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EDoS는 반도체·OLEDoS는 디스플레이가 맡는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사업 조정
레도스, 초기개발단계 투자 확대
올레도스는 빠른 사업화 주력

삼성, LEDoS는 반도체·OLEDoS는 디스플레이가 맡는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중 하나인 '레도스(LEDoS)'를 사업화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레도스(OLEDoS)'를 맡는다.

레도스와 올레도스는 작은 화면에 초고해상도를 구현하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이미지를 표현하는 디스플레이면서 반도체 공정이 필요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간 사업 조정 및 역할 분담이 주목됐는데, 삼성그룹이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그룹 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사업을 조정해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에 반영했다. 레도스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DS) 부문이 추진하고, 올레도스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전자 DS 부문 'CSS(Compound Semiconductor Solutions)사업팀'이 레도스 개발사업을 총괄한다. CSS사업팀은 올해 조직개편 때 기존 LED사업팀을 확대 개편한 조직이다. 산하에 LED개발팀, 파워디바이스팀 등이 있는데 LED개발팀이 레도스를 담당한다. CSS사업팀장인 최윤준 부사장(전 LED사업팀장)이 개발 총괄을, 실제 개발은 LED개발팀장인 윤석호 상무(전 글로벌인프라총괄 LED기술센터 임원)가 맡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레도스 연구 비중을 낮추고 올레도스 개발·사업화에 집중한다. 새해 애플의 비전프로나 삼성·구글·퀄컴 연합의 확장현실(XR) 기기 출시 등으로 올레도스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 사업화가 빠른 쪽에 우선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기존 디스플레이연구소 소속이던 마이크로 디스플레이팀을 대표 직속 조직으로 독립시켰다. 기존 팀은 레도스·올레도스 개발 프로젝트인 'M프로젝트'를 전담했지만, 조직개편으로 독립한 팀은 올레도스 사업화에 집중한다. 사업 책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김성철 사장이 맡았으며 마이크로 디스플레이팀장인 최재범 부사장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종류. 이미지=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종류. 이미지=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레도스와 올레도스는 픽셀 크기가 수십 마이크로미터(㎛)인 패널이다. 1인치 안팎의 작은 화면에 수천 픽셀을 구현해 눈앞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게 지원한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확장현실(XR) 기기에 적합한 디스플레이다.

레도스와 올레도스의 차이는 크게 무기물과 유기물의 차이다. 쉽게 말해 LED로 픽셀을 만드는 지, OLED로 픽셀을 만드냐의 차이다. 단, 기존 디스플레이와 달리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초소형·초정밀 픽셀을 구현해야 해 반도체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레도스와 올레도스 모두 반도체 기판인 실리콘 위에 픽셀을 형성한다.

같은 반도체 기술 기반에도 레도스는 삼성전자가 맡고, 올레도스를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업화하는 건 진척도와 투자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레도스는 LED를 활용하는 만큼 사업 연속성에서 삼성전자 DS가 맡고, 또 초기 개발 단계여서 투자 여력이 큰 삼성전자가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올레도스 상용화를 위해 미국 원천 기술 업체인 이매진을 인수하고, 2세대 기술로 평가 받는 적·녹·청(RGB) 올레도스 기술도 진척시켜 더 강점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 효율적인 사업을 위해 역할을 명확히 구분한 것”이라며 “각사가 당장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맡았다”고 말했다.

레도스와 올레도스는 같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로 분류되지만 기술적 특성상 적용 대상은 다르다. 올레도스는 메타 오큘러스나 애플 비전프로와 같이 머리에 써서 눈앞에 큰 화면을 보여주는 VR 기기에 적합한 반면 레도스는 안경처럼 투명 글라스 위에 화면을 띄우는 형태의 AR 기기에 더 어울린다. 머리에 쓰는 방식을 소비자들이 선호할지, 안경 타입이 통할 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레도스와 올레도스는 서로 경쟁하듯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삼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만큼 어느 하나를 택하지 않고 동시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사업 재편과 관련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조직개편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