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AI·망 무임승차방지·디지털 포용…산업 육성·민생 법안 산적

〈21대 국회서 풀어야 할 ICT 법안〉
AI 기본법, 산업진흥·자율규제 조화 원칙
망 무임승차 방지법, 콘텐츠·통신사 협상의무 명시
플랫폼 자율규제법, 이용자 보호·상생협력 도모

과방위 계류 중인 ICT 주요 법안
과방위 계류 중인 ICT 주요 법안

21대 국회가 선거 레이스를 시작하며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지난해말 알뜰폰 도매대가 제공, 누누TV 방지법, 데이터센터 안전의무 강화 등 굵직한 주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아직 핵심 현안들이 남아 있다. 인공지능(AI) 기본법과 망 무임승차 방지법 등은 여야 7명 이상 의원이 발의할 정도로 공감을 얻었지만, 계류됐다. 디지털 포용과 디지털서비스 안전, 플랫폼 자율규제 등 민생 현안이 산적했다. 22대 총선 전후로 1~2차례 이상 법안 통과 기회가 남아 있는 만큼,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산업계 목소리가 높다.

◇AI 기본법

AI 기본법(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도 1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은 AI에 대한 개념 규정과 AI 산업 육성·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향성을 담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저작권 침해, 딥페이크 범죄 등 부작용도 막대하다. 현행법으로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피해구제가 어렵다. 사용자 보호뿐 아니라 AI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법 제정이 시급하다. 명확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기업들이 그에 맞춰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AI 기본법은 산업 진흥과 자율 규제 조화를 원칙으로,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측면에서 적절한 균형을 도모했다. AI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술개발, 학습용 데이터 구축 및 창업 지원 등의 근거를 마련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3년마다 '인공지능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공지능위원회', '인공지능 신뢰성 전문위원회', '국가인공지능센터' 등 관련 조직을 신설해 산업 진흥 컨트롤타워 영역을 맡긴다.

동시에 부작용에 선제 대응을 위한 고위험영역 AI를 정의한다. 고위험영역 AI에 대해서는 이용자 대상 사전고지와 함께 신뢰성 확보도 의무화하는 등 사업자 책무를 규정했다.

법안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여야 의원이 발의한 AI 관련 7개 법안 가운데 7개를 병합해 대표성도 지녔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우선허용·사후규제 원칙에 반대를 표하면서 지난 2월 법안소위를 통과한 뒤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 임기 내 통과도 불투명하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산출물에 대해 워터마크 도입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규제를 추가하는 부분에 대해 국회와 적극 소통하는 등 법안 통과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

2020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8개의 망 무임승차 방지와 공정기여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여야는 정쟁과는 별개로, 과방위에서 만큼은 지속가능한 인프라 진화가 가능하도록 통신사와 콘텐츠기업(CP) 등이 망에 공정하게 기여하도록 정책환경 조성에 노력해왔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거대 콘텐츠 기업과 통신사간 협상의무를 명시하는 게 골자다. 콘텐츠 기업에게 망 이용대가를 강제하거나 일정금액 이상을 내라고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기업과 통신사간 협상력 차이를 고려, '공짜 망 이용대가'를 금지한다는 상징 조항을 명문화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민간이 자율 협상에 나서도록 최소한의 공정 계약 의무를 부과했다.

8개 법안은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원활한 협상이 가능하도록 사업자간 협상을 유도하고 촉진하는 정책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전이 끝난 이후에도 세계 시장은 한국의 망 무임승차 정책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게 망 이용대가에 상응하는 경제가치를 일부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유튜브 등 초거대 트래픽 발생기업인 구글은 아직도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있다.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은 전용회선 비용 형태의 망 이용대가를 통신사에 지급한다.

과방위 의원들은 국정감사 때마다 망 무임승차 문제를 지적한다. 8명 의원의 발의는 과방위 법안 중 가장 많은 수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해당한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ICT 생태계의 공정한 발전을 위해 21대 국회가 반드시 해결해야할 의제로 손꼽힌다.

◇플랫폼자율규제법

구글, 네이버, 배달의민족,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의 사회적 영향력이 높아지며 '갑질'로 인한 이용자 피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 역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강력한 사전규제로 온라인플랫폼의 갑질 예방에 주력한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의 진흥과 이용자보호를 동시에 도모하는 방향으로 법률안을 고민했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플랫폼 자율규제 연구반을 구성해 연구를 하고 온라인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정부입법 형태로 발의했다.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인 것이다.

개정안은 디지털플랫폼의 법적 지위를 부가통신사로 규정한다.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 등 민간 주도의 다양하고 유연한 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부가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단체가 자율규제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는 자율규제 활동의 지원시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정부는 자율규제 확산에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부가통신사업자가 이 법에 따른 위반행위를 한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되 해당 부가통신사업자의 자율규제 활동 및 성과 등을 고려해 처분을 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유럽식의 강력한 규제와 미국식 자율 운영 사이에서 스타트업 혁신을 보호하되, 거대기업 갑질은 견제할 수 있도록 법률 장치를 마련하도록 조속한 논의가 필요하다.

2021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장면
2021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장면

◇디지털 포용법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디지털 포용법'도 수년째 국회서 계류 중이다. 반면 디지털 기술의 국민 생활영향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람 대신 키오스크, 로봇이 등장했지만 고령층은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디지털포용 법안은 누구나 정보기술(IT) 기기·서비스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접근성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고연령자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비롯한 모든 세대에 디지털 리터러시를 향상한다는 취지다.

지난 2021년 1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2년 11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디지털포용법안을 발의했지만 두 법안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치 못하고 있다. 법안에는 디지털 포용 기본계획 3년마다 수립·시행, 디지털포용위원회 설치, 디지털 취약계층 실태 조사 및 지원 등 정보격차 해소, 지역사회 디지털 역량 센터 설치 또는 지정 등이 담겼다.

현행법은 취약계층 중심의 정보격차 해소 시책 마련을 규정하고 있지만 전 계층 대상 보편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 포용과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책 주체와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통해 디지털 활용이 어려운 고령층이나 장애인들도 보편적으로 AI와 디지털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포용법을 제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디지털서비스 안정법

SK(주)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KT 아현지사 화재 사태 등은 디지털서비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디지털 재난은 과거 단순한 통신 불편 수준을 넘어, 국민의 사회·경제 활동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분산된 디지털 서비스의 안정성 관련 규정을 통합해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서비스 안전법 연구반'을 구성해 관련 법안을 연구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같은 정부의 문제의식을 반영해 '디지털서비스의 안정성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디지털서비스 안정법)'을 발의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에 산재한 디지털서비스 안전 관련 조항을 통합, 종합적 디지털재난 관리를 수행한다.

디지털 안전 법체계의 일원화를 통해 네트워크·서비스·데이터 등 디지털 전 분야에 대한 상시적·체계적인 재난관리를 수행하고, 기술 발전 및 서비스 유형 다양화 등 디지털 환경의 변화에 적시에 대비한다는 목표다.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관리계획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재난관리 체계 정비, 중장기적 정책 방향 설정을 위한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종합계획의 수립, 상시적 위기관리 조직인 디지털 위기관리 본부의 구성·운영 내용을 담았다. 디지털서비스의 국민 영향력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서비스를 중단 없이 제공하기 위해 법안 논의가 시급하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