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로세미콘이 1200V급 질화갈륨(GaN) 에피웨이퍼 기술을 확보했다. 차세대 GaN 전력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국산화 초읽기에 돌입했다. 회사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해 연말 GaN 에피웨이퍼를 양산할 계획이다.
에이프로세미콘은 8인치 1200V급 GaN 에피웨이퍼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GaN 에피웨이퍼는 실리콘(Si) 위에 GaN 막을 성장(에피) 시킨 웨이퍼로, GaN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지금까지 GaN 에피웨이퍼는 미국·일본·유럽 등 외산 의존도가 높았다. 또 GaN 에피 소재의 경우 일부 국가에서 전략 물자로 분류, 수출입에도 제한이 있었다.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GaN 에피웨이퍼 국산화 필요성이 대두됐다.
에이프로세미콘은 2021년 8인치 GaN 성장에 꼭 필요한 MOCVD 장비를 도입한 후 에피웨이퍼 개발을 추진해왔다. 약 3여년간 연구개발(R&D) 끝에 1200V급 고전압 구현에 성공했다. 이 에피웨이퍼가 견딜 수 있는 최대전압(항복전압)은 1600V에 달한다. 고효율 전력 변환(E모드)이 가능하고 에피 두께와 균일도가 99% 수준으로 품질도 개선했다.
에이프로세미콘은 에피웨이퍼를 기반으로 GaN 반도체를 개발, 모회사인 에이프로 2차전지 활성화 장비에 우선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GaN 전력 반도체 수요가 고속충전기·파워서플라이·자동차 전장부품용까지 확대되면서 타깃 시장을 넓히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종 시스템 제조업체와 본격적인 협력에 돌입했다.
에이프로세미콘는 전력 반도체 뿐 아니라 무선주파수(RF) 반도체용 에피 웨이퍼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RF 반도체는 통신·우주항공·국방용으로, 실리콘 보다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위에 GaN을 성장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회사는 국내 RF 반도체 기업과 'GaN on Sic' 에피웨이퍼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최근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개시, GaN 에피웨이퍼 양산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에이프로세미콘은 지난해 50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 유치 성공에 이어, 올해 500억원 규모 시리즈 B 펀딩도 진행 중이다. 최근 약 100억원을 선제적으로 확보, 구미에 구축 중인 GaN 에피웨이퍼 양산 공장에 추가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MOCVD 신규 장비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구미 공장은 올해 10월 완공해 연말 가동한다. 여기서 생산된 에피 웨이퍼를 DB하이텍 등 파운드리와 협력, GaN 반도체 칩으로 제조한다.
임종현 에이프로세미콘 최고경영자(CEO)는 “GaN 반도체 소자 뿐 아니라 제조 공정 노하우, 에피웨이퍼 생산을 위한 MOCVD 운영 기술까지 확보했다”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도 손색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