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스(GF)가 질화갈륨(GaN) 반도체 공세를 본격화했다. 정부 보조금을 통한 생산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력 및 기술 확보에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내년 GaN 파운드리 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SK·DB 등 국내 파운드리 업계와의 각축전도 예상된다.
최근 GF는 타고르의 GaN 반도체 설계자산(IP)를 사들여, 포트폴리오를 대거 확충했다. 2011년 설립된 반도체 팹리스 타고르는 GaN 무선주파수(RF) 및 전력 반도체를 개발하는 곳이다. 매입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반도체 IP 뿐 아니라 GaN 개발 인력까지 흡수한 만큼 상당한 투자가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
GaN은 기존 실리콘 대비 고속·고출력·고효율 특성을 보유한 화합물 반도체다. 높은 전력 효율성과 내구성을 갖춰 충전기·전기차 전원장치·이동통신 기지국 등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GF는 이번 인수로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팹에 GaN IP 최적화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GF는 버몬트 주에 있는 8인치 팹을 GaN 파운드리로 전환 중으로, 올해 2월 확정된 반도체 보조금 15억달러(약 2조원) 중 일부를 투입할 계획이다.
GF가 GaN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던 동력으로 정부 지원이 지목된다.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뿐 아니라 버몬트 주정부의 지원도 예상된다. 버몬트 주정부는 GF를 앞세워 버먼트를 GaN 허브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지 대학과의 협력으로 인력 확보도 지원할 계획이다.
GF는 미 국방부로부터 3500만달러(약 480억원) 규모 지원도 받았다. GaN 반도체는 RF 및 전력 반도체로 주목받는데, 안보 핵심 군용 통신에도 많이 쓰인다. 미국 국방부가 GF를 통해 군용 GaN 반도체 공급망을 견고히하려는 이유다.
GF의 GaN 사업 행보로 한국 주요 파운드리 업체와의 경쟁도 예상된다. 국내 주요 8인치 파운드리가 수익성 개선 및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GaN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모두 내년 양산 체계를 갖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8인치 파운드리의 GaN 전환을 위해 핵심 장비인 MOCVD를 구축하고 있다. SK키파운드리도 자체 GaN 반도체 개발을 올해 안에 끝내고 내년 양산을 준비한다. DB하이텍 역시 내년 양산 계획이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양산 준비 속도가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내년 본격 사업화하는 것은 대동소이하다”며 “치열한 고객 쟁탈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GF도 이르면 내년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GaN 전력 반도체 경우 내년에는 주류인 실리콘 전력 반도체(슈퍼정션)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수요가 한층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체 GaN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211억달러에서 연평균 6.1% 성장, 2028년에는 28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