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기관장에게 듣는다] 남궁민 우정사업본부장

[새 기관장에게 듣는다] 남궁민 우정사업본부장

 우정사업본부는 정부조직이다. 그러면서도 우편, 물류, 예금, 보험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국민이 맡긴 67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잘 운용하고, 재투자해 경제위기 조기 극복과 기업 기 살리기를 도와야 할 실행 기관의 역할도 크다.

남궁민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장은 12일로 취임 꼭 두 달을 맞았다. 지경부 정보통신정책관에서 우정사업본부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은 뒤 2개월을 그야말로 쉴 새 없이 뛰었다. 취임 때 가졌던 다짐처럼 ‘전국망을 가진 정부 기관으로서 경제살리기와 녹색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였다.

산업 경기가 다소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확실한 신호가 터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남궁 본부장의 앞길도 그가 즐기는 ‘마라톤’처럼 긴 승부의 시간의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포기를 모른다. 국민의 신뢰와 믿음으로 커가는 정부기업인만큼, 국민 경제의 회복이 그에게는 중요한 목표가 됐다.

- 본부장 업무가 두 달째 됐는데, 취임 후 지금까지 업무는 어떻게 진행돼 왔나.

▲우편물량 감소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11년 연속 흑자 경영을 달성하고, 우정서비스가 고객만족도 10년 연속 1위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직원들의 땀과 노력 덕분이라고 확신합니다. 또 우편물류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고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에도 수출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글로벌 한국 우정 구현’의 가능성이 밝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택배와 EMS 등 전략상품과 예금·보험 등의 사업이 매출은 성장했지만 사회적 책임 경영에는 소극적으로 평가돼 환경경영, 윤리경영, 사회공헌활동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으며,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우편 물량 감소 등 경영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할 업무는 어떤 것들인가.

▲주요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나서면서 광고우편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우편사업 경영수지 흑자 실현에 어려움이 예상되며, 금융사업 역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됨으로써 수익률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수익구조 개선으로 12년 연속 흑자경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우편사업의 수익 기반을 강화하고, 예금사업의 안정적 성장 및 보험사업의 내실경영을 추진하겠습니다. 우편 물량 감소에는 이탈 방지와 신규시장 개척이 아주 중요합니다. 공공기관 고지서 및 기업 서류를 신규 우편으로 적극 유치하고, IT를 활용한 소포물류 인프라 고도화로 인터넷쇼핑, TV홈쇼핑 등 소비 생활 패턴 변화로 생겨난 신규시장을 적극 공략하겠습니다. 30년 전에 비해 1만배 가까이 급성장한 국제특급우편(EMS)의 프로세스와 해외 협력체계를 강화해 서비스 품질을 높여 가겠습니다.

-경기를 타는 우편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선, 금융 쪽의 안정적 성장 등으로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할 듯한데.

▲우편과 금융은 우정산업본부 전체 사업과 수익의 상호보완적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저금리 시대에 맞춰 상대적으로 이탈 가능성이 적은 개인예금의 유치를 강화하고, 요구불예금 등 수익성이 높은 예금수신고의 증대를 위해 평가·보상 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 외국환은행과 제휴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송금채널 다양화 등으로 외환사업 기반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또 보험사업의 내실 경영을 위해 고객중심의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완전판매, 청약심사 관리 강화로 우량고객을 늘리고, 계약정보시스템, 사고정보시스템 등 정보 공유시스템 참여를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기업 활성화를 위해 우정사업본부가 할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 지원입니다. 우체국금융 자금을 이용해 실물경기 침체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위해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매입해 유동성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지난해 채권이나 기업어음 매입으로 총 5조4000억원을 집중 투자했습니다. 올해도 중소기업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 등을 위해 총 6조원을 상반기에 집중 투자할 계획입니다. 기술이 우수한 중소기업들이 제품을 상품화할 수 있도록 1500억원을 기업은행에 예탁해 중소기업들이 이 자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또 1500억원 규모의 채권담보부증권(primary-CBO) 등을 매입해 중소기업을 간접 지원할 예정입니다.

-국정 기조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거창하게 생각할 것은 아니고 우리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소비하는 종이가 180㎏ 정도 됩니다. 국가 전체로는 86만톤이고, 이만큼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나무 1억5000만 그루를 베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전국 3700여개 우체국의 직원 4만3000여명이 참여하는 나무심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까 합니다. 실천가능한 환경경영도 펼칠 계획입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경차와 LPG 차량을 늘리고 우편배달용 전기이륜차도 시범적으로 도입하겠습니다. 전국 3700개 우체국 관서 조명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바꾸고 지열냉난방 같은 신재생에너지도 쓸 계획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 속의 실천입니다. 종이 한 장을 덜 쓰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것처럼 작은 습관을 갖는 것이 바로 녹색성장의 첫걸음이라고 봅니다. 전국의 우체국에서 이를 실천한다면 작은 힘이 모여 국가적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세계적인 선진 모델로 우뚝선 우리나라 우정IT의 수출 지원 전략은.

▲우리나라는 웹 기반의 우편물류시스템(PostNet) 구축 및 인터넷우체국(ePOST) 등으로 우정현대화의 선도적 길을 달려 왔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우정IT 기업의 우수한 정보기술 및 장비의 해외수출을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외국 우정청과 만국우편연합(UPU) 등 국제기구와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는 민간기업 연구소와 합동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국내 우정IT 기업의 기술과 장비에 외국 우정청과 우편사업자들의 관심이 크게 고조되고 있으며, 특히 동남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로부터는 집중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카자흐스탄의 우편물류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SK C&C와 연계해 59억원에 수주했으며, 이달 안에 1차 사업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2차 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우리 우정IT의 수출 대상 국가를 널리 발굴해 수출시장 확대 및 다변화를 꾀하겠습니다. 특히 새로운 수출가능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페루, 브라질 등 남미국가와 아프리카 지역에도 수출 활동을 전개하려 합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정부 해외진출 지원 사업과 연계해 한국 우정의 우수한 우편물류시스템과 국내 우정IT 기업의 해외 동반 진출을 모색하겠습니다. 올해 우정IT 수출은 3000억원 규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경부 수출 관련 부서와 산하단체 등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고 있어 가시적인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4만3000여 우정가족에게 어떤 본부장으로 일하고 싶은지.

▲우선 신바람 나는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직원들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신상필벌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소중한 자질과 능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조직을 만들겠습니다. 직원 상호 간에 끈끈한 정과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우정가족이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게 만들겠습니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우정기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개인적 성공담을 갖고 뛸 수 있도록 그 장을 열겠습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주요 사업계획]

무엇보다 우편사업의 내실 있는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로 꼽힌다. 새로운 우편 수요 창출 및 전략 상품 시장 차별화로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우체국택배와 국제특송의 매출을 증대하기 위해 개인고객과 전자상거래 중소기업 중심으로 시장의 차별화 및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8월 대전물류센터 준공과 11월 서부권·부평 소포센터 신축, 수도권 집중국의 소포 전용화 등 관련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안방에서 우편, 금융, 쇼핑서비스를 제공하는 IPTV 우체국을 구축하고, 온라인 우표와 모바일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도 도입한다.

우편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우편용기 전자태그(RFID)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배달순로구분기 보급 확대 및 집중국 자동구분기 설치로 집배업무 효율화를 꾀한다.

우체국 금융에서는 안정적 자금 운용과 리스크 관리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정성이 우수한 금융 신상품을 발굴하고 회사채 등 신용자산 투자를 위한 리서치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시장과 고객 수요에 부응하는 신상품 개발하고 펀드 판매시장 진입도 추진한다. 민영금융기관과 제휴해 우체국 금융의 편의성 향상도 꾀한다. 365자동화코너를 1200곳으로 늘리고, 이동식 365자동화코너도 도입해 운용할 계획이다.

경영효율화와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해 우정사업에 적합한 6시그마 중심의 통합혁신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소외계층을 향한 지속적인 봉사활동으로 따뜻한 우체국상을 구현하는 집중할 계획이다.

[현안은?]

전국 우체국은 현재 보이스피싱과의 전시상태다. 전국의 집배원들이 노인정과 마을회관을 찾아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전화사기 수법을 꼼꼼히 알려준다. 매월 둘째 주 월요일에는 모든 우체국에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가두캠페인을 벌이고 우편물 운송차량과 우체국택배 상자, 우체국 창구에도 보이스피싱의 위험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인다.

우체국 사칭 보이스피싱 관련 민원 접수건수는 월평균 2만건이 넘는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사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사기전화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체국을 이용할 때마다 보이스 피싱의 피해를 알리기 위해 플래카드를 붙이고 고객이 잘 볼 수 있는 곳마다 안내문을 항상 게시한다.

콜센터와 우체국 대표전화에도 전화사기에 주의하라는 안내멘트를 삽입하고 본부, 각 청, 우체국의 홈페이지와 인터넷우체국 화면에도 주의안내문을 팝업창에 띄운다. 전국 4만3000여 우체국 직원을 대상으로 전화사기 대응 요령과 피해 예방 사례 교육도 강화한다.

남궁민 본부장은 “올해에만 직원들의 올바른 상황대처로 보이스 피싱의 피해를 막거나 용의자를 검거한 사례가 120여건에 달하고 있지만 전화사기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면서 “실효성 있는 피해 예방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보이스피싱을 근절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남궁민 우정사업본부장은?

남궁민 우정사업본부장은 1955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춘천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1981년 체신부에서 첫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체신부 보험과, 제천우체국장, 대통령비서실(경제비서실), 정보통신부 금융기획과장, 법무담당관, 정보화기반과장, 총무과장 등 옛 정보통신부의 정보화부서 및 금융 분야를 두루 거쳤다. 지식경제부 출범과 함께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을 이끄는 정책 책임자로 발탁됐다. IT 융합과 신기술 창출을 진두지휘하며 ‘IT와 주력산업의 융합’ ‘그린 IT’ 등을 거쳐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도모하는 정책의 골격을 잡았다. 설득과 소통을 중시하는 합리적 리더십의 소유자로, 원만하고 소탈한 성품을 갖추고 있어 직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다. 마라톤과 테니스를 즐기는 스포츠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