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정의선 취임 4년,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 우뚝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의 4년간 여정은 위기와 기회가 반복되는 양상을 띠었다. '위기 극복' '변화 혁신' '체질 개선'을 현대차그룹을 관통할 키워드로 제시하며 불확실성을 극복할 경쟁력 제고에 힘썼다.

정 회장은 취임 2년 만인 2022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 3위에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23년 미국 인플레이션법(IRA) 시행이라는 돌발 변수에서 전기·하이브리드 신차를 투입하며 미국서 2위 자리를 차지했다.

글로벌 격전지 인도에서는 제네럴모터스(GM) 현지 공장 인수에 이어 올해는 기업공개(IPO)를 추진, 토요타, 폭스바겐을 맹추격하며 세계 1·2위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무원 연세대 교수는 경영자 사례 연구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유연하고 민첩한 기업으로 재탄시켰다”며 '정의선 리더십'을 재평가했다.

취임 4주년을 맞는 정 회장의 현재는 그리 녹록지 않다. 정 회장은 위기를 또다시 기회로 만들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 인도 IPO 연내 마무리, 글로벌 완성차 업계 합종연횡 주도 등 그룹을 한단계 끌어올린다. 과감한 실행력과 리더십으로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라는 새로운 여정을 이어간다.

[이슈플러스]정의선 취임 4년,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 우뚝

◇전기차 퍼스트무버 통했다

정 회장은 취임 3주년을 맞은 지난해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올랐다.

오토모티브뉴스는 “모빌리티라는 새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며 정 회장을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로 선정했다. 영국과의 우호 협력에 기여한 공헌을 인정받아 정주영 선대 회장에 이어 영국 왕실에서 통찰력 있는 경영 철학과 인간 중심의 리더십으로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받기도 했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도전의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글로벌 수출을 늘리기 위해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에 2조원 투자, IRA에 대응해 미국 HMGMA에 4조원을 투자하는 등 기존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 차종과 함께 전기차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서 생산하는 아이오닉 5, EV6, 아이오닉 6는 세계 올해의 차,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를 모두 석권했다.

현대차는 미래 전동화,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부문에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모빌리티 시장에서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33년까지 120조원 투자하기로 했다.

이 기간 전기차는 222만대, 하이브리드차는 133만대 판매 목표를 제시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 요축소)에 대응해 100% 충전시 900㎞ 달리는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선보이기로 했다. 자율주행차·SDV 개발과 다양한 모빌리티 신사업도 지속 추진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세 번째)과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두 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뉴욕에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마크 로이스 GM 사장(첫 번째), 장재훈 현대차 사장(네 번째) 등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세 번째)과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두 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뉴욕에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마크 로이스 GM 사장(첫 번째), 장재훈 현대차 사장(네 번째) 등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합종연횡 주도…스마트 모빌리티 프로바이더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에 더 주목하고 있다. 올해까지 전기차 전환과 빠른 실적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은 '스마트 모빌리티 프로바이더'로 새로운 사업 체질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일찌감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에 이어 차세대 전기 모빌리티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E-GMP 기반 현대차 아이오닉 5·6, 기아 EV 6·9 등은 압도적 성능으로 세계 평단을 석권했다. 앞으로 SDV로 진화가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넘어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주행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이다. 현대차는 웨이모와 로보택시(무인택시) 위탁생산을 위해 손잡기로 했다.

기존 완성차가 하지 않았던 영역으로 시야를 넓힌 것은 정 회장의 도전 의지 덕분이다.

정 회장은 올해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 투자에 3조원을 추가 투자하기도 했다. GM, 테슬라 등 완성차가 로보택시 사업에 손을 뻗은 데 대응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우버, 웨이모와 손잡고 로보택시를 물류 배송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다른 이동 수단과 연계해 전기 자율주행 기반 새로운 모빌리티 개발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글로벌 합종연횡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미국 GM과 인도 탈레가온 인수를 계기로 자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스택을 GM에 공급하는 등 사업 논의를 시작했다. 스택은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결합해 전기 화학 반응을 일으켜 직류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핵심부품이다. 세계에서 현대차와 토요타가 유일하게 생산한다.

수평적 소통과 자율을 중시하기 위한 조직 문화가 변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정 회장을 '자동차 업계 선구자'로 선정하면서 “대기업은 형식과 관습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지만 현대차그룹은 예외”라며 “정 회장의 미래 비전이 현대차그룹을 진정한 혁신가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