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반도체 패키징 업계가 미래 먹거리 확보에 뛰어들었다. 인공지능(AI) 등 고성능컴퓨팅(HPC)용 기판 뿐 아니라 차세대 기판으로 급부상한 반도체 유리기판까지 신기술 쟁탈전을 시작했다. PCB·반도체 패키징 시장 회복에 대응, 신성장동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행보다.
4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국제PCB및반도체패키징산업전(KPCA쇼 2024)'는 미래 시장을 개척하려는 PCB·반도체 패키징 업계의 기술 확보 노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저마다 신기술을 뽐내며 시장 주도권을 쥐려는 열의를 보였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플리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판을 전면에 내세웠다. FC-BGA는 고성능 반도체를 위한 기판이다. AI 반도체가 확산되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중이다. FC-BGA는 삼성전기가 먼저 시작했다. LG이노텍은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육성 중이다. AI 시장을 겨냥한 양사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주목 받는 유리기판을 선보여 주목됐다. 회사는 전극통로(TGV)가 뚫린 유리기판 샘플을 전시했다. 삼성전기가 공식적으로 유리기판 실물을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기는 내년 시제품 개발을 목표로, 현재 세종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LG이노텍도 새롭게 준비 중인 반도체 유리기판 기술을 소개했다. 삼성전기와 달리 실물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연구개발(R&D) 중임을 대외 알렸다. LG이노텍은 기존 기판 두께 1300마이크로미터(㎛)를 유리 기판으로 구현 시 500㎛로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글래스관통전극(TGV) 등 유리기판 가공 기술 정보도 공유했다.
반도체 PCB 기업 심텍도 현재 연구개발(R&D) 중인 유리기판을 전시, 본격적인 사업 착수를 알렸다. 유리기판은 현재의 AI 반도체를 보다 고성능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로 손꼽힌다.
유리가 고성능 반도체 기판 소재로 주목받으면서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대비 태세도 갖춰졌다. 필옵틱스는 유리 기판에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기 위한 TGV 레이저 가공 장비를 선보였다. 필옵틱스 장비는 실제 반도체 유리기판 생산라인에 공급된 바 있다. 인트리는 반도체 기판용 유리 소재를 소개했고, 오알켐은 2026년 반도체 유리기판 공정을 위한 약품을 국산화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첨단 반도체 패키지와 PCB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거듭나면서 성능과 생산성 확보를 위한 검사 장비 수요도 급증했다. KPCA쇼는 이같은 검사·계측 장비 기업들의 기술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에이케이씨는 유리 기판에 뚫린 TGV 구멍(홀)을 검사하는 장비를 소개했다. TGV 구멍은 반도체 유리기판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정밀한 검사가 필수다. 에이케이씨는 지난 7월 TGV 검사 장비를 고객사에 납품했다.
고성능 반도체 공정 난도가 높아지면서 웨이퍼 및 패키지 훼손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물이나 웨이퍼 휘어짐(워피지)을 제대로 검사해야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펨트론은 특수 광학계를 적용, 웨이퍼 결함을 찾아내는 장비(8800wi)를 소개했다. 이 장비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웨이퍼 검사도 가능하다. 또 지난해 개발을 완료한 마이크로 범프 검사 장비도 처음 공개했다.
이외에도 약 240여개 이상 기업들이 KPCA쇼 2024에서는 PCB·반도체 패키징 기술력을 과시했다. 행사는 6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최시돈 한국 PCB 및 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장은 “PCB·반도체 패키징 업계가 준비한 신기술과 신제품을 알리는 KPCA쇼는 우리 업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PCB 및 반도체 패키징 산업 발전에 중추 역할을 하는 교류와 협력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