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성장세의 K컬처가 버추얼 아티스트들의 성장 기세로 풍성해지고 있다. 한때 화제성 요소 또는 현실 연예인의 아바타 격으로만 치부되던 버추얼 아티스트들은 현재 독립적인 정체성을 인정받으며 K컬처의 새로운 방향성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엔터테인&에서는 최근 버추얼 아티스트들의 모습과 인기요인, 미래상 등을 확인해본다.
현재 인기 버추얼 아티스트들은 가요계부터 여러 인플루언서 영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가요계는 다양한 그룹형 버추얼 스타들이 존재한다. 보이그룹 플레이브는 최근 발표한 미니 2집 'ASTERUM:134-1'으로 초동 56만 장의 판매고와 함께 오는 6월 열릴 '2024 위버스콘 페스티벌'을 비롯한 국내 음악축제 무대에 초청받으며 확고한 국내 팬심을 입증하고 있다.
또 음악방송 출연과 함께 화제를 모은 넷마블 F&C-카카오엔터 합작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메이브(MAVE), 지난해 9월 '이세계 페스티벌'과 함께 첫 오프라인 콘서트를 펼친 '이세계아이돌', 지난해 10월 단독 콘서트를 펼친 펄스나인(PULSE9) 소속의 걸그룹 이터니티(ETERNITY) 등 버추얼 걸그룹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로는 스마일게이트와 자이언트스텝이 론칭한 K PLUS 소속 한유아,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제작의 써브라임 소속 리나, 로커스엑스가 완성한 에스팀 소속 모델 오로지, YG PLUS 소속 AI 모델인 이안, 세나 등이 있다.
또한, 네이버 쇼핑 라이브 쇼호스트로 활동 중인 이솔, 롯데홈쇼핑이 선보인 멀티테이너 루시 등의 엔터테이너들은 물론 마케팅 전문 기업 미디언스가 론칭한 버추얼 휴먼 태리, 네오엔터디엑스가 제작한 직장인 리아 등의 일반형 인플루언서들도 활약 중이다.
이처럼 버추얼 아티스트들은 엔터 영역을 넘어 생활 전반까지 활약 중이다. 애초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 정도로 인식됐던 이들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다양한 요소들을 더해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소위 '부캐' 신드롬 격의 화제성과 함께 현실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소통을 위한 실시간 라이브 기술이나 SNS 등의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현실 인물만이 아닌 가상캐릭터로서의 소통역량이 높아진 것이 우선 활약 배경으로 꼽힌다.
또한, 생성형 AI(인공지능)나 딥페이크 등 그래픽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소위 '불편한 골짜기'를 넘어 현실 몰입감을 높이게 된 점도 이유로 거론된다. 여기에 엔터산업의 패러다임이 음악·영상 등의 콘텐츠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옮겨가면서 현실 아티스트들의 캐릭터화가 강조됨에 따라, 이에 적용할 수 있는 버추얼 아티스트의 연구가 가속화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한계점은 존재한다. 완벽한 그래픽 모델링과 딥러닝 등 표현영역에서 아직은 한계가 있고, 딥페이크나 모션 추적 기술을 활용한 현실인간 기반의 버추얼화는 정체성 여부의 정립이 완벽하지 않다. 이와 함께 현재까지는 일반 대중과 인격체로서의 유대감을 마련하기 위한 소통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그에 따른 고민은 여전히 업계의 숙제이다.
아이돌 팬덤 스케줄앱 '블립'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버추얼 아이돌 관련 설문 결과, 외적 요소가 아닌 인간적 성격과 멤버케미(34.3%), 음악(29.1%) 등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만질 수 없는 존재인 버추얼 아이돌임에도 현실적인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플레이브를 비롯한 버추얼 아이돌이나 인플루언서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은 단순히 콘텐츠 소비가 아닌 '휴머니티' 관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작점 자체는 다양하지만, 팬심으로 거듭날 때의 시선은 여느 스타들 못지않다”라며 “이러한 흐름은 대중문화로 표현되는 다양한 주류기준들을 확장, K컬처의 다양화와 경쟁력 향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