 정리해서 중국말로 내뱉는 과정들이 쉽지 않았다. 대사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리액션 타이밍까지 생각을 해야하니까.
옛날처럼 한국식으로 에둘러서 간다고 생각해보면 유연해지기는 하겠지만, 그 흐름이 깨질 수 있기에 정공법 자체가 좋다고 판단했다.
또 소통이 중요한 현대극이 아닌 섬세하게 가다듬어야 하는 사극이기에, 애드리브 대신 합을 맞추는 데 중점을 뒀다. 한국어를 못알아듣는 척 호흡을 없애는 게 더 어려웠다(웃음)
모두 그 작품에 빠져나온 듯한 캐릭터들 간의 연기케미 가운데 김윤석 형의 모습이 돋보였다. 작품으로는 첫 호흡인데 갑옷과 수염 분장과 함께 자세나 목소리까지 믿음직한 장군의 모습 그대로였다.
-김한민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는 원래 성씨가 이 씨인 후손이 아닐까 할 정도로, 웬만한 학자 느낌의 애정과 지식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10년을 끌어오지 않았을까 이해하게 됐다.
또한 일상은 설렁설렁한 듯 하지만, 촬영현장에서는 누구보다 디테일했다. 시선 하나하나 정말 세세히 작업하면서 한컷한컷 조심스럽게 담으시더라. 그러한 고민들이 완벽한 결과물이 되지 않았나 한다.
-이순신 역할에 욕심은 없었나?
▲현대적인 시선으로 해석한다면 유머러스한 이순신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저하고는 결이 다르다.
몇 백년만에 나올까 말까 한 소신과 뚝심의 문무겸장이라, 저는 욕심내지 못한다.
-작품 전반의 원픽 장면을 꼽자면?
▲아무래도 명언과 함께 펼쳐지는 마지막 장면이 원픽이 아닐까. 다만 말보다 그 이후에 이어지는 장면서사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크다.
또 생사를 같이 나눈 전우로서의 시선으로 장군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장면 또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만족한다. 아울러 시나리오 상에서는 몰랐던 북소리의 여운이 복합적으로 남아있다.
-'노량' 진린 역을 마무리한 스스로의 만족도는?
▲처음 임했던 마음 그대로 이순신 장군 소재의 영화로서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큰 프로젝트에 함께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역사와 영화계 양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개봉 후의 결과와는 별도로,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감과 만족감이 크다. 물론 제 연기는 늘 그렇지만 무사히 끝나기만 바랄 만큼 스스로는 불안하다(웃음)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혹시 꿈에 안나타나실까 싶다(웃음).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