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고, 유럽과 아시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한다. 지난달 초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 발표한 데 이은 추가 대책이다.
인텔은 16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추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인텔은 올해 실적부터 파운드리 사업부를 별도로 분리해 발표했으나, 이보다 더 나아가 자회사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리 사업부 분할하면 독립성에 대한 고객 우려를 완화할 수 있고, 독자적으로 자금도 조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재매체 C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한 이후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부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인텔은 독일과 폴란드의 공장 프로젝트도 2년간 중단하고 말레이시아의 첨단 패키징 공장 프로젝트를 보류한다. 다만 미국 애리조나, 오레곤, 뉴멕시코, 오하이오 프로젝트는 유지한다. 이는 미국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서도 지출을 크게 삭감하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파운드리 사업부 추가 사업 성과에 대해서도 밝혔다. 인텔은 2006년부터 시작된 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파트너십을 연장하고 18A(1.8나노미터) 공정노드에서도 인공지능(AI)용 맞춤형 칩을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다년간 수십억 달러를 공동 투자한다.
또 미국 국방부(DoD)가 요구하는 군사용 반도체 핵심 파트너로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최대 30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85억 달러와 별개다. 이는 '시큐어 엔클레이브'(Secure Enclave)로 불리는 프로젝트에 따른 것으로 군사·정보 분야에 사용하는 첨단 반도체의 안정적 생산이 목표다.
겔싱어 CEO는 지난 2021년 인텔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 2년간 투자한 자금만 250억 달러(약 33조3000억원)에 달한다. 2030년까지 TSMC에 이은 2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2분기 실적은 월가의 전망치를 밑돌았고 3분기 실적 또한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겔싱어 CEO는 이날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모든 시선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걸고 싸우고, 그 어느 때보다 잘 실행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