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나는 딥페이크 성범죄, 정치권 가짜 뉴스의 중심에 인공지능(AI)이 자리잡으면서 'AI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악용하는 사람, 그리고 이를 규제하지 못하는 제도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안전한 AI 기술 사용을 위한 법·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18세기에는 지금의 AI처럼 자동차가 우려스러운 존재였다. 영국은 증기기관 기술을 처음 발명해 자동차로 혁신을 일으켰지만 엔진 폭발 사고로 인명 피해가 이어지자 '붉은깃발법'을 제정했다.
붉은깃발법은 자동차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선도하고, 시속 6.4km 이상 달리지 못하도록 속도를 제한했다. 결국 영국은 자동차 산업을 미국, 독일에 넘겨주었다. 시대착오적인 규제로 산업 주도권을 뺏긴 것이다.
한국에서도 AI를 향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 두려움이 섣부른 규제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자동차 속력을 낮추는 법안은 자동차 보급을 확대하지 못했다. 교통 법규와 시민들이 안전하게 자동차를 이용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자동차 산업이 발전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AI 규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를 과도한 기술 규제로 해결한다면, AI와 콘텐츠 시장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
AI 악용 범죄는 기존 법률의 처벌 범위와 수위를 높여나가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은 AI 안전연구소를 설립해 AI 정책 수립과 AI 시장 모니터링 등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했다. 한국도 AI 안전연구소 설립을 앞두고 있다. AI 기술을 전 산업에 안전하게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한국을 AI 강국으로 만들 것이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