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덕밸리 2회>연구원 창업 찬반 지상토론-반대

이윤준 한국과학재단 전문위원

벤처창업 열풍의 사회현상은 대학 교수들의 연구실 창업과 함께 연구소 연구원들의 창업열풍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조사통계에 의하면 5월말 현재 벤처창업 기업 7100여개 중에서 연구원이 소속기관의 창업지원규정에 의해 연구원의 신분을 가진 채 겸직 또는 휴직상태에서 직접 창업한 기업은 20여개에 이르고, 대학 교수가 창업한 기업은 40여개, 대학 교수가 기업의 대표가 아닌 임원 또는 직원으로 참여한 벤처기업은 7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통계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그들의 신분을 보유한 채 벤처기업의 임원 또는 직원으로 참여하는 경우나 연구원 신분을 그만두고 전적으로 벤처창업을 한 경우가 상당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의 벤처육성 의지는 기본적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좋은 아이디어로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생산력 향상을 가져와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를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학 교수나 연구소 연구원이 본래 임무를 경시하고 벤처창업만이 최선인 것처럼 인식하고 너도나도 벤처행을 고집한다면 벤처창업에 대한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도 그 수위를 더해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정부가 적극 나서서 벤처창업을 권장하고 있는 마당에 벤처창업의 역기능을 거론하는 것이 시대에 뒤처진 생각일지 모르지만 연구원들의 벤처행에 대해 그래도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일 것 같아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연구소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초래하게 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많은 연구원들이 창업을 하기 위해 휴직이나 사직을 통해 연구소 일에서 떠나면 다음 단계를 위한 연구와 기술 개발은 누가 할 것인가. 장기적으로 보아 연구와 기초기술 개발의 사슬이 끊어지는 것은 아닐까, 국가의 필요에 의해 수행해야 할 대형 연구과제는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등 한번쯤 출연연구기관의 고유한 연구영역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또 연구소에 남아 있는 연구원들과의 괴리감과 남아 있는 연구원들의 무력감을 초래할 수 있고 겸직하는 경우 본업인 연구에 과연 얼마나 전념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물론 벤처창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동안 수행해온 연구결과를 근거로 해 벤처창업을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연구가 지속적으로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연구소와 벤처기업의 연구사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연구소의 연구사업에 충실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주위의 교수·연구원들도 많은 사람이 창업을 했고, 또 추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앞선 기술을 갖고 이의 실현을 통한 기회의 창출은 자본주의 사회의 강점이며 누구도 이에 대해 토를 달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보다 건전한 창업과 튼튼한 산업기반을 갖추기 위해선 우선 연구원들이 창업하는 벤처기업은 그동안 열심히 연구개발을 한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또 그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사업을 해야 한다. 또 벤처창업 기술에 대한 이해관계의 상충(conflict of interest)문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 창업기업의 기술과 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대한 명확하고 투명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이 있듯이 이들을 잘 조화시킬 수 있는 개개인의 노력과, 묵묵히 연구소에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러 차원에서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정책적 배려도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