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옛 페이스북)가 2016∼2017년 국내 접속경로를 변경해 속도를 일부러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시정조치 처분이 대법원에서 최종 취소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21일 확정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자사 서버 접속 경로를 임의로 바꿔 SK브로드밴드와 KT·LG유플러스 이용자의 접속 속도를 떨어뜨렸다며 2018년 3월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진행하던 망 이용대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떨어뜨린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변경해 서비스 속도를 떨어뜨리면, 관련 민원은 통신사에게 몰리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불편을 일으킬 의도가 없었다며 처분 두 달 만에 행정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법원은 페이스북 손을 들었다. 방통위가 불복했지만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쟁점은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이 정보통신사업법상 금지된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인지 여부와 이용자 피해가 '현저하게' 증가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이 지연되거나 불편이 초래된 경우는 이용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경우까지 이용의 '제한'에 포함해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므로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자신이 제공하는 콘텐츠로의 과다 접속에 따른 다량의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전송·처리하기 위해 접속경로 변경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고 결코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CP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는 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영업상 허용되는 범위 내 있을 여지도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CP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는 원칙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령상 금지되는 이용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앞으로도 이용자 권익을 해치는 위법행위에 국내외 사업자 차별없이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
박지성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