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세액공제 확대는 미래 경제성장을 책임지고 국가 안보까지 좌우할 핵심기술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실제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은 AI·클라우드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은 미국·중국·이스라엘과 더불어 세계 4대 초거대AI 보유국일 정도로 민간의 기술력이 높다. 4년간 세액공제를 통해 약 2조3000억원 규모 마중물을 투입한다면 10년간 총 40조원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미국 등 선도국을 추격하고, 후발주자를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산업계는 기대했다.
◇AI·클라우드, 초고속 통신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
디지털경제연합과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ICT대연합),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주요 디지털·경제 단체는 AI와 클라우드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를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상 현행 신성장·원천기술에서 국가전략기술로 격상해달라는 입장이다.
조특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면, R&D 세액공제는 최대 30~40%, 시설투자 세액공제는 최대 15%까지 가능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4년간(2023~2026년기준) 세수 감소 규모는 2조381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세수 감소는 10년간(2023년~2032년) 39조9960억원 생산량 증가와 15만7549명 취업을 유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AI·클라우드 시장 뿐 아니라 국가 경제성장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와 초고속 통신 분야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기업 지원으로 국가 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만든 경험이 있다. 1980년대 정부는 반도체 제조용 시설재와 원자재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하하며 세제지원을 확대했다. TDX 분야에는 1981년 당시 거금이던 240억원을 정부가 직접 투입해 10조원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냈다. 초고속인터넷·5G 등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로 디지털 강국 도약의 밑바탕이 됐다. 다음 차례로 AI·클라우드는 6G, 양자 등 미래기술의 마중물이 될 것이 확실하다. 세액공제 확대를 통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와 산업계 의견이 일치한다.
◇수출·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
AI가 생성형AI 혁명을 통해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되며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핵심동력이라면, 클라우드는 AI 구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핵심 인프라다. 국내 통신사에 따르면 2025년 세계 AI·클라우드 시장은 1조7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AI·클라우드는 수출 정체 돌파구 역할도 가능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했다. 우선 AI 기술 자체로 새로운 수출원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24로 촉발된 온디바이스(기기내장형) AI기술은 스마트폰을 넘어 PC, TV, 카메라, 드론 등 정보통신방송기기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AI·클라우드는 인터넷서비스, 앱과 같이 언어장벽 영향이 덜한 분야로 손꼽힌다. 네이버는 사우디 네옴시티에 AI와 디지털트윈 솔루션 수출을 추진한다. SK텔레콤은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추진 중이다. KT는 사우디 디지털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태국에는 거대언어모델(LLM) 수출을 추진중이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업스테이지 역시 미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리벨리온, SK텔레콤, KT 등 국내 기업이 개발중인 AI 반도체도 수출 효자품목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국가전략기술 지정을 통한 세액공제는 기업이 수출을 위한 기술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한다. 스마트공장 패러다임이 과거 사물인터넷(IoT)과 센서 중심이었다면, 이제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NIPA는 생성형 AI 활용 기업은 연간 순이익 72%, 연간 수익 17%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 안보에도 AI 필수
전문가들은 AI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야 할 가장 큰 이유로 국가 안보 문제를 손꼽았다. 외교가에서는 이른바 '소버린 AI'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소버린 AI는 AI·클라우드 데이터 저장과 제어권을 역내에서 확보하도록 해 국가안보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세액공제를 통해 국내 기업과 기술을 키우지 않고 외국 서비스에만 의존할 경우, 국가 데이터 주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된다. 실제 AI 선도국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영국, 프랑스, EU, 일본 등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국가 차원 AI·클라우드 기술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체 기술력 확보를 위한 국가전략이 필요하며, 세액공제 확대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클라우드를 자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 대규모 R&D 자금을 투입한다. 기업이 실질적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연말 조특법 내에서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실질적 세제 혜택을 마련하는 게 필수다. AI·클라우드 세액공제 확대는 22대 국회에서도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박재문 ICT 대연합 사무총장은 “AI와 클라우드를 통해 대한민국이 디지털경제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민간 투자를 독려해야 한다”며 “AI·클라우드를 국가전략기술로 격상하는 방법을 통해 정부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