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통신사 역할과 서비스 진화 방안을 모색하는 글로벌 논의의 장이 한국에서 펼쳐졌다. 세계 모바일·네트워크 분야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AI 시대 통신기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1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에서는 'AI를 통한 디지털 국가 진화 방안'을 주제로 AI·통신 융합과 네트워크 수익화, 공정한 망이용대가 등이 핵심 화두로 던져졌다.
개막 행사에는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영섭 KT 대표를 비롯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장 등 국내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또한 마츠 그란리드 GSMA 사무총장, 하템 도비다 이앤그룹 최고경영자(CEO), 비키 브래디 텔스트라 CEO 등이 연사로 나서 사회·산업 전반에 변혁을 불러올 AI 잠재력을 강조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AI 기술은 산업뿐 아니라 사회·안보 등 국가 전반에 영향을 주며 기존에 없던 총체적 이슈를 촉발시키고 있다”며 “AI는 새로운 경제 성장 모멘텀이자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를 극복할 기회”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가짜뉴스·성범죄물 등 AI 관련 부작용도 언급하며 “AI는 국경을 초월하는 기술로 개별 국가별 대응에 한계가 있다. 새로운 AI 규범과 거버넌스 정립을 위해 국제사회 논의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시대의 새로운 지평'을 골자로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그란리드 사무총장은 통신사들이 AI가 가져온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란리드 사무총장은 “AI는 변곡점에 와 있고 기회는 단 한 번뿐”이라며 “한국은 정부 차원 인프라 투자와 함께 KT와 SK텔레콤이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 AI 선도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GSMA가 주축이 돼 모든 이통사가 함께 참여하는 책임 있는 AI 구축에 나실 것”이라고 부연했다.
AI로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 대응을 위한 네트워크 지속 투자가 요구되는 가운데 새로운 수익화 모델 확보를 위한 통신사간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란리드 사무총장은 “오픈 게이트웨이 이니셔티브에 70여개 통신사가 참여했고 3000억달러 규모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란리드 사무총장은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의 경우 2030년 5G 보급률이 93%에 이르고 모바일 소비도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매출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설비투자(CAPEX)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규제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줄리안 고먼 GSMA APAC 대표도 “AI가 디지털 변혁을 넘어 국가 근간을 바꾸고 있다”면서 “5년 전 상용화된 5G도 AI가 견인하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고 짚었다.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사장은 “AI는 사회를 변혁시키는 범용 기술이지만 인프라, 프로세스, 조직 3가지 요소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만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통신망 유연성을 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사장은 “통신망의 큰 문제는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통신망에서 AI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중점으로 혁신이 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신망에서 AI는 콜센터나 망 분석 등을 위한 툴로 활용되지만, 생산성 향상을 일으키는 국면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AI 친화적 통신망 구현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기반 네트워크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통신사 CEO들도 네트워크 경쟁력과 적극적 협력이 AI 혁신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템 도비다 이앤그룹 CEO는 “AI 시대 혁신을 위해서는 통신사의 적극적 투자뿐 아니라 5G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비다 CEO는 “아랍에미리트(UAE)는 2019년부터 AI 전담 부처가 구성됐고 초고속 5G 네트워크 기반으로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툭 이담 나와위 셀콤디지 CEO는 “데이터 중심의 AI 회사로 진화하고 있으며 정보기술(IT)과 세일즈 모든 영역에서 AI를 적용하려는 시도 중”이라며 “이번에 SKT와 AI 협약을 체결하며 파트너십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공동 주최한 김영섭 KT 대표는 “통신사들이 전통적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자에서 AI 주도 서비스 제공자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빅테크, 스타트업, 글로벌 통신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