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한·중·일 인공지능(AI) 삼국지가 펼쳐졌다. 국내 대표 전자기업이 빠르게 AI 저변을 확대하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기업도 AI 속도전에 나섰다. 제조업에서 공통적으로 강점을 지닌 한·중·일 세 나라가 AI 전환(AX) 시대 또 한번의 격돌을 예고했다.
중국 TV 제조사는 9~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였다. 글로벌 TV 시장 2위 하이센스는 1만니트(nit) 밝기 110형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신제품(110UX)을 전면에 내세우며 초대형·초고화질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주요 신제품에 AI 프로세서 '하이 뷰 엔진 엑스(X)'를 장착, 원본 영상을 8K급 초고해상도로 보정하고 색생과 대비를 향상해 최적화된 고화질을 구현한다고 소개했다.
독자 운용체계(OS) '비다(VIDDA)'를 활용한 AI 기반 맞춤형 레시피 추천 기능도 선보였다. TV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재료 등을 입력하면 AI가 레시피를 자동 추천한다. 냉장고와도 연결해 보관 중인 식자재 정보를 제공하고 부족한 것은 주문까지 가능하게 구현했다.
TCL도 AI 프로세서 띄우기에 집중했다. TCL은 세계 최대이자 최초로 2만대 이상 로컬 디밍존을 구현했다면서 115형 퀀텀닷(QD)-미니LED TV를 공개했다. 핵심 기술로 AI 프로세서 'TCL AiPQ 울트라'를 내세웠다. 화질 한계를 AI 프로세서로 극복하면서 화질, 음향 개선에 나섰다.
중국 업체들은 삼성전자·LG전자의 초대형 스크린 전략에 이어 차세대 프로세서 'NQ8 AI 3세대' '알파 11' 프로세서로 대변되는 AI 칩 활용 전략도 그대로 따르고 있다. AI를 활용한 푸드 서비스도 국내 TV기업이 먼저 선보인 것이다.
일본은 AI 결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래 자동차와 XR기기가 대표적이다.
소니와 혼다의 합작사 소니혼다모빌리티(SHM)는 AI를 활용한 미래차 '아필라'를 소개했다. 다양한 센싱 장비와 AI를 적용해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를 고도화한 것을 강조했다. 가와니시 이즈미 SHM 대표는 “'사람과 모빌리티의 관계 재정의'라는 주제로 ADAS를 위한 AI와 창조적인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서의 모빌리티를 내세웠다”고 밝혔다.
샤프는 올 여름 차세대 XR기기 시제품을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문자 시각화·이미지 생성 등 비즈니스 분야와 패션 코디 지원시스템·일정 관리 등 일상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한다.
한국 전자기업도 삼성전자, LG전자를 필두로 AI를 접목한 다양한 시도를 보였다. 삼성과 LG는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 제품 전면에 AI를 적용하며 '전 가전의 AI화'를 꾀했다.
CES 2024에서 나타난 한국과 중국·일본의 AI 행보는 AX 시대 3국간 새로운 경쟁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개국 주요 기업 모두 각각의 생존 및 혁신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TV를 포함한 가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지만 언제든 중국과 일본에 추월 당할 수 있다”며 “AX 시대에는 새로운 기회와 위험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정교한 대응 전략이 필수”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라스베이거스(미국)=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