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폐지 수순을 밟는 가운데 휴대폰과 통신서비스 유통을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휴대폰 비용 절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단말기 유통 제도 개편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지 주목된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 주도로 3개 법안이 발의된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완전자급제는 문재인 정부 초 단말기 유통구조개선 논의에서 대안으로 부상했다. 통신서비스와 단말 묶음 판매를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게 골자다. 통신서비스 유통망과 단말 유통망이 분리돼 각각 유통망 내에서 경쟁을 활성화하는 효과를 노렸다.
완전자급제 도입시 통신사 대리점은 요금서비스 판매·상담·수납 업무만 담당한다. 소비자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단말기를 구입한 후 통신사를 선택해 통신서비스에 가입하게 된다. 단말 유통은 삼성스토어, 애플스토어, 이마트, 롯데하이마트, 쿠팡, 11번가 등 유통점끼리 경쟁하면서 단말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를 노린다. TV·냉장고 가격이 각 유통채널별로 천차만별이듯, 단말 유통점간에 경쟁을 붙이면 휴대폰 가격도 내려갈 수 있다고 예측한 것이다.
통신사는 통신요금제·서비스 유통에만 집중해 고객 편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통신사는 단말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내려놓는 동시에 마케팅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단통법 폐지는 이동통신사가 자유롭게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게 해 휴대폰 지원금을 확대하는 효과를 노린다. 다만, 현재 이통사의 재무상황 등을 고려할 때 마케팅비 확대를 장담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완전자급제로 단말 유통망에 경쟁을 확대하면, 더 높은 단말 가격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정부는 단통법을 폐지하고도 25%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통신사가 마케팅비용을 극적으로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통망 자체 경쟁을 유도하는 완전자급제를 시행하는 게 단말기 가격 인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도 단통법 폐지시 완전자급제가 전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회 사무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조기열 수석전문위원)는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단통법 폐지안 검토보고서에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단통법의 개별 조문들은 이용자 보호와 공정한 유통한경 조성 등을 위해 존치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적시했다. 단통법 폐지에 신중론을 펼치면서, 폐지 시에는 완전자급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완전자급제는 20대 국회에서 김성태 옛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 박홍근 의원·김성수 전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의원이 발의했다. 당시 지원금 축소를 우려하는 유통점 반발과 정부 우려로 추진 동력을 얻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는 논의가 약화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거 다양한 완전자급제 법안이 발의됐던 만큼, 총선 이후 단통법 폐지안과 함께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