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해 9월 수립한 '디지털 권리장전'과 유사한 디지털 국제 규범 수립 논의가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에서도 활발하다. 새해 본격적인 디지털 신질서 논의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도 글로벌 논의에 참가해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강화할 전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해외 디지털 기본권 추진 동향'에 따르면, 주요국은 헌장 또는 선언문 등 형태로 디지털포용, 디지털 인권 등 기본권 원칙을 공표했다.
EU는 2022년 12월 '디지털 권리와 원칙에 관한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1개의 전문(Preamble)과 6개의 장(Chapter)의 본문으로 구성됐다. 사람 중심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EU의 약속, 데이터 보호, e-프라이버시, 노동자 보호, 사법 재판소의 판례 등 기존 디지털 정책을 기반으로 한다.
미국은 '인공지능(AI) 권리장전 청사진'을 2022년 10월 발표했다. 자동화되는 시스템 속에서 시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5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하는 게 골자다. 5대 기본원칙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스템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로부터 보호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 △사전고지 및 설명 적시 △인적 대안, 고려 및 대체((AI 대신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로 구성된다.
영국은 '디지털 규제 원칙'을 2022년 7월 발표했다. 디지털규제 원칙은 △성장 주도를 위해 디지털 부문 전반에 걸친 경쟁과 혁신을 촉진 △성장과 혁신이 시민과 기업에 해가 되지 않도록 영국을 온라인에서 안전하게 보호 △기본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번영하는 민주적 사회를 촉진하는 디지털 경제 형성 등이다. 영국은 2023년 3월 'AI 규제에 대한 혁신적 접근 방식' 백서도 발표했다. 백서는 AI 이용의 위험과 이익을 비교함으로써 적정 수준의 위험을 용인하고 혁신의 추진을 실행하도록 유연하고 일관성 있는 규제를 제안한다.
캐나다는 글로벌 국가중 가장 앞선 2019년 '디지털 헌장'을 발표했다. 헌장은 디지털 기술의 신뢰와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접근방식을 제안한다. 기술 및 인재, 혁신 실현, 프라이버시와 신뢰 등 분야에서 원칙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외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디지털 시대의 권리'를 2022 제정했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보호, 인터넷 접근권 등에 대한 내용을 명시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이 지난해 9월 디지털 신질서를 규정한 '디지털 권리장전'과 같은 맥락이다. 개별국가차원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디지털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며 올해에는 글로벌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KISDI는 “혁신과 규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새로운 질서가 요구되고 있는 디지털 심화시대에 이를 조화롭게 펼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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