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메모리로 손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이 차단된다. 미국이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해서다. HBM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으로, 대(對) 중국 제재에 따른 수출 제한 등 직·간접적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AI와 첨단 컴퓨팅에 사용되는 주요 반도체 기술의 중국 수출 규제를 추가 발표했다. BIS는 “중국의 첨단 AI 개발을 늦추고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중국 현지 반도체 생태계 개발을 억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HBM에 대한 신규 통제 △24개 반도체 제조장비 및 반도체 개발을 위한 3종의 소프트웨어(SW) 툴 통제 △140개 중국 기업 및 단체에 대한 수출 규제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 수출 규제에는 HBM이 포함돼 우리 기업의 타격이 우려된다.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신경망처리장치(NPU)와 연결, AI 가속기를 구성하는 핵심 메모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시장 90%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이 된 제품은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평방밀리미터(㎜) 기준 초당 2기가바이트(GB) 이상인 HBM이다. 2세대(HBM2) 이상으로 사실상 현재 양산 중인 모든 HBM이 포함된다고 상무부는 부연했다.
중국은 미국의 GPU 수출 규제로 4세대 HBM(HBM3)과 같은 최신 제품 대신 HBM2을 주로 활용하는데, 중국의 AI 가속기 개발을 원천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수출 규제는 오는 31일부터 적용된다.
특히 HBM 매출 가운데 중국 비중이 큰 삼성전자는 직접 타격이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HBM3 이상의 최신 제품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HBM2와 HBM2E 제품을 많이 판매한다”며 “중국이 필요로 하는 HBM 대부분을 삼성전자에서 조달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중국 수출 규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했다.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장비나 부품, 소프트웨어 등 미국 기술이 적용되면 수출 통제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가 해당되는데, 한국과 이스라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국가가 수출 제한 국가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중국에 수출하는 국내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도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국가 간 사전 논의 결과 규제 대상 국가에서 제외됐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HBM은 AI 반도체를 구동하는 핵심 부품으로, 첨단 반도체 관련한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빅테크를 겨냥해 제품을 개발·공급하고 중국 매출 의존도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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