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노조 파업 직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가 창사 55년만에 처음으로 노조 파업 사태에 직면했다.

삼성전자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것은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전삼노는 이날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사측의 태도에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즉각적 총파업이 아닌 연차 소진 등 방식으로 단체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조합원에게 6월 7일 하루 연차를 소진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이날부터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24시간 파업 농성도 진행한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약 2만8000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2% 수준이다. 조합원 전원이 단체 행동에 돌입하면 회사가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1월부터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전삼노는 2월 노사 임금협상 결렬 이후 중앙노동위원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다.

전삼노는 “아직은 소극적 파업으로 볼 수 있지만,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며 “실패하더라도 1호 파업 행동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28일 8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전삼노는 “사측이 준비된 안건 없이 교섭을 진행했다”며 “모든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교섭 중 노조 측이 고성, 반말 등을 계속해 대화가 어려워져 사측 위원들이 퇴장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 사업인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DS 부문에서 14조 88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삼노는 “현 상황은 노조 리스크가 아니라 '경영 리스크'”라며 “일한만큼 보상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마음 때문에 직원들 사기가 떨어져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1월부터 8번에 걸쳐 본교섭을 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사는 임금 협상, 성과급 제도, 장기 휴가제도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앞서 임금인상률을 두고 사측은 5.1%, 노조측은 6.5%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노사협의회에서 별도 임금 조정 협의를 진행해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평균 5.1%로 정했다.

성과급 제도와 관련해서도 전삼노는 EVA(경제적 부가가치)가 아닌 LG나 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투명하게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장기근속휴가가 각각 10일로 확대된 것과 관련해서도 노조 측은 “노조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 내 초기업노조는 성명을 통해 “전삼노의 회사를 공격하는 행위와 타노조 비방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삼성전자의 단체협약·임금 교섭 방식과 결과는 타 관계사들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기업 노조에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삼성전기 존중지부 등 5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조합원 수는 1만9800여명으로 추산된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