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해킹 가능성과 해킹은 하늘과 땅 차이”…답답한 보안전문가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6일 공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6일 공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바라보는 정보보호업계의 시각은 사뭇 남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명분 중 하나로 국가정보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보안점검 결과를 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킹·데이터 조작 가능성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간 가운데 정보보호업계는 '해킹이 가능하다'와 '해킹을 당했느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6일 정보보호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토론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비공개 정보보안·IT보안 게시판에 '기술적으로 부정선거가 가능한가'라는 투표가 올라와 논의가 이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담화문을 통해 “선관위 전산시스템 보안 취약성 등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다고 판단했다”며 계엄 발동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국정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선관위 대상 보안점검 결과로, 정보시스템 취약성 등으로 기술적으로 해킹이 가능하다는 게 골자다. 헌재에선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이 법에 명시된 계엄 선포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다툴 전망이다.

정보보호업계 관계자들의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글의 요지는 '해킹이 가능한가'와 '실제 해킹을 당했느냐'는 천양지차라는 것이다. 이 글은 “원자력발전소도 군 인트라넷도 해킹을 당했고 마음만 먹으면 어떤 정보시스템도 해킹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국정원의 점검 결과는 '데이터(개표값) 조작이 가능하다'지 '조작당했다'가 아니며, 보안업계 사람은 이 차이를 이해하지만 일반인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이버보안 기업 대표 역시 “핸드폰에 보안패치를 하지 않아 취약점이 있는 상태라면 해킹이 가능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정작 핸드폰은 아직 해킹당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면서 “'선관위 해킹이 가능하냐'고 보안 전문가에게 묻는다면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지만 '정말 해킹을 당했느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다'라고 답할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해킹 가능성'을 말 그대로만 받아들인 채 자세한 검토 없이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보보호 전문가들은 선관위 정보시스템 취약점이 곧 부정선거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한 방송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선관위 보안점검 발표 당시 국정원 3차장이 모두 발언에서 '점검결과를 과거에 제기된 선거 결과 의혹과 단순 결부시키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취약점이 발견됐으나 투·개표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확대 해석하는 건 경계하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올해 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선거정보시스템 보안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자문위원회의는 총선에 앞서 국정원의 지적사항에 대해 선관위의 보완 조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임시 기구다.

김 교수는 “선관위가 국정원이 지난해 발견한 취약점과 윤 대통령이 발견한 문제점에 대한 조치를 완료했다”면서 “전자개표기에 더해 수개표를 도입했고 현장에서 참관인이 이 과정을 지켜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망분리 시스템을 뚫고 들어와 전자개표기를 해킹하고 (개표소에 있는) 사람들을 다 매수해야지만 투표조작이 가능하다”며 투표조작 가능성을 일축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