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정부가 이끄는 영국은 한국과 무역 관계가 계속 확대되고 심화되기를 희망합니다. 탄소중립, 인공지능(AI), 디지털 등 미래 성장산업 분야에서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업그레이드하고 방위산업, 엔터테인먼트, 연구개발 협력이 강화될 것입니다.”
영국의 주요 무역·투자 의제를 관리하는 마틴 켄트 아시아태평양 지역 통상대사는 지난해 취임 이후 1년간 세번째 한국을 찾았다.
그의 이번 방한은 지난 7월 영국 노동당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노동당 정부 영국은 청정에너지, 디지털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산업 역량을 보유한 한국과 투자교류를 확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켄트 통상대사는 “한국은 영국과 진정한 상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파트너”라며 “양국간 투자와 협력이 지속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켄트 통상대사와의 일문일답.
-통상대사로서 주요 업무는
▲공식 명칭은 '영국 산업통상부 소속 아시아태평양 지역 통상대사'이다. 한국, 일본, 대만, 호주, 뉴질랜드와 모든 아세안 국가 등 15개국을 대상으로 영국 정부의 국제 무역 의제를 관리한다. 지역 파트너와 협력해 영국의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게 핵심 임무다.
-한국 방문은 몇번째인가.
▲1년 만에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에 함께했다. 당시 한국 기업 대표단도 참여해 영국에 215억 파운드(37조6000억원) 자본 투자와 한-영 기업 간 30건 이상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방한에서도 한국에 진출한 영국 기업과 영국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 기업을 만날 예정이다. 10월 14일 영국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서밋 2024'을 앞두고 기업과 국회의원, 관계자들을 만나 향후 투자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도 만났나.
▲영국의 넷제로 전환과 친환경 에너지 의제를 지지하는 기업들을 만났다. 영국 북동부에 해상 풍력과 터빈 모노파일을 건설하는 시설을 설립하고 있는 세아제강지주(세아 윈드)와 지난해 97억 파운드 규모의 대영 투자를 발표한 한국투자공사도 만났다. 많은 영국 기업은 세계를 선도할 전문성을 보유했다. 한국 기업이 가진 역량에 대해 영국이 가진 기술과 역량을 결합할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진정한 상호 이익을 주는 정말 강력한 파트너십이다.
-영국은 7월 14년만에 노동당 정부로 교체됐다. 기본 경제 방향과 무역 투자 우선 순위는.
▲노동당 정부는 경제 성장이 핵심 임무라고 밝히고 있다. 영국은 비즈니스를 하기 좋은 국가다. 주요 부문에서 경제 성장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는 메시지를 글로벌 파트너들에게 전하고 있다. 탈탄소화와 넷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친환경 기술, 디지털 기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아태 지역을 매우 중시한다. 세계 성장엔진인 아태 지역은 영국의 투자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우선순위를 지닌다. 아태지역 무역규모는 1210억파운드로, 영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689억파운드를 수출했다. 대·중·소 기업 등 모든 규모 기업들이 이제 한국에 투자하려 한다. 실제 지난해 한국에 대한 영국 중소기업의 수출 문의가 24% 증가했다.
-노동당 정부가 이끄는 영국과 한국의 협력 관계 전망은.
▲영국은 한국과의 무역 관계가 계속 확대되고 심화되기를 희망한다. 탈탄소화와 넷 제로와 같은 분야에서 더욱 그렇다. 영국은 가치와 정신을 공유하는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인 한국과 무역 관계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양국은 상호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자국민을 위한 경제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새로운 노동당 정부는 성장을 촉진하고 국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업그레이드 논의는.
▲영국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미래 경제 성장의 중추적인 요소와 관련해 양국은 FTA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와 디지털 기술은 새로운 FTA의 초점이 될 것이다. 한영 FTA는 서비스 부문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영 FTA는 새 정부 출범 후 첫번째 검토하는 핵심 무역 협정 중 하나다. 노동당 정부가 선거 이후 영국과 한국 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진정한 사인이다. 목표는 양국 기업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강력하고 미래 지향적인 선진 무역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또, 한국의 대영 투자를 지원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한국과 영국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우선순위 산업분야는.
▲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인 해상 풍력, 수소, 녹색 해양기술, 민간 원자력 등이 있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양자, 반도체, 자율주행 기술을 꼽을 수 있다. 해당 분야 모두 광범위하고, 양국이 매우 집중하는 분야다. 방위 산업 또한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온 중요 분야다. 생명과학 헬스케어 의료장비와 제약이며, 마지막 하나는 크리에이티브 분야인 고급패션 등 유통도 주목한다. 핀테크와 우주, 한국의 공공펀드와 민간은행 자본투자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선 순위로 3~4개 산업을 꼽는다면.
▲넷제로, 방위산업, 엔터테인먼트·패션 등 크리에이티브 산업, 연구개발(R&D) 분야를 들 수 있겠다.넷제로 분야를 보면, 한국은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설정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원자력 발전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영국은 소형 모듈 원자로, 해상 풍력, 수소, 배터리, 그리고 친환경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다. 스코틀랜드가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부유식 해상 풍력 분야에서 큰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국은 매우 강력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방위 산업을 보유했으며, 영국도 마찬가지다. 양국은 공동 역량을 개발하고, 제3 시장으로의 수출에 상호 보완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식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양국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 협력의 기회는 더 커질 것이다.
-또다른 분야는.
▲한국은 음악, 영화, 드라마, 예술, 패션, 그리고 컴퓨터 게임 분야 거인이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가 영국 최초의 K팝 밴드 '디어 앨리스'를 발굴하고 훈련한 사례가 있다. 블랙핑크가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중 영국 국왕에게 환영 받은 사례도 영국이 한국 문화를 얼마나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과 한국이 함께 투자하고 협력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R&D 협력도 중요하다.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대학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 제조업과 수출 강국이다. 영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강력한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R&D 협력 기회가 많으며, 한국 기업의 세계 진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AI·디지털 분야에서 한국과 영국의 협력 전망은.
▲영국은 미국, 중국, 이스라엘에 이은 4대 AI 강국이다. 생성형 AI는 앞으로 영국이 중점적으로 다룰 매우 중요한 분야다. 특히 스타트업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영국은 '유나이티드 킹덤' 대신 '유니콘 킹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스타트업 강국이다. 영국학생들은 진취적이고 창업에 적극적이다. 영국은 20개의 AI 유니콘을 배출했다. 영국 AI스타트업은 지난해 34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영국은 생성형 AI 자금 조달에서 4위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까지 120억 달러를 조달했다. 이같은 기술력과 기회를 바탕으로 양국의 AI·디지털 협력 기회가 확대되길 기대한다.
- 투자처로서 영국 매력을 종합해 이야기한다면.
▲영국에는 4만8000개 이상의 외국 기업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영국으로의 투자 흐름은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 영국 내 외국 기업의 총 자산 규모는 이제 2조 파운드를 넘어섰다. 영국은 상업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큰 인구 규모를 갖고 있다. 자유무역협정과 무역 관계를 통해 국제 경쟁력과 연결성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국부펀드를 설립해 영국 내 투자를 추진한다. 영국은 더욱 사업 친화적이고 세계 각국의 파트너와 동맹국들에게 상호 번영과 성공을 제공하기 위해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영국은 사업을 하기에 최적의 국가라고 자부한다. 한국 투자자를 환영한다.
O...마틴 켄트 통상대사는
주일본 영국 대사관공관 차석, 영국 산업통상부 국장, 아프리카 지역 통상 부국장을 역임한 외교·통상 전문가다. 켄트 통상대사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싱가포르, 호주 사무소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9월 해외에서 영국의 무역, 투자, 통상 정책, 수출 금융 등을 촉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통상대사로 임명됐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