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의 감정을 떠올리며 표현한다는 것 자체는 난이도가 있었다”, “일희일비하지는 않고 계속 내자고 생각한다” 다이나믹 듀오가 데뷔 20년의 자소서와 함께 묵묵한 힙합 발걸음을 옮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아메바컬쳐 사옥에서 정규10집 '2 Kids On The Block' 발표(28일 오후 6시)를 앞둔 다이나믹 듀오와 만났다.
'2 Kids On The Block'는 10대 소년 김윤성(개코), 최재호(최자)에서 20년 다이나믹 듀오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감정들을 시간순서로 나열한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브라스 포인트의 재치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피타파 (Feat. pH-1, JUNNY)'부터 다이나믹 듀오 특유의 말맛나는 래핑과 리듬감을 느낄 수 있는 '911 (Feat. 태버)', 과감강렬한 가삿말을 더한 트렌디한 느낌의 'Dramatic (Feat. 허성현) (Narration by 정만식)'(드라마틱), 한국적인 정서와 힙합의 분위기를 아우른 듯한 '다리 없는 새 (Feat. 크러쉬)', 다소 무게감 있는 정서의 '다시 태어나도 (Feat. 비와이)' 등의 신곡들이 우선 수록된다.
또 지난해 Part.1, Part.2 두 싱글로 발표된 'Intro (Narration by 이병헌)'(인트로), '19', '하루종일', '피리부는 사나이 (Feat. dj friz)', '정우성이정재 (Feat. 피식대학)', '눈물점', '시간아 멈춰 (Feat. 릴러말즈)' 등이 더해져 다이나믹 듀오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현실적인 위트감각들을 보여준다.
다이나믹 듀오는 새로운 앨범과 함께, 9년만의 역주행곡 'AEAO',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미션음원 'Smoke' 등 인기절정을 달린 지난해에 이어 자신들 본연의 음악질주를 거듭할 것을 예고했다.
-정규10집 발표계기?
▲개코 : 저희 대표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파트를 쪼개서 내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AEAO, SMOKE 등의 곡들이 흥행하면서 집중하느라 마무리가 늦어졌다.
▲최자 : 앨범단위로 내기 힘든 상황에서 회사를 설득해 내게 됐는데, 좀 여유있게 접근하다보니 수록곡 숫자도 조금 늘고 곡 전체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앨범 테마의 아이디어?
▲개코 : 사실 저희들의 이야기를 들은 제작사분과 10대 소년들의 랩스타 성장기 드라마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의견을 나누면서 아이디어가 비롯됐다.
▲최자 : 수입 CD 상점을 찾아다니며 시작됐던 우리들의 음악시작과 함께 시대적 배경에 맞춰 곡들이 배치돼있다. 곡 만드는 것 자체는 괜찮았는데, 즐거운 일도 안좋은 일도 있었던 지난 날의 감정을 떠올리며 표현한다는 것 자체는 난이도가 있었다.
-추가된 곡?
▲개코 : Dramatic(드라마틱)이다. 911이 한참 전성기를 달릴 때의 이야기라면 다리없는 새는 그 이면의 어두움을 담고 있다. Dramatic 역시 냉소하고 다크한 느낌이 있어서, 너무 무게감이 이어지나 싶었다. 하지만 다시 회복하는 분위기를 강조하는 데 좋겠다 싶어서 수록했다.
-타이틀곡을 '피타파'로 택한 이유?
▲개코 : 현재 다듀의 모습을 그린 곡이자, 무대에 섰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곡이라고 생각했다. 멜로디도 많고, 음원적으로도 잘 되는 곡과 공연하기 좋은 곡을 두고 고심 끝에 결정했다.
▲최자 : 전체적으로 과거서사의 무거운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면, 마지막으로는 밝은 곡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트로의 이병헌, 'Dramatic'의 정만식 등 배우들의 내레이션은 어떻게 성사됐나?
▲최자 : 저희가 기본적으로 영상에 대한 애정도 깊고, 배우에 대한 동경이 있다. 긴 서사가 있는 정규10집인 만큼 배우들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언뜻 떠올랐던 게 이병헌 형님이었다. 결혼식때 축가를 불렀던 인연으로 (이)민정 배우를 통해 섭외했다.
▲개코 : Dramatic 내레이션은 마스터링 이틀 전 마음 한켠에 신경쓰던 말들을 넣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정만식 형님을 떠올리며 추진했다. 냉소적인 가삿말을 더한 느와르 색감의 노래라 잘 맞겠다 싶어 연락했는데, 작품 촬영중이었던 형님이 쉬는 틈에 25개나 내레이션을 보내주셨다. 숙소 안팎을 아우르는 내레이션을 통해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셨음을 깨닫고 배우는 다르다 싶었다.
-곡 전반이 다이나믹듀오 다운 유려한 라임이 돋보인다. 그에 따른 고민은?
▲최자, 개코 : 스타일, 분위기 등 다양한 중점과 함께 들었을 때 기분좋은 음악을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서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를 염두에 두고서 일부러 가다듬기도 한다.
-AEAO 역주행, SMOKE 흥행 등 소회?
▲개코 : 휴가중에 AEAO 바이럴 이야기를 듣고, 그제서야 틱톡을 설치해 살펴보고 회사에 획인해달라고 했다. 아이돌이나 배우 사진을 포인트에 맞춰서 합성하는 것에 이어, 립싱크까지 하나의 유행놀이로 자리잡았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또 의성어 같은 발음들이 해외 분들께 잘 받아들여진 것도 같다.
-불화없는 20년 우정?
▲개코 : 3~4년 전부터 그런 질문들을 받고 있다(웃음). 30년 넘게 함께 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돌이켜보면 음악취향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면모를 배려하면서 시간을 쌓아온 덕분이 아닌가 싶다.
▲최자 : 저희는 보통의 팀들과는 달리 음악으로 뭉치기 이전에 벌써 친구였기에 위기가 잘 없다. 다듀1집을 만들기 위해 각자 학교를 다니면서 제작을 해야했던 그 상황이 위기라면 위기였을 것이다.
-20주년에도 핫할 수 있는 비결?
▲개코, 최자 : 과거에는 앨범활동과 함께 성과가 보였다면 지금은 개인취향 존중의 시대라 알 수 없다. 그래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계속 내자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떻게 잘 비쳐진 게 아닐까 싶다.
-20주년 프로젝트?
▲개코·최자 : 연말 공연준비와 함께, 1~10집 테이프를 한정판으로 제작중이다.
-다이나믹 듀오의 기반은 무브먼트 크루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당시의 기억은?
▲개코 : 드렁큰타이거 형부터 윤미래 등 크루 중심에 계셨던 분들이 저희를 존중해주시고 방송활동과 콘서트 등의 기회를 주셨던 만큼, 음악적인 기반을 잡을 수 있었다.
▲최자 : 지금보면 촌스러울 수 있지만, 저희 안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간이다. 지금처럼 인기장르가 아니었던 힙합 뮤지션들이 함께 뭉치면서 강해질 수 있었다.
-한국힙합의 대표 격인 아티스트, 소회?
▲최자 : 단순히 흉내를 벗어나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언어에 맞게 구조를 맞춰가면서 점점 더 성숙해진 것 같다. 그것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확고한 정체성으로 자리잡힌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
▲개코, 최자 : 저희는 그저 저희의 활동을 열심히 해나가는 것으로 회사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활동은 놓칠 수 없다. 생계가 달려있다(웃음). 다양한 무대들로 교감하는 행보를 거듭하는 동시에, 틈틈이 해외공연을 해나갈 것이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