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부터 시작한 u헬스·바이오·의료 정보화 등 헬스케어 분야를 주제로 시작한 ‘디지털 에이짱 연중기획 시리즈가 2부를 마지막으로 올해 연재를 마감합니다. 올해 u헬스 산업의 국내외 현주소와 비즈니스 모델을 점검한 데 이어 내년에는 산업계 동향과 대표 기업, u헬스로 바뀌는 혁신 현장 곳곳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 부탁합니다.<편집자>
2부.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12. 보조공학기기
구영철 장신대 교수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전맹 중도 시각 장애인이다. 프랑스 유학 후 88년 장신대 음악교수로 임명되기까지 남부럽지 않은 삶이었다. 그러나 2002년 진행성 시력 저하와 각막 기능 손상으로 독일에서 각막이식 수술까지 받았지만 약물 부작용으로 예기치 못한 장애가 시작됐다. 구 교수는 악보도 볼 수 없는 상황에 절망했고 좌절의 연속이었다.
구 교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보조공학기기였다. 컴퓨터·묵자 등 각종 텍스트화한 시각 정보를 음성으로 변환 출력해주는 음성 출력장치 등이 큰 힘이 되었다. 구 교수는 “다양하고 발전된 보조공학기기로 많은 고령자와 장애인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조공학, 헬스케어 중심 축 부상=고령자와 장애인의 ‘홀로서기’를 돕는 보조 공학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후천 장애가 전체 장애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장애에 맞춘 보조공학기기 필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급증해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보조 공학은 몸이 불편한 사람의 기능적 한계를 보완해 일상생활에서 직업 활동까지 모든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을 말한다.
세계 보조공학기기 시장 규모는 1000억 달러로 전체 의료기기 시장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세계 시장 100조원, 국내 시장 4조원 규모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주요 제조 국가로는 미국·독일·일본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대만제 제품이 늘어 휠체어와 워커(보행보조기) 장비는 전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품질은 유럽이나 일본보다 떨어지지만 가격이 30% 이상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조 공학기기 시장은 아직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 고장이 많고 불만이 많은 제품이 아닌 최고의 제품을 공급해 해당 산업이 질적으로 발전하고 국가 차원에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일본만 보더라도 시장 규모가 1조3000억엔으로 한화로 환산하면 10조원이 넘는다.
◇보조공학 시장, 정책적 배려 절실=보조공학기기는 대부분 국가 복지 영역에 속한다. 선진 복지국가는 보조기기를 공공재와 필수재로 인식해 공적 급여 품목에 집어넣었다. 물론 우리도 보조 공학기기를 복지 차원에서 지원 중이다.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행정안전부·국가보훈처 4개 부처가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복지 선진국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GDP와 GNP를 기준으로 미국의 5%, 북유럽과 비교하면 1% 수준이다. 의료 보험 기준으로 지원 품목도 80가지에 그친다. 3만 가지의 보조 기기를 지원하는 북유럽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수만 종의 장애인 보조 기구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보조공학기기하면 휠체어와 보청기 정도를 떠올린다.
재활보조기구 67종 가운데 장애인이 알고 있는 기구는 평균적으로 20개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도 이를 입증한다. 장애인과 고령자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하지 못한 이유도 보조공학기기 시장이 아직 활성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보조공학기기 전시회도 최근에야 국내에서 열렸다. 2006년9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대구 엑스포에서 처음 열었으며 당시 190개 부스규모로 79개 사업체가 전시에 참가해 1만2000여명이 관람했다.
◇토종 기술, 세계 속으로=사용 인구의 급증과 달리 국내 보조공학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무엇보다 이를 제조하는 기업도 턱없이 부족하다. 보조공학 업체 중 79.2%가 유통업체이며, 생산을 함께하는 업체는 10.8%, 생산전문업체는 10% 미만으로 국내 보조기기 시장의 80%를 수입에 의존한다.
증가세가 빠르지는 않지만 일부 토종 기업은 이미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는 갖춘 셈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투자한 ‘이지무브’를 비롯해 최근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시장 자체도 커지고 있다.
힘스코리아는 관련 업계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평가다. 2000년 시각장애인용 점자정보단말기 개발을 시작으로 노인과 장애인의 재활을 돕기 위한 보조공학 사업에 진출한 후 10년 넘게 외길을 걷고 있다.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와 독서 확대기 시리즈는 이미 베스트 제품에 올랐다. 미국·일본·유럽 등 세계 20여개 선진 국가에 제품을 수출 중이다. 세계적인 가수 스티비 원더와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도 힘스코리아의 팬이다.
‘이노체어’로 잘 알려진 이노퍼니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 기업이다. 이노체어는 평상시엔 편안한 사무용 의자로 사용하지만 록킹 장치를 풀면 등받이가 등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여 180도까지 스트레칭이 가능하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으며 영국·러시아 등 1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디텍은 고막을 거치지 않고 뼈를 통해 소리를 듣는 골전도 이어폰, 헤드세트에 이어 국내 첫 골전도 보청기를 개발한 업체. 보청기 기술 독립과 함께 합리적인 가격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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