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거액 후원 논란' 오픈넷, MTN 상대 손해배상 소송서 최종 패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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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오픈넷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언론사와 보도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지 1년 만에 최종 패소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사단법인 오픈넷과 A 오픈넷 이사가 머니투데이방송(MTN·대표 유승호)과 이 방송사 소속 B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오픈넷과 A 이사(이하 원고)는 B 기자가 작성한 방송 리포트와 온라인 기사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원고들 명예를 훼손했다며 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 해당 기사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삭제할 때까지 1일 10만원의 강제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 역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B 기자가 2023년 3월 17일 방송한 '빅테크 후원받아 꿀꺽하고 빼먹고...오픈넷 왜 이러나'라는 제목의 뉴스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023년 9월 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쟁점은 오픈넷의 기부금 지출이 공익법인의 설립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였다. 이 기사는 오픈넷의 2021년 기부금 지출명세서를 인용, 오픈넷이 C법무법인에 공익소송 목적으로 1억843만원을 지출했으며, 오픈넷 소속 A 이사가 C법무법인에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행위가 '비영리 법인은 기부금을 회원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법인세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법인 취소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원고는 C법무법인에 소송비용 550만원을 지급했을 뿐 나머지 기부금(약 1억250만원)은 오픈넷 소속 변호사의 급여(공익소송비)로 사용했다는 점을 들어 이 기사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는 오픈넷 세무를 담당한 세무사의 진술서일 뿐이라는 점 △금융기관 거래내역 등 오픈넷이 기부금 1억843만원을 실제로 지급한 내역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 △오픈넷 전현직 변호사 3인이 C법무법인과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기부금 지출처에 대해 원고의 주장과 지출명세서 기재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기사가 원고들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각 기사가 적시한 사실은 대체로 진실인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설령 기사에 적시된 사실 중 일부가 진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 B 기자는 이 사건 지출명세서 등 객관적 자료를 수집했고, 보도 직전 오픈넷 핵심 관계자와 통화해 사건 보도 전제가 된 주요 사실관계를 확인한 점에 비추어 피고들에게는 기사에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지정기부금단체로서 그 기부금을 공익사업과 불특정 다수를 위하여 사용할 의무를 부담하는 원고 오픈넷이 적절히 운영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에 대한 감시 차원에서 이 사건 보도를 하는 것에는 상당한 공익성이 인정된다”면서 “이 사건 보도의 공익성이 이 사건 보도로 인해 원고들의 인격권이 침해되는 정도에 비해 가볍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머니투데이방송이 기사를 삭제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했다.

오픈넷이 항소를 포기해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