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기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게임 시장은 코로나 종식 후 급격히 위축됐다. 지난해 큰 폭으로 감소한 게임 업계 매출 또한 유저 이탈을 방증한다. 그러는 동안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권 절반은 중국산 게임이 차지했다. 국내 게임사가 소위 '돈이 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로 대부분 이름을 올린 반면, 진입장벽이 낮고 대중적인 캐주얼 게임 장르는 해외 게임사가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앱 사용 시간 기준 한국인의 하루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5시간에 이른다. 전반적인 게임 시장 침체에도 모바일 게임 이용 시간은 오히려 전년 대비 증가했다. 게임 이용률과 업계 매출이 감소했는데 이용 시간은 증가했다는 사실은 언뜻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이는 코어 유저만이 남아서 게임을 장시간 플레이하고 있고, 가볍게 즐기는 캐주얼 유저는 기존의 '게임판'을 대거 이탈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모바일 게임 나아가 게임 산업이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기존에 흥행이 보장됐던 장르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게임을 출시하여 유저 선택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한다. 짧고 가벼운 콘텐츠를 선호하는 Z세대에서부터 경제력을 지닌 30~40대 직장인까지 폭넓은 유저층에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이 필요하다.
이달 글로벌 출시가 예정된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은 유저 간 실시간 협력과 직접 조작 전투 경험을 결합한 캐주얼 협동 액션 모바일 게임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세븐나이츠 키우기' 깜짝 흥행으로 실적이 반등한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로 방치형 장르 연타석 홈런에 도전에 나선다. MMORPG 대표 주자인 엔씨소프트까지 '리니지' 지식재산을 활용한 방치형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특정 장르에 편중해 성장을 거듭해 오던 K게임은 이제 변화의 기로에 섰다. 시장 내 다양성의 실현으로 산업 뿌리를 굳건히 하고 대중에게 사랑 받으며 업계가 재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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