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4는 모바일·이동통신을 넘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전시회로 한단계 진화했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군의 융복합 기술과 협업이 강조됐다. 통신사, 단말·장비 제조사가 한데 모여 AI로 돈을 벌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통신사들은 동맹을 통해 AI 주도권 확보도 꾀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한 MWC24에는 전세계 205개국에서 10만1000여명이 방문했다. 참관객이 10만명을 넘은 것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이후 5년만이다. 전시관을 차리거나 파트너로 참가한 기업수도 2700개에 달했다. 이중 절반 이상이 모바일 관련 기업이 아닐 정도로 산업군이 다양해졌다. 국내에서도 주요 통신사와 삼성전자를 포함해 165개 기업이 참가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했다.
올해 MWC 주인공은 AI였다. 국적과 업종을 막론하고 주요 기업 모두 예외 없이 AI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번 MWC에서는 차세대 이동통신과 스마트폰, 모빌리티까지 모든 분야에 AI가 접목되고 확산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협력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기술력 강화와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 각자도생보다는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SK텔레콤 주도의 글로벌 텔코 AI 합작사 설립이 대표적이다.
통신사들은 텔코 특화 소형언어모델(sLLM)을 기반으로 AI 컨택센터와 에이전트 등 다양한 적용사례를 선보이며 버티컬 영역에서 수익화 모델을 모색했다. 명확한 킬러 콘텐츠 없이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가 디지털 주도권을 빅테크에 넘겨주고 투자비 회수만 늦어진 5G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와 장비사간 이해관계도 엇갈렸다.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은 5.5G를 중심으로 네트워크 진화를 위한 투자 필요성을 촉구했다. 반면 통신사는 AI를 결합한 네트워크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6G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서브 테마로 다뤄졌다.
기기 측면에서는 온디바이스 AI가 화두였다. 갤럭시S24와 아너 매직6 프로를 중심으로 한 AI폰부터 샤오미·테크노의 보행로봇 등 AI를 탑재한 차세대 디바이스가 전면에 등장했다. 이를 겨냥한 AI 반도체 경쟁도 뜨거웠다. 엔비디아, 퀄컴, 인텔, 삼성전자 등 전통의 강자 외에도 AMD, ARM 등이 도전장을 던지며 데이터 처리 역량을 강화한 차세대 제품을 소개했다.
폼팩터 측면에서는 중국의 약진이 돋보였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링을 공개하며 차세대 웨어러블 주도에 나선 가운데 모토로라의 벤더블폰, 레노버 투명노트북, 테크노 롤러블폰 등 중국 기업들의 새로운 혁신 제품이 이목을 끌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향후에는 AI를 활용하는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을 벗어나 안경 등으로 진화할 수 있다”며 폼팩터 다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체 형태 도심항공교통(UAM)과 플라잉카 등 미래 모빌리티 혁신 제품도 이번 MWC24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전자신문 주최로 열린 바르셀로나 포럼에서는 AI가 통신·디지털 산업의 혁신성장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AI 진흥을 위한 규제개선, 투자에 있어서도 글로벌 협력이 확산돼야 한다는 공감대도 마련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