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 송중기, '집요한 생존연기 속 행복 향한 올곧음'(인터뷰)[종합]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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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다시 마주한 대본에서 '잘 사는 것'의 정의가 사람관계에서 비롯된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며 공감하게 됐다” 배우 송중기가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열연계기를 더한 작품 포인트를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에서 열연한 송중기와 만났다.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 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 분)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조해진 작 '로기완을 만났다') 원작 영화로, 7년만에 송중기가 다시 선택한 작품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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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는 탈북자 로기완으로 열연했다. 난민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낯선 땅 벨기에에서 고군분투하는 처절한 모습은 직전 영화 '화란'의 느와르풍에 이어 기존의 세련된 캐릭터감과는 다른 색다른 변신으로서 주목받았다.

또한 선주(이상희 분), 마리(최성은 분) 등 주요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서사를 표현하는 모습은 캐릭터와 실제를 아우르는 듯한 정서로 인식되는 동시에, 배우들의 감정호흡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배우매력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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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는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모습과 함께, '로기완' 현장의 기억과 배우로서의 소회를 솔직하게 밝혔다.

-연이은 어두운 컬러감의 작품을 택하는 이유?

▲원래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면서 작업하는 게 잘 맞는 편이다. 7년 전 마주했던 대본이 조금 수정돼서 온 것을 살펴보고 선택했다.

어두운 컬러감에 꽂혀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드라마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정서들을 영화에서 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선택한 것이다.

-7년만에 다시 선택한 '로기완', 어떠한 지점이 끌렸나?

▲7년 전 대본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어머니의 희생에 부담을 느끼는 로기완이 마리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에서 생각이 막혀서, 작품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을 뒤집었었다.

그 대본을 '재벌집 막내아들' 촬영 때 다시 접했을 때는 또 다르게 읽혔다. 특히 '잘 사는 것'의 정의가 사람관계에서 비롯된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며 공감하게 됐다.

제 환경의 변화도 일부 반영됐겠지만, 사람마다의 생각과 관심사가 시대별로 달라지듯, 저 스스로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진 게 주 요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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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완의 감정 톤 조절은 어떻게 했나? 사투리연기 준비는?

▲대본 속 감정선에 집중하려 했다. 물론 계속 고생길로 가는 기완을 보면서 '그냥 한국대사관 가면 안될까' 하며 조금은 편한 입장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방인이라는 관점과 함께 어머니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의 죄책감을 스스로 덜고자 하는 노력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투리 부분은 북한 관련 작품들을 전문적으로 해오신 총괄디렉터 분이 짚어주신 데 따랐다. 대본 상 로기완과 그의 엄마, 삼촌의 정서가 자강도 지역에 있을 듯한 느낌이라고 짚어주시며 실제 사투리를 이야기해주신 것을 토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순화시켰다.

-극 초반의 생존연기에 적극적이었다고 알려진다. 실제 어땠나? 그러한 생존연기의 소회는?

▲현지법 상 촬영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고, 원 대본상에 묘사된 얼어있는 강이 아닌 상태에서 현장 자체가 위험한 게 없었다. 해당 장면 전후로 세탁소에 가는 장면이나 노숙·방황 등 생존하는 과정들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했고 난이도가 있었다.

이러한 장면들을 연기하면서 현실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인 저와는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의 삶을 곱씹어보게 됐다. 물론 아내가 임신중이기도 하고 인간 송중기로서 많은 생각을 하던 시기였기에 더 그랬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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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완과 마리 사이의 깊어가는 로맨스 서사, 송중기의 해석은?

▲공통적으로 '어머니의 상실에 따른 죄책감'이라는 감정과 '행복한 삶과 그에 대한 자격'이라는 고민을 겪고 있는 존재들이라 생각했다. 살아남으려는 기완과 살기 싫어하는 마리, 상반된 시선의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행복한 삶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이라 생각한다.

기완의 입장으로는 원작을 보지 않고, 대본 상의 감정선에 따라 '자유의지로 잘 산다'는 해석을 사랑을 통해 이뤘다고 생각했다.

-송중기가 보는 마리와의 관계전환 시점과 그에 따른 표현?

▲대본 상에서는 씨릴(와엘 세르숩 분)과 함께 있던 공간에서 나와 마리의 집에서 엄마이야기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또한 현장에서 접근했을 때는 마리와의 식사 신이 그렇겠다 싶었다.

대본 상에서 가볍게 흘러가는 듯한 장면도 실제 찍어보니 교감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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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인물접점인 최성은(마리 역), 이상희(선주 역) 등과의 케미는 어땠나?

▲최성은과는 촬영돌입 후 1개월만에 세탁소 신으로 만났다. 딱 봤을 때 이제서야 장면호흡이 외롭지 않겠구나 싶은 마음과 함께, 자기정서를 잘 잡고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자기가 만족하는 연기감각을 위해 타협없이 접근하는 '집요함'이 있는 배우였다. 그와의 허물없는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

이상희 선배는 초반부터 힘을 다 빼고 저희의 연기들을 다 받아주려는 자세로 현장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마리와의 식사신에 더해지는 선주와의 서사 등 애드리브 형태의 장면은 물론, 서사를 촘촘히 쌓게 해주셨다. 또 현장에서도 많은 배우들을 다 챙겨주셨다.

-로기완과 송중기의 닮은 점?

▲임승용 대표(제작사 용필름)가 제게 “좀 더 적극적인 로기완이 된 것 같다”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처럼 아마 로기완에게 제 성격이 어느 정도 스며들지 않았나 한다.

물론 (최)성은과 감독님에 비하면 인간 송중기로서는 순수하지는 않은 것 같다(웃음). 다만 로기완처럼 올곧게 살려고 하는 마음은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그 마음은 과거도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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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만족도?

▲사연이 있던 작품인 만큼, 애착이 간다. 또 헝가리를 배경으로 한 스산한 분위기와 그 안에서 비쳐지는 '이방인으로서의 관점' 또한 우리 정서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멜로 전환점에 있어서 공감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해는 된다. 저도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그랬으니까. 하지만 재차 돌이켜봤을 때 그러한 지점들의 이해도가 컸던 것처럼, 다른 분들도 좀 더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배우로서의 책임감이 큰 듯, 제작욕심은?

▲제작유무를 떠나 책임감을 지니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이 없으면 주인공을 하면 안된다. 제작욕심은 있다. 그래서 회사가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일정부분 관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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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는 물론 글로벌 도전을 거듭하는 모습?

▲그러한 상황들이 재밌다. 다른 문화권의 배우들과 호흡하며 글로벌 영화들을 체감해보고 싶다. 그래서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와 함께 '로기완'과 비슷한 이방인으로서의 시선이 담긴 영화 '보고타' 등 국내행보로도 다양하게 인사드리고자 한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