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연례 주요 회의 중 하나인 경영전략회의(전 확대경영회의)를 28일과 29일 개최한다. 배터리 계열사 SK온 살리기와 관련 논의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인공지능(AI)와 반도체를 화두로 꺼냈다.
SK그룹이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4년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경영전략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등과 함께 SK그룹 CEO들이 모여 주요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회의에는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CEO 등 30여 명이 참석한다.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회장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경영전략회의는 통상 하루 동안 진행됐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1박2일간 진행된다. 토론 시간도 대폭 늘려 대부분 일정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이번 회의에서 AI·반도체를 화두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미래 성장사업 분야의 투자 재원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과 방법을 집중 논의한다.
SK그룹은 AI용 메모리 제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서버 구축에 최적화된 '고용량 DDR5 모듈' 등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 AI에 필요한 모든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
최 회장 역시 AI 협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에서 'AI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모색한다. 앞서 웨이저자 TSMC 회장 등 대만 IT 업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 AI 및 반도체 분야 협업 방안 등을 논의했다.
SK그룹 관계자는 “AI 시대를 맞아 향후 2~3년 간 HBM 등 AI 생태계와 관련된 그룹 보유 사업 분야에만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논의 배경을 밝혔다.
CEO들은 연초부터 각 사별로 진행 중인 '운영 개선' 강화와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을 통한 재원 확충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운영 개선은 기존 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제반 경영활동이자 경영전략이다.
부진을 겪는 SK온을 살리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측은 이번 회의에서 경영원칙과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며 합병 등 구체적 실행사항은 각 사가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SK 고유의 경영체계인 SKMS 실천 및 강화를 위한 토론도 진행될 예정이다. SKMS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지난 1979년 처음 정립했으며 지난 45년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며 고도화되고 있는 SK 경영의 근간이다.
SKMS는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1980년 유공, 1994년 한국이동통신, 2012년 하이닉스 등 대형 인수·합병(M&A)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으로도 작용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최 회장이 강조해 온 내실 경영을 통한 투자 여력 확대와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과 방법론을 도출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
조성우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