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김재중, 20년간 ‘한결같은 멋짐’

사진=인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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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김재중은 기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사랑해요.”


참고로 기자 본인은 이름과 달리 남성이다. 전혀 대비하지 못한 발언에 처음엔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김재중이 이렇게 말한 이유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 ‘참 김재중답다’라고 납득을 했다.

김재중이 이렇게 말한 이유에 대해서는 본 인터뷰 마지막에 설명할 계획이니, 궁금한 독자는 뒤에서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 가수 김재중

먼저 본업인 가수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게 맞을 듯하다. 애초에 이날의 인터뷰는 김재중의 데뷔 20주년과 이를 기념하는 정규앨범의 발매에 맞춰 진행된 자리였고, 무엇보다 김재중 본인이 시작과 동시에 앨범을 꺼내 들고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이어갔으니 말이다.

자신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이자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음반인 ‘Flower Garden(플라워 가든)’에 대해 김재중은 “20주년 기념 정규 앨범이고, 지금까지 공을 들이지 않은 앨범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이번이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 20주년을 기념한다기보다 20년 동안 해왔던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앨범이다”라고 설명하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재중의 말대로 ‘Flower Garden’은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총망라한 앨범으로, 두 가지 버전으로 앨범을 발매한 것 역시 이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김재중은 “앨범이 2종류인데 한가지는 내 과거를, 다른 하나는 현재를 담았다. 과거 버전의 콘셉트 포토를 보면 옛날 그룹 시절 모습이 있다. 옛날 콘셉트를 지금 내 몸에 입혀 ‘영웅재중 시절’의 모습을 다시 표현했다. 요즘 Y2K가 다시 유행해서 시도 했는데, 막상 다시 하려니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도 영광스러운 과거고, 그때를 회상하는 팬에게 굉장히 소중한 사진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버전 앨범에는 지금 내 모습이 담겼다. 성숙한 모습이 많다. 그렇다고 ‘나이가 들었으니 어른스럽게 할게’의 의미가 아니라 지금까지 해왔던 내 감성을 담은 것이다. 소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그런데 팬들은 아무래도 과거 버전을 좀 더 소장하고 싶어할 것 같다”라며 웃었다.

앨범의 버전을 따로 제작하진 않았지만, ‘Flower Garden’에는 미래에 대한 의지도 수록곡으로 표현했다.

김재중은 “수록곡 중에 ‘The Light(더 라이트)’와 ‘Concrete Heart(콘크리트 하트)’라는 노래를 미래로 꼽고 싶다. 살면서 나이를 먹으면 외부에서 권하는 대로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소리를 왜 들어야 하는지 거부를 하는 메시지가 ‘The Light’에 담겼다. ‘나는 빛이고 빛 속에 살고 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가겠다’는 내용이다”라고 곡에 담긴 메시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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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재중은 무언가가 떠오른 듯 잠시 생각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는 “내가 빠른 생일이고 만 나이가 표준이 되면서 단숨에 나이가 두 살이 내려갔다. 그런데 내 동급생은 다 마흔이 됐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는 ‘너도 마흔’이라고 하고, 나는 젊고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아직도 그러고 다니냐’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아직도 갓 20대 같은 느낌이다. 억지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순수했던 청년이었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직 조금 더 건강하고 젊을 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현역 가수로서 여전한 무대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다시 앨범으로 돌아와, 김재중은 앨범 타이틀을 ‘Flower Garden’이라고 정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꽃같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사람도 있고, 잔디처럼 잔잔하고 바탕이 돼주는 사람도 있다. 그런 분들 덕분에 내가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었다. 20년 동안 나를 떠나갈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를 넘어 꾸준히 바탕이 돼 준 것이 고마워 뭐라도 하나 더 해보자 하는 생각이었다. 타이틀곡 ‘Glorious Day(글로리어스 데이)’도 한 송이로 시작해서 가든이 되는 과정을 표현했다. 크고 작은 사랑 모두 소중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라고 앨범 타이틀에 얽힌 팬 사랑을 전했다.

더불어 타이틀곡 ‘Glorious Day’에 관해서는 “영광스러운 날이 어제, 오늘, 내일이 될 것 같다는 내용이다. 가장 전성기였던 시절도 영광스러운 날이지만, 지금도 영광스러운 날이다. 진짜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나에게 뭔가 할 수 있는 임무가 있다는 게 고맙다. 내가 무언가를 하면서,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좋다. 가사 안에 ‘함께’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혼자였으면 영광스러운 날이 없을 것이다. 함께여서 영광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20년이라는 시간을 꾹꾹 담아낸 ‘Flower Garden’이지만, 발매 직전 다소 아쉬운 일도 있었다. 발매를 위해 제작된 앨범 8만 여장을 전량 폐기하고 다시 앨범을 찍어낸 것이다.

김재중은 “뒤늦에 오자가 발견돼 기존 앨범은 폐기하고 다시 찍기로 했다. 스티커로 해당 부분만 수정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20년이라는 시간을 담아 공들인 앨범인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난 멘탈이 강해서 혹평을 해도 상관없는데, ‘과연 이 앨범으 과연 혹평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다. 20년의 내공이 담긴 앨범이고, 내 모든 정성을 쏟았다. 그만한 시간과 정성은 혹평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례로 내 곡이 전체적으로 다 키가 높다. 그런데 나는 그런 곡 매 콘서트마다 20곡 이상을 라이브로 다 부르고 있다. 그런 내공이 담긴 앨범이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콘서트가 언급되자 문득 김재중 스스로는 자신을 아이돌로 생각하는지, 록커로 생각하는지도 궁금해 졌다. 사실 그동안의 솔로 활동과 무대를 보면 장르적으로 김재중은 록커로 구분하는 편이 더욱 타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재중도 이런 시선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재중은 “나도 록커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앨범에도 록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다. 물론 ‘그게 무슨 록이야’라고 말할만한 장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요즘 록은 무조건 헤비하거나 하드하지 않다. 또 나라마다 가요적인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고 있다.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또 한 페스티벌에서 김재중이 ‘GLAMOROUS SKY(글래머러스 스카이)’를 열창하는 모습이 라르크앙시엘(L'Arc~en~Ciel)의 하이도(HYDE)와 닮은 것 같다는 말에 김재중은 “정말이냐? 나는 보컬적으로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라며 웃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고, 음악에 맞는 비주얼의 성격을 하이도를 오마주한 건 맞다. 좋아하면 닮아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여서 그런 것 같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하이도는 김재중이 지금까지 열정을 잃지 않고 가수로서 활동하게 만들어준 원동력을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재중은 “예전에 일본에 한 방송에 출연했을 때 MC와 따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국은 아이돌 가수 수명이 왜 이리 짧은 거냐? 내가 본 수십 팀이 해체했다’라고 해서 조금 생각이 깊어진 적이 있다. 그런데 하이도와 엑스재팬의 요시키 같은 분들이 환갑이 다 됐는데도 예전 그 비주얼 그대로 음악을 하고 있더라. 그걸 보고 ‘나는 왜 안 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평생을 무대를 누비는 가수로서 살 것을 다짐했다.

사진=인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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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인 김재중

‘데뷔 20주년 가수’라는 수식어와 함께 김재중에게는 ‘경영인’이라는 수식어도 추가됐다. 현재 소속사인 인코드를 설립하면서 CSO(최고전략책임자)를 함께 역임하고 있기 떄문이다.

현재 인코드는 김재중 본인과 더불어 연내 데뷔를 목표로 새로운 그룹도 준비 중에 있다. 김재중이 직접 회사를 설립하고 경영에 뛰어든 것은 업계에 작은 변화를 가져오고 싶다는 소망에서였다.

김재중은 “1인 회사를 폄하하는 건 아닌데, 지속적으로 음악을 하고 쇼를 하려면 1인 회사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내 판단이다. 나 하나를 위해 그 많은 스태프를 꾸리고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1인 회사는 나만의 자유로운 회사, 심플하게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원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더 어렵다”라고 회사 설립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작품을 유지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회사가 필요했다. FA로 나오고 연락도 많이 받았는데, 조건을 따라 쫓아가고 싶지 않았다. 난 세상의 일부를 좀 바꾸고 싶은 꿈이 있다. 우리나라에 표준계약서가 생긴 것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작은 변화가 큰 바람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경영인으로서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김재중은 이를 위해 물밑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며, 업계 관행처럼 굳어진 악순환을 끊을 비전도 가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했다.

“이것이 모험일 수도 있는데, 모험이 되지 않게 하려고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왕성하게 일을 하는 중이다”라고 일을 연 김재중은 “예를 들어 회사를 계속 키우려고 하다 보면 기존의 아티스트들이 서운해 하는 경우가 있다. 기존 아티스트의 연차가 쌓이고, 회사가 새로운 걸 하려고 하면 자기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회사를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나는 이걸 막을 비전이 있다. 정말 회사를 나가고 싶지 않게 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그런 게 있으면 진작 했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솔직히 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에 대한 리스크를 겁내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생각은 실제 김재중이 회사를 경영하는 기본 방침이기도 하다.

김재중은 “회사를 설립했으니, 당연히 경영에서는 여기서 나올 신인 아티스트가 즐겁게 음악할 수 있게, 선배로서 잘 도와줘야 할 것 같다. 사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숫자가 주는 냉혹한 현실을 봐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딱딱해질 때가 있다. 아티스트들이 플레이어가 바라는 것 잘 못 집어낸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부분도 알고 있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교감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가수 못지않게 열과 성을 기울이고 있는 회사 경영인 만큼 김재중은 하루 빨리 그 결과물을 세상에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김재중은 “음식으로 표현하면, 막걸리 밑에 깔려 있는 탄산같은 기분이다. 빨리 흔들어서 터트리고 싶다. 우리 회사가 데뷔 멤버를 곧 공개한다. 나와 매니지먼트 대표의 경력을 합치면 거의 50년의 힘을 합쳐 구성한 멤버다. 우리 멤버들은 여기가 처음인 친구도 있고, 다른 데서 온 친구도 있다. 이 친구들이 올해 데뷔할 예정이다. 회사를 운영하는 두 명의 수장이 내공이 다르다. 급작스럽게 만든 회사라고는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자신감의 원천을 세상에 공개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사진=인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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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김재중

잘 알려졌다시피 김재중은 하나만 겪어도 멘탈을 회복하기 어려운 일들을 여러 차례 겪었음에도 중심을 놓치지 않고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사건 중에서도 가장 그를 힘들게 했고, 멘탈을 단련시킨 일은 극심한 사생팬의 만행이었다.

김재중은 “수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고, 기본적으로 멘탈이 강했다. 그런데 이건 (사생팬은) 정말 심했다. 이번 앨범에 ‘하지마’라는 노래가 그에 대한 이야기다. 이거는 정말 H.O.T.도 나에게 안 될 거다. (동방신기) 멤버들도 내가 가장 심했다고 했다”라고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가장 심할 때 다른 세상으로 도망가야 멈출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한 명에게만 시달려도 정말 고통스러운데, (그런 사생팬이) 엄청 많았다. 심지어 그때는 내가 괴롭힘을 당했는데, 내가 나빴다고 했다. 내가 상해를 입었는데도 내가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고 벌금을 냈다. 그런 시기를 겪고 나니까 멘탈이 세졌다. 웬만한 걸로는 멘탈이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라고 당시를 소회했다.

또 이날 김재중은 점점 완전체 재결합이 멀어지고 있는 동방신기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드러냈다.

재결합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 곧바로 “그렇다”라고 답한 김재중은 “다만, 다시 모인다고 해도 각각의 음악을 다 섞지는 못할 것 같다. 같이 하면 댄스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무릎을 수술을 해서 관절이 좋지 않다. 안무를 한다면 조금만 양보를 해달라라고 부탁해야 할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어그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도 다 20주년이니 서로 의미 있는 곳에서 무대를 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경이다. (다른 멤버들과) 직접 연락을 하고 소통을 하면 너무 좋은데, 몇몇은 지인을 거쳐서 하고 있다. ‘친해지기 바라’를 찍어야 할 것 같다. 그런 게 좀 안타깝다”라고 씁쓸해 했다.

혹독했던 시기와 무거운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날 인터뷰에서는 조금 더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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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김재중 계열 미소년 계보’가 그렇다.

김재중은 K팝 아이돌 미소년 계보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으며, ‘김재중 계열 미소년 계보’에는 현재 최고의 미남으로 꼽히는 쟁쟁한 이름이 다수 포함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나오자 김재중은 이날 인터뷰 중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부정의 대답을 내놓아 웃음을 선사했다.

김재중은 “어디서 절대 그런 이야기 하지 마라. 그분들은 멋짐이 폭발하는 분들이다. 나는 중성적인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예쁘장하게 봐줘서 ‘미(美)’를 붙여준 거 같다. 사실은 ‘미비하다’의 미(微)라면 괜찮다. 내 과거 사진 너무 촌스럽고 이상하다. 그런 짤들 나오면 다 넘겨버린다”라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다만 그 와중에 단 한 명, 김재중 스스로도 인정한 닮은 꼴 미남이 있긴 했다. 김재중은 “사실 NCT 태용은 너무 비슷해서 놀라긴 했다. 지금은 나보다 더 샤프하고 멋있지만 처음 봤을 때 그랬다. 잘생기고 실력도 좋은 후배라서 나까지 기분이 좋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밖에도 많은 이야기가 오간 인터뷰였으나, ‘20년 전 꿈꿨던 모습과 지금은 얼마나 비슷한가’라는 질문이 마지막으로 김재중에게 주어졌다.

이에 김재중은 즉시 “1도 근접을 안 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아이돌력을 아직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전혀 상상 못 했다. 20년 전에는 지금쯤 누군가의 아빠가 됐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팬도 반반이다. 내가 연애를 하면 인정한다는 분도 있고, 절대 하지 마라는 분도 있다. 팬때문에 가정을 안 만든 건 아니다 살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제야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삶이 됐는데, 얼마나 즐겁겠나?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애는 차후로 밀리게 됐다. 집에 가면 맨날 결혼 언제 하냐는 말만 듣고 있다”라고 장난스럽게 신세 한탄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것을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이야기로 하기엔 조금 아쉽다는 생각에,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아름답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달라’라고 추가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본 인터뷰 서두에서 밝힌 문제의 발언이 튀어나왔다.

김재중은 “중간에 잠깐 휴식기를 갖고 유학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때 떠났으면 영어 실력은 조금 늘었을 수 있지만, 너무 많은 걸 놓친 사람이 됐을 것 같다. 붙잡아준 팬에게 정말 감사하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걱정도 많았고 혹한기가 있었는데 꿋꿋이 응원해주고 함께 있어줘서 너무나 감사하다”라고 말하고는 기자를 향해 “사랑해요”라고 덧붙였다.

당연히 이는 기자와 기사를 통해 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고, 이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지도 않다.

단, 김재중의 이 모습이 그의 과거 모습과 겹쳐 보였기에 새삼 반갑고 감동적이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여년 전, 김재중은 한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꼬박꼬박 ‘질문하신 기자님 어디 계신가요? 꼭 눈을 보고 답변드리고 싶어요’라며 정말로 모든 기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답변을 했다.

솔직히 당시에는 반쯤은 ‘유별나다’라는 생각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이 김재중이란 사람의 진심이고 매력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김재중에게 “사랑해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 사람은 그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과거에도 지금도 한결같이 멋진 사람. 그게 바로 김재중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