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게임규제 강국

박정은 통신미디어부 기자
박정은 통신미디어부 기자

게임 산업을 향한 규제 칼날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회사를 도박과 사행성 콘텐츠를 권장하는 집단으로 '악마화'하는 조짐도 보인다. 산업 진흥과 육성을 위한 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2022년 대비 10.9% 감소했다. 대부분 게임사 역시 실적 부진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위기 극복을 위해 회사 전반에 대한 조직 쇄신은 물론 수장 교체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수익 모델과 서비스 플랫폼, 게임 장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변화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 K게임에서 나타나는 색다른 시도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넥슨이 지난해 출시한 해양 어드벤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는 영국 영화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가 매년 주최하는 게임 분야 시상식 BAFTA 게임 어워즈 2024에서 '게임 디자인' 부문을 수상했다. 시프트업이 개발, 이달 26일 출시 예정인 '스텔라 블레이드' 또한 현재 전세계 콘솔 게임 시장에서 뜨거운 화제작이다.

반면 정부와 국회의 게임산업에 대한 관점은 달라보인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총 38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가운데 절반 가까운 비중이 손해배상제 도입과 확률형 아이템에 관련된 규제 법안이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제도는 업계의 적극적인 준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산업 전체를 평가절하하는 용도로 언급되는 처지다.

건강한 게임 생태계 조성을 위해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사회적 합의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진통은 수반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는 이제 막 글로벌 시장에서 틔우기 시작한 K게임의 싹을 자라나게 할 수 없다. '게임규제 강국'이 아닌 게임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균형감 있는 지원과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