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혁신과 갈등…중재자는 어디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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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인간 사회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화 발전해왔다. 과거에는 혁신 기술이 나타나는 주기가 길었지만, 최근에는 혁신 기술과 서비스 등장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T)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온다. 인공지능(AI) 기술까지 급격히 발전하면서 이제는 변화 방향과 속도를 가늠 조차 하기 어렵다. 쏟아지는 혁신 기술과 서비스가 사회에 잘 녹아들면 긍정적이겠지만, 아쉽게도 최근 한국에서는 혁신이 있어도 녹아들지 못한다. 오히려 혁신으로 인한 갈등과 분열이 끊이지 않는다.

혁신은 필연적으로 기존 체제의 변화를 가져온다. 당연히 기존 체제에서 이익과 권리를 가진 기득권은 혁신을 반대한다. 때로는 기존 법과 제도가 혁신 서비스와 맞지 않아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중재자다.

혁신으로 인한 갈등 사례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는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다. 타다 운영사인 VCNC는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서비스 차질을 빚었다. 결국 지난 2020년 일명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통과되면서 사실상 서비스를 접었다. 그 결과 국민은 지금도 택시대란을 겪고 있다.

갈등 사례는 최근에도 끊이지 않는다. 로톡과 변호사 단체,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의사 및 약사 단체, 삼쩜삼과 세무사 단체 등은 여전히 갈등이 심각하다.

새로운 서비스를 들고 나온 쪽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쪽 모두 나름의 입장이 있다. 양쪽이 자신의 입장만 주장해서는 해결이 어렵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 등이 중재자로 나섰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워낙 입장이 첨예하니 중재자가 답을 내기 어려운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중재자가 역할을 하지 못하면 양쪽 모두에게 손해다. 어려운 문제지만, 답은 단순할 수 있다. 중재 역할을 해야하는 정부나 국회가 최우선 가치를 어디에 둘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바로 국민의 편익이다. 새로 등장한 서비스가 국민에게 편익을 줄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혁신 도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를 예롤 들어보자.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임시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자 국민은 이를 편리하게 활용했다. 이후 팬데믹이 종식되자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재진 환자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그랬던 정부가 전공의들이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병원을 대거 이탈하자 다시 비대면 진료를 확대 허용했다.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쪽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면 과연 정부가 지금처럼 허용할 수 있었을까? 정부도 비대면 진료가 국민에게 편익을 준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셈이다. 로톡 논란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법률 서비스를 쉽고 편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면 국민으로선 반길 일이다.

갈등이 길어지면 혼란만 가중된다. 정부는 '국민의 편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보다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서 갈등을 풀어야 한다.

[데스크라인]혁신과 갈등…중재자는 어디에

권건호 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