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이어 SK키파운드리와 DB하이텍이 국내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시제품 제작을 지원한다. 국내 주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모두 참여하는 것으로, 제작 공정 폭도 넓히며 'K팹리스' 육성에 속도를 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팹리스산업협회, 삼성전자 파운드리·SK하이닉스·DB하이텍·SK키파운드리 등은 23일 경기 성남시 판교창업존에서 제6회 팹리스-파운드리 상생협의체를 개최했다. 이들은 올해 팹리스 챌린지 추진 계획과 팹리스 스타트업 육성 방안 등을 논의했다. 중기부와 팹리스협회, 국내 파운드리 4개사는 중소 팹리스 애로를 해결하고, 상생협력 성과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 2022년 협의체를 발족했다.
협의체에서 국내 파운드리 모두 올해 팹리스 챌린지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팹리스 챌린지는 중기부와 국내 파운드리가 유망 팹리스 스타트업의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공정 이용 기회와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MPW는 웨이퍼 한 장에 팹리스가 설계한 여러 설계물을 제작하는 것으로, 제품 출시 전 성능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시제품 검증이나 연구 목적으로 주로 활용된다. 2022년과 지난해 두 차례 실시한 사업에는 삼성 파운드리가 총 10개 팹리스 MPW 제작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 지원 규모는 5개사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삼성전자가 3개사를 지원하고, SK키파운드리와 DB하이텍은 각각 1개사를 맡는다. 중기부는 8인치 웨이퍼 공정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팹리스 업계 의견을 반영했다. SK키파운드리와 DB하이텍은 모두 8인치 반도체 공장(팹)을 보유했다.
8인치 공정에서는 전력반도체와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을 비롯한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범용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 성숙공정이지만 2년 전만 해도 파운드리 업계가 8인치 공급 부족 현상을 겪었을 정도로 수요가 여전하다. 공정 제조 비용도 12인치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전기차 산업 확대에 따라 고전압을 견디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이에 특화된 유망 팹리스 발굴을 기대할 수 있다.
중기부는 공정과 무관하게 기업당 최대 1억원을 지원했던 기존과 달리 올해 사업은 8인치 공정 최대 1억원, 12인치 공정 최대 2억원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중기부는 다음달 21일까지 팹리스 챌린지 참여기업을 접수한다. 창업 10년 이내면서 내년 6월까지 시제품 제작을 마칠 수 있는 팹리스면 신청할 수 있다. 기술성과 사업성 등을 평가해 6월 중순 선정기업을 발표한다.
조경원 중기부 창업정책관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과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으로 업계 어려움이 가중되지만 수출 증가 등 반도체 경기도 점차 회복하고 있다”면서 “중기부는 중소 팹리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초격차 프로젝트, 대기업 협력 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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