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다음달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장비인 'TC 본더'를 대량 발주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한미반도체가 주도한 SK하이닉스 TC 본더 시장에 최근 한화세미텍이 가세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나오는 대형 주문이어서 양사의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 도전 받는 한미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4월 중순 HBM3E 양산용 TC 본더를 대규모로 주문할 예정이다. 대수 기준 최대 50대, 금액으로는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주에서 SK하이닉스는 복수의 TC 본더 협력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HBM3E용 TC 본더는 사실상 한미반도체가 전량 공급했지만, 12단 추가 양산부터는 최소 2개 이상 벤더(공급사)를 확보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BM3E 이전 TC 본더는 한미반도체와 ASMPT가 공급해왔다. 그러나 HBM3E부터는 한미반도체가 독식했다. 기술과 경험을 쌓아서다.
한미반도체가 그동안 SK하이닉스에 공급한 TC 본더는 100대가 넘는다. 한미반도체는 HBM 상용화 때부터 SK하이닉스와 협력, 철옹성을 쌓았다.
그러다 최근 변화의 조짐이 생겼다. SK하이닉스가 공급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한화세미텍이 등장한 것이다.
한화그룹 반도체 장비사인 한화세미텍은 2020년부터 TC 본더 상용화를 준비했다. 수 차례 도전 끝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지난 14일 SK하이닉스로부터 210억원 규모 TC 본더를 주문 받았다. 대수로는 7대다. 한화가 이같은 규모의 주문을 받은 건 처음이다.

◇ 수성이냐 진격이냐
한화세미텍 TC 본더 적용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양산용이란 주장과 평가용이란 주장이 맞붙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화가 받은 발주는 양산 라인에 적용하기 전 테스트 모수를 늘려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조처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화세미텍 측은 “SK하이닉스 요구사항을 반영해 수주에 성공한 것”이라며 “양산용 장비로 복수의 생산라인 구축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진짜 실력은 내달 판가름날 전망이다. HBM3E는 가장 최신의 HBM이기 때문에 장비 선택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어느 쪽이 더 우수한 지 수주 물량에 따라 판명날 것이고, 특히 한미반도체의 시장 주도권 확보 여부 및 한화세미텍 사업의 성장 가능성 여부도 가늠할 수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SK하이닉스 TC 본더 수주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ASMPT도 공들이고 있다. ASMPT는 한미반도체와 함께 TC 본더를 공급한 사례가 있는 회사다. ASMPT도 SK하이닉스 라인에 재진입하기 위한 기술 고도화 및 공격적인 영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