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영역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전문가들로 통하는 이들 대다수가 AI 산업 발전을 위해 시급하게 육성해야 할 분야로 '인재'와 '산업생태계'를 꼽았다. 향후 중요성을 더하게 돼,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세부기술로 'AI 반도체'를 꼽기도 했다.
◇AI 산업 발전 키, 인재·생태계에 있다
'전자신문 2024 신년 기획 인공지능(AI) 전문가 서면 인터뷰'에 응한 13명 전문가들에게 'AI 산업 발전에 가장 시급하게 육성이 필요한 분야'가 무엇이냐는 물음을 던진 결과, 3분의 1에 해당하는 4명이 인재 육성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료 AI 솔루션 기업 루닛의 백승욱 의장은 “훌륭한 인재가 있는 곳에 혁신이 생기고, 투자금이 모이는 것은 변하지 않은 법칙”이라며 “인재 육성이 가장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의 AI 인재 확보가 어려워, 육성 노력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배순민 KT 기술혁신부문 AI2X Lab장은 “AI 인력 부족은 기업의 공통적인 애로사항”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우수 인재들이 유입·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는 더 나아가 “AI 스타트업이 인재 확보에 노력하지만 어려움이 있다”며 “글로벌 고급인력 유치에도 발 빠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인재 확보가 곧 우리 AI 산업 분야에 지속성을 더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재호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AI 전환'에 요구되는 지속성을 갖추기 위해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재와 더불어 산업생태계 육성도 AI 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사항으로 방점이 찍혔다. 전체 산업에 '빈자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홍락 LG AI연구원 최고AI과학자(CSAI)는 “AI 칩과 클라우드 등 인프라는 거의 전적으로 해외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많은 스타트업이 도전하고 산업생태계가 이뤄지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도 “전체 생태계 성장 관점에서 전략을 세우고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AI 민간투자 늘어날까? 문화 개선 '필요'
우리나라에 다소 부진한 AI 산업 영역의 '민간투자'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적잖은 이들이 곧 큰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김동현 코웨이 DX센터장은 “실질적인 결과를 만드는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AI 산업 민간투자는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배순민 Lab장 역시 “최근 AI 산업 관련 초기 투자 비용과 운영·보수 비용까지 절감되는 환경으로 발전하고 있어, 민간투자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물론 반대되는 의견도 있었다. 민간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이런 악조건을 타파할 기술 역량을 갖춘 기업이 나와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백승욱 의장은 “민간투자 위축은 전세계 트랜드로, 그럼에도 '뛰어난 팀'은 여전히 투자를 받는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수의 적당한 성과를 내는 기업이 아니라 세계를 이끄는 소수 기업”이라고 역설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민간 투자기업 등의 성향을 문제 삼기도 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투자금 회수에 급급하는 등 투자 문화 수준이 너무 낮다”며 “이런 문화로는 AI와 같은 신기술기반 사업화가 불가능하고, 세계적인 기업 탄생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하정우 센터장 역시 “투자자들이 AI 분야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는데, 정부에 대해서도 “테크 기업이 시존 산업 시장에 들어갔을 때 기존 플레이어들과의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해줘야 민간투자가 일어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AI 반도체, AI 산업 발전 '필수재'
'AI와 관련해, 우리가 앞으로 여력을 기울여 연구개발(R&D)을 수행해야 할 세부 기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던졌는데 절반 가까운 6명 전문가가 AI 반도체를 거론했다. AI 산업 발전에 AI 반도체가 필수 불가결한데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 기반도 이미 있다는 것이다.
박성현 대표는 “AI 반도체는 대규모 AI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재”라며 기술력 제고 R&D 필요성을 역설했다.
관련 영역에서 이름이 높은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AI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AI 영역에서 세계적으로 수출 경쟁력이 있는 분야”라며 “특히 메모리를 바탕으로 한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기술에 관심을 더 기울이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AI 이미지 코덱 기업인 블루닷의 전민용 대표는 더 나아가 “CPU나 GPU처럼 외산 제품에 의존하지 않도록, AI 반도체에 중장기적 R&D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AI 자체의 역량 강화에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차정훈 KAIST 홀딩스 대표는 “AI 진보는 알고리즘에서 시작하는 만큼, 기초 알고리즘 R&D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피력했고, 민옥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초지능창의연구소장은 “인공일반지능(AGI)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인기가 높은 '생성형 AI' R&D에 여러 주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배순민 Lab장은 “빅테크 기업과 직접 규모 경쟁을 하기보다, '소규모지만 최적으로 학습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독자 개발 중인 기업 간 협업으로, 국내 시장에 가장 최적화되고 효율적인 모델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