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디지털 전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세계 각국의 무역 장벽이 두터워지는 등 기업들의 대내외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표준협회도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기업 수요에 맞춰 변모하고 있다. AI분야 인력 양성부터 AI기술 스타트업 발굴, 표준화 전략 수립, 원자력 품질 인증, ESG 솔루션까지 다양한 영역을 지원하며 기업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맡고 있다. 강명수 한국표준협회장은 “국내기업이 급격히 변화되는 기업 환경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표준협회는 표준과 품질에 대한 대표기관이다. AI 사업을 추진한 이유는.
▲협회는 전통적인 품질 중심의 전문기관이라는 정체성에 매몰되면서 오랜 기간 사업 정체기가 있었다. 지난 몇 년간 AI에 대한 산업적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관련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협회의 주요사업 분야인 교육, 인증, 표준에 있어서도 AI는 커다란 기회이자 위협이었다. 새로운 트랜드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만들고자 AI 기술이 산업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초기부터 시장조사, 전문가 확보 등의 많은 준비를 했고 흐름을 놓치지 않고 다양한 사업을 발굴했다.
-현재 추진하는 AI 분야 사업은?
▲협회는 AI분야의 인력양성, 기업 활용 지원, 인증, AI기술 스타트업 발굴사업, 표준화 전략수립 지원, 국가품질상 품질분임조 빅데이터·AI부문 신설 등 다양한 AI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지역 ICT이노베이션스퀘어 사업을 통해 재직자 중심의 AI, 블록체인 인재 양성을 5년째 맡고 있다.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 운영을 통해선 AI 전문 인재를 3년째 양성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에서 지정한 '첨단산업&디지털선도기업' 운영지원기관으로 엔비디아, 인텔, LG전자 등 다양한 선도기업과 디지털을 넘어서 첨단산업의 인재양성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AI를 통해 산업 발전을 유도해 다양한 첨단산업이 함께 융합 발전하는 방향으로 교육을 설계, 확대하려고 한다.
협회는 이와함께 AI 분야에서 세계 최초 인공지능 품질 인증인 AI플러스(+) 인증을 2020년에 개발했다. 이 인증은 ISO/IEC 25051, ISO/IEC 25059, ISO/IEC 42001 등 국제표준을 기준으로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다.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등 가전업계는 대부분 제품에 AI+ 인증을 받고 있다. 또한 신한카드, 포스코이앤씨, 코맥스, 이지서티, 지투파워, 동광전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품질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ISO/IEC 42001(인공지능경영시스템) 인증은 AI 시스템을 책임 있고 윤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경영 시스템 요구사항을 명시한 국제표준이다. 지난해 12월에 최종 발행됐고 협회는 표준안이 제정되자마자 발빠르게 대응해 우리 기업들이 인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특히 작년 6월에는 삼성전자에 대해 국내 최초로 ISO/IEC DIS 42001인증을 완료했다.
이와함께 AI분야 초격차 기술력을 보유한 설립 10년이내 우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첨단산업(AI, 반도체, 스마트제조 등 12대 분야) 표준 포럼을 운영해 표준화 종합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산업계 공감대 형성 및 민간의 허브 역할을 맡고있다.
-향후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하는 AI관련 사업은?
▲현재 AI 분야에서 신뢰성과 윤리성이 가장 큰 이슈다. 협회는 이 두 가지 문제를 점검하고 리스크를 대응할 수 있도록 인증을 도입 및 개발 중에 있다. 윤리성과 관련해선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와 업무협약을 맺고 CertifAIEd 인증 국내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인증은 AI 기술의 윤리적 사용과 관련된 리스크를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AI 산업의 윤리적 기준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협회는 AI 신뢰성 분야에서도 인증을 통한 기업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진행해 온 민간 AI 신뢰성 시범인증, AI 지역특화산업, AI 부처협업사업 등 검증 사례를 토대로 AI 신뢰성 인증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원자력공급망품질경영시스템(ISO19443) 인증을 실시하게 된 배경은.
▲한국표원자력공급망 품질경영시스템(ISO19443)인증을 운영하게 된 첫번째 계기는 사회적 요구 덕택이다. 원자력 산업은 높은 안정성과 신뢰성을 요구한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자력 산업에서는 엄격한 품질이 요한다. ISO 19443 인증은 원자력 산업에서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이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지원은 또 하나의 이유다. 국제표준 인증 취득은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과 신뢰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체코 원전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5월 한국원자력원료에 ISO 19443인증을 수여했다. 원자력 품질경영시스템은 원자력 산업의 안전성, 신뢰성, 글로벌 경쟁력, 규제 준수, 공급망 효율성을 모두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됐다.
-최근 기업들의 수출·무역에 있어 ESG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 최근 글로벌 상황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있다면.
▲지난 5월 24일 '기업의 지속 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이 유럽연합(EU) 의회를 최종 통과했다. EU에서 4억5000만 유로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자동차, 전자 등 우리 기업들도 적용 대상이다. 게다가 지난해 10월부터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도입했다. 확정기간이 시작되는 2026년부터 배출량 검증, CBAM 인증서 제출의무가 추가되고 EU에 수출하는 CBAM 규제 대상 6대 품목(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관련 기업의 경우 사전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글로벌 동향은 ESG 경영이 무역 규제로 이미 작동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기업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순환경제, 사업장 내 인권 보장, 기업 투명성 등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 국가에 비해 앞서있기 때문이다.
협회는 작년 11월 수출.제조 기업 및 컨설팅 기관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CBAM 대응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근에는 세아베스틸에 대한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전환기간 검증을 마쳤다. 수출 중소기업의 CBAM 대응을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CBAM 검증기관이자 CSDDD 대응을 위한 중기부, 경기도 지원사업의 수행기관이기도 하다. 국내기업이 급격히 변화되는 기업 환경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지난 3년 여 재임 기간 동안 성과를 꼽는다면.
▲지난 2022년 '디지털전환·ESG를 선도하는 지식서비스 기관'이라는 협회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하는 시간을 보냈다. ESG 분야에서는 진단-전략수립-실행-평가 등 고객이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분야에서는 인적자원 양성 및 인증을 중심으로 산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재무적으로도 1000억원대에 장기간 머물러 있던 매출이 작년에는 1540억원까지 늘었다.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내부적 결속이 경영성과로 이어졌다고 판단한다. 올해 들어선 창립 62주년을 기념해 지난 3월 최신시설을 갖춘 교육시설인 '퓨처밸류캠퍼스 강남'을 개관했다. 더 나은 접근성과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협회의 노력이다.
개인적으로는 ESG분야 사업을 추진하면서 직접 실무적 활동도 참여했다. G7 ITF최고위원과 IFVI이사로 활동하면서 국내 기업에 국제적으로 검증된 IFVI의 우수한 방법론을 소개하여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SG분야는 향후 재무분석 결과에 ESG에 해당하는 환경, 인권, 노동 이슈 등을 통합하기 위한 가치 평가에 대한 방법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때 가치평가에 기반한 ESG의 '화폐가치화'는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본다.
○… 강명수 한국표준협회장은
행시 35회로 공직에 입문, 산업과 통상 분야에서 3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하다 2021년 한국표준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92년 공무원으로 임용돼 2001년 산업자원부 사무관으로 입직했고 이듬해 서기관으로 진급한뒤 2003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부터 3년 간 외교통상부 타이베이대표부 상무관을 맡다 2008년 지식경제부 수출입과 과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바이오나노과·바이오나노헬스과, 정보통신정책과를 거쳐 2015년 지역발전위원회 총괄국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통상협력국장, 대변인을 거쳐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과 2019년 민관합동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 센터장을 겸직하기도 했다. 정통 산업부 관료 출신으로 산업 전반에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 꼽힌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