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건아들 곽종목, ‘떡상각’에 눈물 흘린 사연

사진=한방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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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통해 평생을 아내에게 속죄하는 게 내 남은 목표다.”

데뷔 44주년을 맞은 베테랑 가수는 결국 뜨거운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1980년 그룹 건아들의 드러머로 가요계 혜성처럼 등장해, 이제는 보컬이자 프트맨으로 무려 44년 간 건아들을 이끌어오고 있는 곽종목은 최근 솔로로 발표한 신곡 떡상각을 두고 그렇게 말했다.

사실 떡상각은 그 노래 분위기나 가사의 내용을 볼 때 매우 신나고 희망찬 트로트 장르의 곡이다. 하지만 곽종목은 떡상각을 부를 때마다 한동안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곽종목이 떡상각을 이처럼 더욱 애틋하게 생각하는 배경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아내가 자리한다.

애초에 곽종목은 떡상각을 부를 생각이 단 0.1%도 없었지만, 아내의 권유로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곽종목은 회사 대표가 어느 날 노래가 좋은데 4년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한 곡이라고 이 떡상각을 추천해 줬다. 하지만 듣고 보니 너무 정통 트로트 곡이고, 건아들이란 밴드에 맞지 않아서 전혀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원래 곡을 새로 쓰거나 받으며 꼭 아내에게 물어봤다. 평생을 곁에서 봐 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아서 그렇다. 아내도 처음에는 이런 노래보다 건아들다운 노래를 하자고 했었다. 하지만 며칠 후에 아내가 갑자기 가사가 너무 좋고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며 한번 해보라고 권하더라. 그 말에 혹해서 다시 들어보니까 처음에는 유치하다고 생각한 가사와 멜로디가 요즘 시대와 잘 맞다고 느껴졌다. 누구나 자신만의 힘든 일이 있을 건데, 그것을 이겨내고 파이팅하자는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그때부터 노래가 너무 좋았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떡상각에 대한 반감이 호감으로 바뀌긴 했지만, 까지도 곽종목은 이 노래를 부르겠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후 곽종목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면서 떡상각은 반드시 자신이 불러야 하는 노래라는 것을 깨달았다.

곽종목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병원에 입원했다. 아내는 내가 떡상각을 녹음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아내가 입원하고 갑작스럽게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결국 가이드도 제대로 들려주지 못했다. 그래서 49재 전까지는 꼭 녹음을 해서 완전히 떠나기 전에 들려주고 싶었다. 아내가 불렀으면 좋겠다는 그 노래를 꼭 들려주고 싶었다. 장례를 치르고 10일도 안 지나 정신도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녹음을 하고 마스터링까지 해서 49 하는 날 그 노래를 틀어주었다. 그게 이 노래를 하게 된 이유다.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곽종목은 비교적 담담하게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지만, 그 안에 얽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점점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숨기지 못했다. 먼저 떠난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회한, 후회가 여전히 마음에 크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곽종목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딱 3개월 됐다. 아내가 왜 이 노래를 부르라고 했을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까 내가 없어도 세상을 잘 살라는 그런 의미 같다. 가사와 그게 너무 매칭됐다. 정말 나에 대한 이야기였던 거다라고 말했다.

당시 곽종목의 아내는 병원에 약 2주간 입원했다가 본인의 요청으로 퇴원해 귀가했다. 그리고 입원 전까지 곽종목의 아내는 자신의 병에 대해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실제로 곽종목은 물론 현재 연기자로 활동 중인 막내아들 곽성헌도 그토록 큰 병인 줄 모르고 어머니가 입원하기 전날 촬영을 위해 중국으로 출국을 하기도 했다.

곽종목은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가 연기를 한 거다. 이미 그 전부터 병원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그걸 가족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 퇴원할 때도 병원에서는 더 있을 것을 권했는데, 아내가 자기 병은 자신이 잘 안다며 억지로 퇴원을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아내가 이런 날이 닥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오랫동안 계하고 준비한 것 같다라고 착잡하게 말했다.

사진=한방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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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목의 말에 따르면 아내가 생전 마지막을 정리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눈물 없이 보기 어렵다.

곽종목은 아내가 집에 들어온 날, 내가 유튜브 방송하고 나와 보니 빨래부터 청소까지 전부 다 해놓았더라. 고는 나에게 세탁기 돌리는 법, 밥 짓는 법, 다른 집안 살림 하는 법을 하나하나 다 알려줬다. 그래서 나는 그때까지도 아내의 병세가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그리고 다음 날 열이 나서 응급실에 갔다가 중환자실로 옮겼다. 중환자실 들어가기 전에, 아내가 갑자기 바나나 우유가 먹고 싶다고 하더라. 병원 로비에서 비스과 바나나 우유를 사 들고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게 아내에게 나와의 마지막 데이트였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중환자실에 들어가서 3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라고 아내와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이윽고 점점 감정이 복받쳐 오른 곽종목은 꾹꾹 참았던 눈물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한동안 이를 훔쳐내야 했다.

감정을 다소 추스 곽종목은 최근에 이 노래를 부르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더라.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 가서 자세하게 말하지 못한다. 그럼 내가 눈물이 나서 무대에서 노래하지 못한다. 아내가 중환자실에 들어가고 담당 의사가 3 동안 내내 함 밤을 지새며 치료를 해줬다. 의사가 한 환자에게 그 정도로 신경을 쓰는 일이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하더라. 의사 말이 환자가 그동안 자신을 믿어준 것에 고마워서 그랬다고 하더라. 그렇게 다들 노력을 했는데 정작 내가 제일 노력하지 않은 것 같아서 그게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노래를 통해서 평생 속죄를 하는 게 정말 순수한 내 목표다. 나도 남은 인생이 예전만큼 많지 않지만, 10, 100배 더 노력해서 나중에 아내를 떳떳하게 만나고 싶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100배 더 노력하겠다는 말을 지키려는 듯 곽종목은 솔로로 또 건아들로도 더욱 활발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었다.

곽종목은 “‘떡상각은 건아들 멤버와 다 합의하고 솔로로 나와도 좋겠다고 해서 나올 수 있었다. 아마 나중에 건아들 공연에서도 같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건아들 멤버들이 마음 씀씀이가 좋다. 나도 웬만하면 밴드로 가는 쪽을 이야기한다. 정말 감사한 , 팬들에게 라이브클럽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 내가 정말 실력이 안 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면 부르지 않았을 건데, 계속 불러 주는 게 감사하다. 정말 고마워서 30분 출연 계약을 맺고 나가도 앙코르 요청은 할 수 있는 만큼 다 한다라고 여전히 곽종목과 건아들을 찾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들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됐다고 알렸다.

또 곽종목은 한국 음악사에서 80년대를 풍미한 그룹사운드를 재조명할 기회도 바라고 있었다.

사진=한방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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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목은 우리 건아들과 옥슨80(※당시 홍서범을 리더로 TBC ‘젊은이의 가요제에 출연해 불놀이야로 금상을 수상), 로커스트(※마찬가지로 TBC ‘젊은이의 가요제에서 하늘색 꿈으로 대상 수상. ‘하늘색 꿈은 후에 박지윤이 리메이크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가 데뷔 동기다. 그래서 함께 데뷔 40주년 콘서트를 하고 싶었는데, 그때 그게 잘 안됐다. 내년이 45주년이 되는 해인데 그때는 정말 꼭 하고 싶다. 이번에는 내가 주도해서 홍서범과 이야기를 해보고, 로커스트도 함께 하려고 한다. 잘 풀리면 45주년 기념 공연을 꼭 하고 싶다라고 덧붙여 내년 건아들·옥슨80·로커스트라는 그룹사운드 레전드의 합동 콘서트를 기대케 했다.

끝으로 곽종목은 오랜 시간 가요계의 길을 닦아온 선배들에 대한 조금 더 많은 관심을 희망했다.

곽종목은 정말 열심히 음악을 했다. 건아들은 지금까지 원년 멤버 3인이 그대로 밴드를 유지하고 있다. 44년을 이어왔는데 그런 밴드가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 이건 인정을 해줘야 한다. 새로운 유행도 좋지만, 정통을 이어가는 선배들도 존중을 해줬으면 좋겠다. 인기 있고 잘하는 아이들은 물론 그 인기를 누릴 자격이 있지만 그 이면에 우리 같은 사람도 있다는 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이어 그는 나는 평생 건아들 멤버로 살기로 했다. 그래도 곽종목이라는 이름도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곽종목이라고 하면 여러 종목이 다 들어있는 것 같아서 이름도 좋지 않나라고 유쾌한 농담을 덧붙이며 40년을 넘게 이어온 음악 인생에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